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친한 친구들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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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난 재미없는 책의 리뷰를 쓰지 않는다. 괜히 좋아하던 작가에 대한 예의니, 출판사에 대한 예의니 해서 어중간하게 평점을 주고, 욕 먹기 싫어서이다. 뻥튀기 평점은 장르 동지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최근에도 한 권의 책을 덮자마자 집어 던져 버렸다. 우타나 쇼고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였다. 예전부터 주위에서 지나친(?) 찬사를 해서 의심은 하고 있었는데, 읽고 나니, 호의적인 평점들은 스릴러 초짜거나, 알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아무래도 출간 당시에만 해도 엄청난 반전에 많은 분들이 환호했던 것 같은데, 제프리 디버나 할런 코벤 같은 명품 반전에 길들여지면, 이 책은 허접한 글 장난임을 알게 될 것이다. 아무튼, 이런 반전으로 먹고 사는 장르 쪽에서는 스포일러에 대한 주의보가 항상 있다. 그래서 스포일러를 완전히 배제하고 리뷰를 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항상 하게 된다. 보통 사건의 전말까지만 밝혀주면 되는데, 대부분의 장르문학 도입부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것 조차도 고민이 된다.

 

 이번에 읽은 <너무 친한 친구들>은 우리 가정에 불화를 가져다 주었다. 황금 같은 주말 밤 9시부터 정확히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나를 붙잡은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여타 크라임 스릴러와 비슷(?)했다. 동물원 우리에서 절단된 사람의 손이 발견된다. 뒤이어 발까지... 이런 자극적인 소재들은 정신적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뒷장은 안 읽고는 못베길껄~하며 유혹하는 작가의 꾀임에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다. 작가는 빠르게 피해자의 신원을 알려주며, 나를 자신과의 두뇌 게임으로 끌어 들였다. 나와 함께 이 사건을 풀어나갈 팀장은 냉철한 카리스마의 소유자 '보덴슈타인'반장과 매력적인(?) 여형사 '피아'.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면서 작가는 익숙지도 않은 게르만 친구들의 이름을 무진장 보여준다. 의심의 빗장을 풀만하면, 묘하게 한 줄을 추가해서 의심을 풀지 못하게 하는 고수의 필력도 보여주며, 나를 농락했다. 그래도 나는 장르 8년 차 독자 아닌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작가를 우습게 여기며, 의심 가는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추려가며 끝을 보려 할 때, 작가는 주인공인 '피아'를 잡고 흔들며, 나와 수사팀에 혼선을 주었다. 아무래도 아픈 과거를 갖고 있는 '피아' 나에겐 꽤나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결국, '피아'의 흔들림에 나 역시 흔들리며, 작가에게 뒤통수를 내주었다. 또한, 제목을 맹신해서도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독일판 투캅스라는 소재 외에도 여러 모로 재미가 있는 책 이었다작가가 한국계 독일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게 될 정도였다이념대립 중 희생된 것 같은 피해자며, 대기업과 정부의 아주 더티한 유착관계, 탈선하는 젊은이들, 막장 드라마에 나올법한 소재들과, 파고 들면 파고들수록 드러나는 더러운 인간의 본성까지...어느 하나 깨끗한 인물이 없다. 이 모든 게 한국의 현실과 너무나 비슷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물론,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지고이야기가 방대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랑말랑 할 , 작가는 보기 좋게 작품을 마무리 한다. 그러니책을 집을까 말까 하는 우려는 하지 말자. 여기에 배꼽째는 센스 번역을 해주신 역자님과 완소녀 형사 '피아' 덕분에 재미가 쏠쏠했다.

 

 이쯤되면, 이 책의 단점은 하나도 없느냐? 알바냐? 하며 꼬집을 분들을 위해, 크라임 스릴러의 끝판대장 격인 마이클 코넬리와 비교를 하며, 흠집을 살짝 내고자 한다. 왜 코넬리가 스릴러 끝판이냐 하며 예전에는 티격태격 했는데요즘은(?) 비 공감 하는 분들이 없을 것 같다. 스릴러 제왕이니 어쩌니 하며, 스릴러 계를 이끌어 오던 제프리 디버는 본드 걸 치마폭에 빠지며 한풀 꺾인 듯 하고, 쫄깃쫄깃한 코벤과 다크하면 한 다크하는 르헤인은 예전 같지가 않다그렇다고 본인이 코넬리를 100% 사랑하는 독자는 아니다.

 

 나는 쫄깃쫄깃한 신라면을 먹고 싶은데, 코넬리는 우직하게도 너무나 우직하게도...신라면을 퉁퉁 불려, 너구리로 만들어서 대접한다. 아무튼! <백설공주...>를 읽지 않은 단계에서, 섣불리 판단해서 돌 맞기는 싫지만, '보덴슈타인' 반장의 포스가 확실히 해리보슈에는 못 미치는 것 같아서 약간 아쉬웠다. 여주인공 '피아' 역시 너무 쉽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어, 독자들이 안심하고 따라 갈 수가 없었다분명, '피아'는 현장에서 몸으로 뛰는 형사임에도 불구하고, 형사보다는 프로파일러 느낌을 많이 풍긴 것 같았다물론 이런, 저런 부분들은 아무래도 나만 형사다! 라고 외치는 해리보슈가 가지고 있는 순도 99% 다크초콜릿 같은 매력 때문인 것 같다플러스 알파... 주인공 외에 등장하는 개개인들의 섬세한 감정표현도 많이 아쉬웠다아무래도 코넬리의 세계관과 표현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시는 분들이라면 많이 아쉬울 듯 하다.

 

 아무튼 장,단점이 있는 작품이었지만, 대체적으로 넬레 노이하우스의 등장은 스릴러 팬으로써 매우 반가웠다. 앞에서 언급한 스릴러 4대 천왕 중 세 분이 예전 같지가 않고, 일미의 보증수표 히가시노 게이고도 최근 들어 부도 수표를 남발해, 여러모로 아쉬웠기 때문이다. 곧 마이클 코리타와 요 네스뵈의 작품들이 나온다고 한다. 넬레 노이하우스와 좋은 경쟁관계를 유지하며, 코넬리와 더불어 스릴러의 新 4대 천왕이 되 주길 기대해본다. 그나저나 스티그 라르손이 매우 그리운 밤이다...

 



 
 
 
너의 열정에 커리어를 더하라 - 똑똑하고 일 잘하는 2535를 위한 김주연식 커리어 관리법 
김주연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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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반드시...남자라도 꼭 읽어볼만한 자기계발서. 멘토를 한명 얻은 기분이다.


 
 
 
THE 33 - 세상을 울린 칠레 광부 33인의 위대한 희망 
조나단 프랭클린 지음, 이원경 옮김, 유영만 해설 / 월드김영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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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과 희망의 드라마가 기대되네요♥


 
 
 
4 빼기 3 -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지음,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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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어김 없다. 어제의 뉴스를 리플레이 하는 것 같다. 대책 없이 오르는 물가와 폭등하는 집 값, 이어지는 경제난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듣다가 채널을 돌려버렸다. 답답한 마음에 베란다를 열었다. 짧다면 짧은 30년의 세월을 대한민국에서 보냈지만, 정말 처음 느끼는 추위다. 바람이 차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걸어 다닌다. 어디를 저렇게 정신 없이 가는 것일까? 상념에 빠져본다. 티브이를 끄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뉴스에서는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질병과 여러 문제로 자살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그리고 구제역으로 신음하는 농민들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여전히 우리는 이런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살짝 고개만 돌려도 나쁜 소식들, 힘 빠지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야 하고,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나 역시, 정신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치열하게 살다 보니, 좀 처럼 죽음이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모든 사람에게 찾아 오는 죽음이지만, 당장 나에게는 먼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얼마 전 죽음이란 것에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친지 중 한 분이 우리 곁을 떠나신 것이다. 다시는 돌아 오지 못할 먼 곳으로...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던가? 나는 장례를 진행하면서 뼈 저리게 몇 가지를 느꼈다. 첫 번째는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갑작스럽게 찾아 오는 죽음 앞에서는 그 누구도 당당하지도, 그 누구도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을 떠나는 자는 말이 없다 해도, 세상과의 마지막 이별의 순간에 망자를 떠나 보내야 하는 가족들의 심정은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는 것도 느꼈다. 두 번째는 내가 모르고 있던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얕은 지식으로, 숙환이나 장수하신 분들이 돌아가시면 호상(好喪)이라 생각했었다. 학창시절, 친구의 아버지께서 오랫동안 숙환으로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셨다. 나는 그 당시 나의 얕은 지식으로, 밤 늦게 까지 후배들을 끌고 가 장례식장에서 떠들고 놀았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번에 친지분의 장례를 진행하다 보니, 상에는 호상(好喪)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마당에 좋은게 어디 있을까? 특히, 가족을 멀리 보내는 상주에게 그런 무례한 단어를 사용하고 행동을 했다는 것에 너무나 미안했다.

절망과 어둠 가득하고, 죽음 앞에서 조차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우리들 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은 인물들,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 가깝게는 피나는 노력으로 가난을 극복한 사람들도 있고, 요즘은 제법 완치율이 높아진 암을 극복한 사람들도 있다. 본인 스스로도 여러 번 자살을 고민하고, 온 가족이 동반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잔인한 신체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결국에 장애를 극복한 닉 부이치치 같은 사람들도 있다. 그럼 가족과의 이별을 극복한 사람들은? 무섭지만, 가족과의 이별을 겪어본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가족과의 이별을 겪은 순간부터 상당시간 자신의 삶이 절망과 어둠으로 뒤덮여 버린다고 한다. 많은 선배들이 입을 모아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하지만, 가족과의 이별이란게 연인과의 이별도 아니고, 극복한다는 것은 솔직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런 현실 속에서 만난 바버라의 존재는 희망의 불씨를 지핀 인물로 기억 될 것 같다.

바버라와의 만남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이슬람을 믿는 집안도 아닌데, 우리집은 금기시 되는 게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책에 관한 거다. 워낙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나의 책장에는 좀 처럼 책장에 꽂아 두고 읽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읽기 어려운 제목의 책들이 몇 권 있다. 이를테면, 살인 어쩌고 저쩌고 하는 책들이나, 잘린 목이 어쩌고, 피가 저주를 받고, 뭐 이런 제목 들이다. 우리 아내는 철저하게 이런 제목의 책들과의 접촉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에 읽은 [4 빼기 3 -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도 집에 오는 순간부터 접촉 금지령이 내려진 책이었다. 책과 숨박꼭질을 해야 했다. 읽으려면 아내는 어디에 숨겨놓고 말을 해주지 않았다. 대충 느낌은 왔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부제 때문이었다.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부제가 우리 아내의 신경을 건들인 것이다. 그래도 설득의 설득 끝에,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책은 정확히 300페이지였다. 500페이지는 기본인 장르소설도 3일이면 뚝딱하는 나에게 숨박꼭질 탓에 꽤 오랜 기간 읽은 책으로 기억 될 듯하다.

한 명도 아니고, 사랑하는 남편과 자녀 둘을 하늘나라로 보낸 바버라의 이야기는 너무나 가슴 아팠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 쉽게 입에 담는 자살을 바버라가 선택하지 않은 게 신기했다. 그러나 난세에 영웅이 등장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의 싹이 트는 법. 바버라는 자신에게 가해진 혹독한 운명을 담담하게 이겨낸다. 가족들의 장례를 지인들과의 축제로 진행하는 모습에서 책장을 덮고 한참을 고민했다. 자신의 가족이 전부 세상을 떠나는 엄청난 상황에서 축제라니? 쇼크를 심하게 받아서 정신에 이상이 왔던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우리나라 문화 라면, 손가락질 당하고, 악플 세례를 받을지도 모를 상황을 말이다. 그러나 바버라는 자신의 태도를 극복이라는 주파수에 맞춘 채, 강인하게 모든 상황들을 당당하게 극복해 나간다. 죽음이라는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혹독한 운명을 담담하게 이겨나가는 바버라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너무나 가슴 아프게도 바버라의 이야기는 실화였다. 믿기지 않을 만큼 강인한 철의 여인, 바버라는 이 책을 모든 먼저 떠난 사람들과 이 땅에 살아가는 가슴 아픈 이들을 위해 바친다고 했다. 과연 나라면? 가능할까? 고민하고, 나의 삶을 바버라의 삶 속으로 투영해보았다. 지금이라면 힘들 것 같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책장을 덮어야 했다. 이 책을 덮고 베란다로 다시 나갔다.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세상 속을 뛰어 다니고 있다. 여전히 바람도 차다. 하지만, 이정도 추위는 바버라가 처했던 현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에 태도가 바뀐 것일까? 절망 가득한 뉴스 속에서 희망 가득한 뉴스도 들려온다.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하교길 학생들을 구한 기사분의 이야기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바버라를 통해 모든 삶은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힘든 삶 이라고 생각하면, 끝도 없이 힘들다. 내 현실이 시궁창이라고 생각하면, 남들이 금빛개울에서 헤엄치고 있다고 부러워해도, 자신은 시궁창에 있는 것이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의 현실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1의 희망을 준 바버라.
DANKE SHEN!



 
 
 
아프간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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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북복 정신이 우리를 지배하는 걸까? 우리는 여전히 바쁘다. 관심없다.는 등의 온갖 핑계로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관심을 쓰지 않고 있다. 나만 아니면 되니깐……특히나, 우리와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강 건너, 바다 건너의 일은 일종의 불구경만 되고 있다. 1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미국의 자존심이 9.11 테러로 무너져 내리고, 미국 국민 3천 여명이 죽는 참사가 발생해도, 우리나라만 아니면 된다며, 가슴을 쓸어 내린 기억이 난다. 얼마 뒤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과 바그다드를 불바다로 만들었을 때도 깜짝 놀래긴 했지만, 역시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우리에게 폭격이 가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미국과 동맹국가라서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얼마 뒤 해외뉴스에서만 보던 뉴스를 국내 뉴스 속보로 접한 뒤 생각이 달라졌다. 아프가니스탄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던 한국인 단체가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협상 진행 과정에서 한국인 2명이 살해 되었고, 이 일을 계기로 나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던 기억이 난다.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은 이 사건이 있기 전에는 가볍게 머릿속에 새기고 다니던, 탈레반과 알 카에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글자들이 가슴에서 떠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 사건을 겪고 나니, 바그다드와 아프가니스탄을 불바다로 만든 미국의 행동에 어느 정도 공감했던건 사실이다. 사람의 귀한 목숨을 가지고 거래를 하는 더러운 탈레반과 알 카에다를 돕는 이슬람 국가들을 미국이 세계 지도에서 없애버리길 기원했다. 동시에 세계 테러의 핵심인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의 간부들을 생포해 공개 처형해주길 간절히 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복수의 칼날은 빗나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미국의 맹공격에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죽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하루 아침에 가족과 친구들이 죽는 광경을 목격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탈레반과 알 카에다에 가입 하기 시작 하며 상황이 더 악화 되었다. 종교적인 신념에 개인적인 복수가 더해서 테러가 시작 된 것이었다.  

폭탄 배낭을 메고 식당이나 상가로 뛰어드는가 하면, 그들이 말하는 이교도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그들의 목표가 되었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비극은 비극을 낳는다는 피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 피의 복수를 다짐한 사람들 중에는 9.11 테러를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람도 있었다. 폭탄 배낭을 메고 목표물을 찾아 다니는 길 잃은 하이에나 같은 자들 중에도 역시,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왜 무고하게 미국의 미사일에 죽었는지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았다. 이렇듯 9.11 테러 이후, 전 세계는 테러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도, 테러 때문에 웃지 못할 크고 작은 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과일 상자 선물 같은...)들이 많지 않았던가? 아무튼, 알 카에다의 다음 목표는 미국 백악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탄저균 같은 생화학 무기로 미국을 멸망시키려는 음모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기 시작했다. 겁나는 얘기지만, 실제로 지금까지 일어나 사건들을 본다면, 알 카에다와 테러리스트들에게는 가능하고도 남을 일들이다.

 이런 음모가 실제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에서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아프간>은 출발한다.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하는 널뛰기는 단연, 프레더릭 포사이스가 최고다. <아프간>은 9.11테러 이후의 아프간과 미국, 영국의 상황을 보여준다. 우리가 잘 아는 데로, 미국은 9.11테러의 주동 인물로 알려진, 오사만 빈 라덴의 인도를 요청하나 이에 불응하는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 시킨다. 국토의 절반을 불바다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사마 빈 라덴을 찾지 못한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가 앞으로 펼칠 테러에 신경을 곤두서게 된다. 알 카에다 색출 작전 중 핵심 인물의 노트북에서 알 카에다가 준비하고 있는 거대한 음모의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음모의 비밀을 정확히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이었다. 이에 CIA(미국중앙정보부)와 ISC(영국비밀정보부)는 알 카에다 내부로 스파이를 잠입시키기로 결정한다.  

이에 프레더릭 포사이스는 아프간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스파이로 잠입할 [마이크 마틴]을 불러 낸다. 이미 포사이스에게는 <자칼>과 <어벤저>라는 스페셜 리스트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의 주먹> 이후 은퇴한 퇴역 군인을 불러 낸 것이었다. 아무리 <신의 주먹>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어도, 이제 퇴역하고 한가로이 삶의 후반부를 즐기는 사람을 알 카에다 같은 위험한 집단에 잠입시키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차라리 전작 <어벤저>에서 조란 질리치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고, 응징했던 어벤저의 실력이라면 오사마 빈 라덴도 찾아 올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다. 그러나 포사이스는 자신의 노익장을 과시하듯 퇴역한 군인 마이크 마틴을 종횡무진 활약 시키며, 걱정을 잠재워 버렸다. 마이크 마틴은 작전에 성공했을 시 자신에게 주어질 약간의 부(富)에 선뜻 참여하게 되지만, 점차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로부터 무고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게 된다. 어찌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불구경에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포사이스는 <아프간> 스토리의 다른 한 축을 [이즈마트 칸]에게 담당하게 했다. 영미 연합국에서는 평범한 인물로는 알 카에다 고급 정보까지 마이크 마틴이 접근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지금은 투옥 중이지만 탈레반 최고의 전사였던 이즈마트 칸으로 위장 시키기로 한 것이었다. 이야기의 두 축만 봐도 스릴러의 거장다운 포사이스의 멋진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마이크 마틴과 이즈마트 칸의 운명적인 만남과 그들의 기막힌 인연을 이야기로 채워 넣으면 포사이스는 그가 왜 최고인지 알게 해주었다. 거기에 서비스로 어벤저 때부터 간간히 등장했고, 현실 세계에서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키 큰 사우디 남자 오사마 빈 라덴 마저도 마이크 마틴과 이즈마트 칸의 인연 속에 살짝 살짝 등장 시켜, 독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해주었다. 이후, <아프간>의 큰 이야기 축인 두 남자와 그들의 과거 이야기 그리고 마이크 마틴이 잠입에 앞서 겪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프레더릭 포사이스는 독자를 롤러코스터의 최고점에 올려 놓는다.

 그 후 시작되는 마이크 마틴의 활약에 나는 손바닥에 땀나게 책장을 넘겨야 했다. 마이크 마틴의 신분이 혹시라도 적발이 될 까봐 숨죽여야 했으며, 알 카에다의 음모를 알아내기 전에 알 카에다가 미리 움직여서 큰 테러가 발생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마이크 마틴과 함께 달려야 했다. 프레더릭 포사이스는 정말 대단했다. 전작 <어벤저>에서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물감들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 내는 묘기를 보여주었는데, <아프간>에서는 마이크 마틴과 이즈마트 칸. 단, 두 가지 색으로 여러 가지 색을 만들어 내는 마술을 보이는 것이었다.

 거기에 보너스로 이즈마트 칸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이라는 나라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는 시간을 주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즈마트 칸은 미국의 98년 아프간 폭격 때 가족을 잃게 되어, 개인적인 복수를 시작하게 된 인물이었다. 이런 비극이 있기 전 그는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우던 한 나라의 군인이었다. 테러리스트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맞아 죽어도 싼 탈레반의 시작과 창설 목적이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다는 것 역시, 포사이스는 담담하게 적어놓았다. 이 부분들이 이즈마트 칸과 마이크 마틴의 운명적인 관계를 설명하고, 작품의 마침표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상당량의 이야기를 전개시켜 다소 길지 않았나 하는 점이 살짝 들었지만, 스릴러 소설에서 마저, 교훈과 의미를 주기 위한 포사이스만의 역량이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포사이스는 9.11테러를 비롯한 크고 작은 행동들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작품에 등장하는 테리 마틴 교수를 통해 알게 해주었다. 테러리스트들이 행하는 지하드(종교적 신념에 의한 행위)가, 진정한 지하드가 아닌 야비한 행위이며, 억지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아프간>을 통해 탈레반과 알 카에다의 행동에 대한 분노 속에서도 테러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왜 이런 극단적인 상황들이 나왔는지 말이다. 저 멀리 십자군 원정부터 시작된 피의 소용돌이는 누군가는 끊어야 한다. 그래야만 무모한 테러와 그 뒤에 이어지는 전쟁 같은 피의 고리를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리를 끊을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 일까? 미국의 CIA일까? 오바마 대통령? 아니면 자칼? 어벤저? 포사이스? 프레더릭 포사이스가 분명 해결책을 제시해줄 만한데...그의 나이가 일흔이 넘은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어벤저>에서는 화끈한 액션과 센스있는 반전을! <아프간>에서는 숨막히는 스릴과 첩보의 매력을 보여주었던 포사이스! 그가 올해, <코브라>를 통해 대한민국 스릴러 팬과 해후(邂逅)하게 된다. 들리는 첩보에 따르면, 한번 나왔다 사라지기에 너무나 아까운 남자. 어벤저가 돌아온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색으로 어벤저를 그려낼지, 그가 어떤 활약을 할지, 어떤 교훈을 독자들에게 줄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준비하자. 
  
코브라에 대처하는 자세! 바로 <어벤저>와 <아프간>을 읽는 것! 이것 말고는 없다.



 
 
방실이 2011-08-02 20:47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와 전혀 무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나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나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칩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공격당하는 것을 보고, 무서웠습니다.
나도 그렇게 당할까봐...역시 미국에 적극협조하는 편이 낫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세상엔 세가지 부류의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첫째로, 내 편인 사람.
둘째로, 내 편도 남 편도 아닌 중립적인 입장의 사람
셋째로, 남 편인 사람 즉 적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