옛날, 강원도의 어느 산골짜기에 조그마한 암자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스님과 어린 아이가 살고 있었대요.
어린 아이는 스님이 마을에 갔다가 부모를 잃고 헤메는 것을 불쌍히 여겨 데려온 소년이었어요.

이름도 성도 모르는 어린 아이였어요.
그래서 스님은 어린 아이를 그저 동자라고 불렀습니다.
스님과 동자는 산골짜기에 사는지라 먹을 것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스님이 그날 그날 쌀 등을 시주 해다가 그것으로 밥을 지어 먹고 살았습니다.
강원도 지방에는 겨울이 유난히 일찍 찾아오고, 추위도 말할나위 없이 매서웠어요.

그래서 가을 추수도 다른 곳보다 훨씬 빠르게 한답니다.
겨울이 다가오자, 스님은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눈이 쌓이면 매일 마을로 내려가 시주를 해오지 못하기 때문이었어요.
동짓날 무렵이었대요.
스님은 어린 동자에게 며칠간 먹을 음식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얼마간 암자를 떠나 있어야 할 참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겨울 채비가 덜 된 것을 걱정한 스님은 어린 동자와 겨울을 보낼 준비를 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갔던 것입니다.
막상 암자를 나섰지만 험한 산간지역이었으므로 몇십리를 가야 겨우 인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을에 도착한 스님은 허겁지겁 준비를 했지만 하루 해는 짧기만 했어요.
다음날이 되자, 스님은 이 정도면 충분히 어린 동자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뻐 어쩔 줄 몰랐어요.
"내일 암자로 돌아가면 동자에게 맛있게 밥을 해 주어야지."
스님은 시주하는 일을 모두 마치고 내일 암자로 돌아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아침에 이르러서는 눈이 한길이나 쌓이고 말았대요.
길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스님은 눈 때문에 암자로 돌아갈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스님은 오직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어요.
강원지방은 겨울에 한 번 눈이 쌓이면 겨우내내 녹지 않고 있다가 늦은 봄이 되어서야 눈이 녹기 시작한답니다.
암자의 어린 동자는 눈이 많이 와서 스님이 못 온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요.
암자에도 가득 눈이 쌓였건만, 꼭 돌아오리라고 믿었던 것이었죠.
어린 동자는 추위와 배고픔을 참으며 마을로 내려간 스님이 이제나 저제나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약속한 날이 되어도 스님은 오지 않았습니다.

마당 끝에서 스님이 내려간 언덕만 바라보던 동자는 마침내 마당 끝에 앉은 채로 얼어죽고 말았답니다.
마을에 머물고 있는 스님은 동자가 죽은 줄도 몰랐어요.
그저 걱정이 되어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습니다.
어느덧 겨울이 지나갔어요. 쌓였던 눈도 녹기 시작하였답니다.
스님은 서둘러 암자를 향해 길을 떠났어요.

어린 동자를 걱정하면서, 암자에 도착한 스님은 먼저 동자를 찾았습니다.
어린 동자가 마당 끝 언덕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얼른 그 곁으로 가서,

"동자야."
하고 불렀답니다.
그러나 동자는 말이 없었어요.

그 자리에 곧게 앉아서 죽어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스님은 죽은 동자를 바로 그 자리에 곱게 묻어 주었어요.
그런데 해마다 봄이 되면 동자의 무덤가에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한여름이 되면 꼭 동자의 얼굴같은 붉은 빛의 꽃들이 마을로 가는 길을 향하여 피어나기 시작했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꽃을 죽은 동자를 생각하여 동자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꽃말 동자의 눈물,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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