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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가 버린 사람들 - 그들이 진보에 투표하지 않는 이유
데이비드 굿하트 지음, 김경락 옮김 / 원더박스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책 제목과 표지로는 내용을 선뜩 예상하기 어렵다. 내용을 읽어도 한국형 진보와 서양의 진보가 조금 다르기에 헷갈리기도 하다.
저자가 영국의 언론인이기에 영국이 주된 예로 등장한다. 애니웨어는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사람으로 보편주의를 대변한다. 반면 섬웨어는 지방에서 나고 자라 뿌리를 중시하며 변화에 불안을 느낀다. 저학력 백인 노동자가 다수이고, 고향과 같은 특정한 곳을 떠나 안정적 삶을 담보할 수 없는 사람으로 지역주의를 대변한다. 애니웨어가 진보적 성격을 지녔다면 섬웨어는 보수적 특성을 띈다.
세계화가 확산되어 가면서 가장 큰 손실을 입은 집단은 부유한 국가 내 가난한 사람들, 즉 섬웨어들이다. 최근 브렉시트와 트럼트 당선은 이러한 섬웨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진보 엘리트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선택이라던가, 인기에만 영합한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지만, 저자는 과연 이것이 '무식한 보수'들의 항변일뿐인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게 포퓰리즘이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는 애니웨어들의 집단 편향주의성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진보적 성향의 애니웨어들이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이슈한다고 하면 그들은 자신의 집단인 전문직 여성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섬웨어의 여성 문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이민 문제에 관대하여 정치적으로 올바른척하며 세계적인 관용과 사랑을 주장하지만, 정작 이민으로 인한 자국의 섬웨어의 피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 사회의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자는 토착주의 부흥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트럼프의 당선과 브렉시트가 그 결과인 것이다.
때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현상을 이제까지 이뤄온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고 우려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견해와는 다르다. 현재의 포퓰리즘은 극단적 포퓰리즘이 아닌 온건한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보수와 진보의 두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인종차별적 민족주의에는 반대하지만 대규모 이민에는 반대하고 국가와 사회의 공공성 확대를 주장한다. 트럼프가 이민에는 강경하나, 성소수자 문제에는 온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그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포퓰리즘은 새로운 사회주의라고 불리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 상황에서 균형점을 찾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세계화와 이민정책 사이의 균형, 능력주의 사회에서의 균형. 보수와 진보의 균형이 언제나 찾기 힘든 접점인만큼 이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현재의 한국 정치상황과 세계의 정치상황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도 소위, 엘리트들이 섬웨어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면, 한국형 트럼프가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