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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ㅣ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평점 :
사실, 난 재미없는 책의 리뷰를 쓰지 않는다. 괜히 좋아하던 작가에 대한 예의니, 출판사에 대한 예의니 해서 어중간하게 평점을 주고, 욕 먹기 싫어서이다. 뻥튀기 평점은 장르 동지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최근에도 한 권의 책을 덮자마자 집어 던져 버렸다. 우타나 쇼고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였다. 예전부터 주위에서 지나친(?) 찬사를 해서 의심은 하고 있었는데, 읽고 나니, 호의적인 평점들은 스릴러 초짜거나, 알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출간 당시에만 해도 엄청난 반전에 많은 분들이 환호했던 것 같은데, 제프리 디버나 할런 코벤 같은 명품 반전에 길들여지면, 이 책은 허접한 글 장난임을 알게 될 것이다. 아무튼, 이런 반전으로 먹고 사는 장르 쪽에서는 스포일러에 대한 주의보가 항상 있다. 그래서 스포일러를 완전히 배제하고 리뷰를 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항상 하게 된다. 보통 사건의 전말까지만 밝혀주면 되는데, 대부분의 장르문학 도입부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것 조차도 고민이 된다.
이번에 읽은 <너무 친한 친구들>은 우리 가정에 불화를 가져다 주었다. 황금 같은 주말 밤 9시부터 정확히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나를 붙잡은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여타 크라임 스릴러와 비슷(?)했다. 동물원 우리에서 절단된 사람의 손이 발견된다. 뒤이어 발까지... 이런 자극적인 소재들은 정신적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뒷장은 안 읽고는 못베길껄~하며 유혹하는 작가의 꾀임에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다. 작가는 빠르게 피해자의 신원을 알려주며, 나를 자신과의 두뇌 게임으로 끌어 들였다. 나와 함께 이 사건을 풀어나갈 팀장은 냉철한 카리스마의 소유자 '보덴슈타인'반장과 매력적인(?) 여형사 '피아'다.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면서 작가는 익숙지도 않은 게르만 친구들의 이름을 무진장 보여준다. 의심의 빗장을 풀만하면, 묘하게 한 줄을 추가해서 의심을 풀지 못하게 하는 고수의 필력도 보여주며, 나를 농락했다. 그래도 나는 장르 8년 차 독자 아닌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작가를 우습게 여기며, 의심 가는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추려가며 끝을 보려 할 때, 작가는 주인공인 '피아'를 잡고 흔들며, 나와 수사팀에 혼선을 주었다. 아무래도 아픈 과거를 갖고 있는 '피아'가 나에겐 꽤나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결국, '피아'의 흔들림에 나 역시 흔들리며, 작가에게 뒤통수를 내주었다. 또한, 제목을 맹신해서도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독일판 투캅스라는 소재 외에도 여러 모로 재미가 있는 책 이었다. 작가가 한국계 독일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게 될 정도였다. 이념대립 중 희생된 것 같은 피해자며, 대기업과 정부의 아주 더티한 유착관계, 탈선하는 젊은이들, 막장 드라마에 나올법한 소재들과, 파고 들면 파고들수록 드러나는 더러운 인간의 본성까지...어느 하나 깨끗한 인물이 없다. 이 모든 게 한국의 현실과 너무나 비슷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물론,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지고, 이야기가 방대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랑말랑 할 때, 작가는 보기 좋게 작품을 마무리 한다. 그러니, 책을 집을까 말까 하는 우려는 하지 말자. 여기에 배꼽째는 센스 번역을 해주신 역자님과 완소녀 형사 '피아' 덕분에 재미가 쏠쏠했다.
이쯤되면, 이 책의 단점은 하나도 없느냐? 알바냐? 하며 꼬집을 분들을 위해, 크라임 스릴러의 끝판대장 격인 마이클 코넬리와 비교를 하며, 흠집을 살짝 내고자 한다. 왜 코넬리가 스릴러 끝판이냐 하며 예전에는 티격태격 했는데, 요즘은(?) 비 공감 하는 분들이 없을 것 같다. 스릴러 제왕이니 어쩌니 하며, 스릴러 계를 이끌어 오던 제프리 디버는 본드 걸 치마폭에 빠지며 한풀 꺾인 듯 하고, 쫄깃쫄깃한 코벤과 다크하면 한 다크하는 르헤인은 예전 같지가 않다. 그렇다고 본인이 코넬리를 100% 사랑하는 독자는 아니다.
나는 쫄깃쫄깃한 신라면을 먹고 싶은데, 코넬리는 우직하게도 너무나 우직하게도...신라면을 퉁퉁 불려, 너구리로 만들어서 대접한다. 아무튼! <백설공주...>를 읽지 않은 단계에서, 섣불리 판단해서 돌 맞기는 싫지만, '보덴슈타인' 반장의 포스가 확실히 해리보슈에는 못 미치는 것 같아서 약간 아쉬웠다. 여주인공 '피아' 역시 너무 쉽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어, 독자들이 안심하고 따라 갈 수가 없었다. 분명, '피아'는 현장에서 몸으로 뛰는 형사임에도 불구하고, 형사보다는 프로파일러 느낌을 많이 풍긴 것 같았다. 물론 이런, 저런 부분들은 아무래도 나만 형사다! 라고 외치는 해리보슈가 가지고 있는 순도 99% 다크초콜릿 같은 매력 때문인 것 같다. 플러스 알파... 주인공 외에 등장하는 개개인들의 섬세한 감정표현도 많이 아쉬웠다. 아무래도 코넬리의 세계관과 표현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시는 분들이라면 많이 아쉬울 듯 하다.
아무튼 장,단점이 있는 작품이었지만, 대체적으로 넬레 노이하우스의 등장은 스릴러 팬으로써 매우 반가웠다. 앞에서 언급한 스릴러 4대 천왕 중 세 분이 예전 같지가 않고, 일미의 보증수표 히가시노 게이고도 최근 들어 부도 수표를 남발해, 여러모로 아쉬웠기 때문이다. 곧 마이클 코리타와 요 네스뵈의 작품들이 나온다고 한다. 넬레 노이하우스와 좋은 경쟁관계를 유지하며, 코넬리와 더불어 스릴러의 新 4대 천왕이 되 주길 기대해본다. 그나저나 스티그 라르손이 매우 그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