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런스 - 무지는 어떻게 과학을 이끄는가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 지음, 장호연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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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한민국에서 과학의 위치는 무엇일까? 현대 문명을 만든 핵심 학문? 자연의 원리나 법칙을 찾고 해석하는 기초 학문? 아니다. 내가 가르쳐본 많은 사람에게 과학은 가장 거리감 느껴지는 학문, 중학교 때 이후로 제대로 공부해 본 적 없는 학문, 이해도 안 되는 말을 지루하게 늘어놓는 피곤한 학문이다. 과학이라는 학문에 쌓인 대중의 피로감, 이대로 괜찮은 걸까??

 

현행 교육법상 문과 선택자는 1학년 과정을 제외하곤 더 이상 과학을 배우지 않는다. 학교장의 선택에 따라 융학과학을 가르치는 않는 학교의 경우 문과생은 고등학교 3년 시간표에 아예 과학이 없기도 하다. 이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능에 나오는 것만을 공부하다 보니 물리2나 화학2과목의 경우 수업을 듣고 싶어도 학교에서 개설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 과정 중에 이미 생겨버리는 과학과의 거리감, 이대로 괜찮을 걸까??

 

일반인들에게 과학이라는 학문은 저 북극에 사는 무스타파씨의 하루만큼이나 관심이 없는 분야가 되었다.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이 쓴 이그노런스라는 책은 위의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알려준다. 왜 과학을 알아야만 하는지, 대중이 과학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무지라는 단어와 연관 지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미 밝혀진 것을 가르치는 현실을 비판하고 무지를 가르치라고 말한다. 즉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 알아내려고 애쓰는 것,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것에 관해 이야기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수수께끼를 풀고 밝혀지지 않은 것들을 파고들게끔 하여야 과학이 대중에게 시민 과학으로써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쉽지 않다고도 말한다. 저자도 양자물리학은 어렵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있고, 이 책의 여러 사례가 이해가 안 된 독자에게 피로감을 가중시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수수께끼(무지)는 우리를 몰입하게 하고 질문은 대답보다 더 접근이 쉽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무지를 강조할 때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즉 내가 어려운 만큼 다른 이들도 어렵다면, 어리석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느끼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모르는 것을 사람들 앞에서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배워야 한다.

 

고등학교 교단에 선지 4년 차 이지만 과학에 대한 이러한 거리감이 어려운 물리 이론 설명보다 더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납득시키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열심히 설명하고 난 후 이것도 시험에 나와요?’ 라는 질문은 저자가 말하듯이 실패한 교육의 증상들이다. 하지만 다음번 내 과학수업은 질문으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날 것 같다. 클릭 몇 번으로 누구나 알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기보단 직접 손가락을 움직여 클릭하게끔 학생들의 무지를 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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