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전 세계 2,000만부 판매 신화 《걸 온더 트레인》의 저자 폴라 호킨스가 신작 《인투 더 워터》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전작에 이어 《인투 더 워터》역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영국 하드커버 판매 순위 1위, 전 세계 30여개 언어권 번역 수출하면서 스릴러 여왕으로서의 모습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네요. 그 깊이를 알 수 있는 표지 속 강의 모습은 빨려들어갈 것만 같아 섬뜩함을 주고 있어 강렬한 느낌이네요. 잔잔해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위협을 가하는 물이 주는 공포가 전해지는 듯 합니다. 표지의 섬뜩함 그대로 이야기는 리비라는 여자가 남자들에 의해 몸이 묶여 물속으로 가라앉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리비는 살려 달라고 하지만 그녀의 숨결은 사라지고 맙니다.

 

 

드라우닝 풀 : '익사의 웅덩이'라는 뜻으로, 봉건 시대 스코틀랜드의 법에 따라 여성 범죄자들을 처형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 우물을 가르킨다. (본문 7p)

 

줄스는 일명 드라우닝 풀이라 불리는 벡퍼드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물에 빠진 상태로 발견된 언니 넬 애벗의 소식을 듣게 됩니다. 성공한 작가이자 사진작가였던 넬에게는 15살짜리 딸이 있었고 줄스는 조카를 돌보기 위해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옛 고향인 벡퍼드로 돌아오게 되지요. 줄스는 언니가 자신을 괴롭히려고,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려고, 겁주려고 이런 짓을 저질렀다며 화를 내기도 하지만 한편 무섭기도 합니다.

 

작업실 입부 맞은편을 점거한 드라우닝 풀의 이미지들. 모든 각도, 모든 시점에서 찍은 사진들이 수도 없이 붙어 있었다. 겨울에 창백하게 얼어붙은 강물, 시커멓고 삭막한 절벽, 여름의 반짝거리는 강물, 푸르른 오아시스, 위에 먹구름이 끼어 있는 칙칙한 잿빛 강물……. 이 이미지들이 흐려지면서 하가 되어 내 눈을 공격해 오자 머리가 아찔해졌다.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 같았다. 절벽 꼭대기에 서서 강물을 내려다보는 듯 그 끔직한 전율, 망각의 유혹이 느껴졌다. (본문 23p)

 

줄스는 죽기 전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던 넬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건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조카인 리나와 가장 친한 친구였던 케이티의 죽음을 파헤지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강에서 목숨을 읽었던 많은 여성들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던 넬의 죽음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독자의 기대와 달리 이 소설은 죽음의 원인이나 범인을 찾기 위한 내용으로 전개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넬과 줄스 혹은 리나 중심만이 아닌 여러 주변 인물들까지도 1인칭 시점에서 쓰여진 이야기들은 범인을 추격하는 전개와는 상당히 먼 듯 보이네요. 이보다는 오해, 애증, 증오 등에 대한 심리극에 더 가깝지 않을가 싶습니다.

 

'벡퍼드는 자살 명소가 아니다. 벡퍼드는 골치 아픈 여성들을 제거하는 곳이다.' (128p)

 

이 책은 열 명이 넘는 화자들의 시점이 오가는 조금은 복잡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탓에 누군가에게는 속도감이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을 거에요. 반면 많은 등장인물 때문에 저는 조금 느린 독서를 하게 되었지만 그로인해 좀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희생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어 조금은 씁쓸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반전이나 긴장감이 부족한 점이 저에게는 아쉬운 작품로 남네요.

 

작은 마을에 숨겨진 위선과 성적 욕망, 그리고 씻을 수 없는 고요들이 뒤엉킨 흥미로운 작품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이미지출처: '인투 더 워터'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