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외계에서 왔을지도 몰라 라임 청소년 문학 25
슈테파니 회플러 지음, 전은경 옮김 / 라임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라임 청소년 문학> 시리즈 25번째 이야기는 《우리는 외계에서 왔을지도 몰라》라는 눈길을 끄는 제목의 책입니다. 외계인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담은 유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꽤 의미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네요. 이 책의 주인공은 호기심이 강한 조냐입니다. 거의 불치병에 가까운 수준으로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 조냐는 매일매일 질문을 모으고 그 답을 찾는 일에 열중하고 있지요. 이런 조냐는 반 아이들에게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고 외톨이가 되었지요. 폭염이 바야흐로 교실을 점령해 버린 지금 오늘이 방학하는 날이라는 것이 다행이지만 적어도 조냐에게는 골칫거리일 뿐이랍니다. 방학 때는 별난 일이라곤 일어나지 않는데다 질문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의 절반이 사라져 버리니까요. 대신 조냐는 사람이 가장 많은 야외 수영장에서 사람이나 관찰하면서 보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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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야외수영장에서 입장객을 세거나, 사람을 관찰하던 조냐는 수영장 가장자리에 서 있는 무덤가에 방금 심은 자작나무처럼 키가 크고 비쩍 마른 데다 새하얗기까지 한 남자아이를 보게 됩니다. 그 남자아이는 물가를 뱅뱅 돌며 추격적은 벌이던 사향쥐 때문에 놀라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조냐는 그를 구해내지요. 그의 이름은 '쥐죽'으로 이후 그들은 사흘 내내 야외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는 대신 낱말 게임을 하며 지냅니다. 그러다 부모님에 대해 묻는 쥐죽을 집으로 초대하게 되었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쥐죽이 아버지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조냐는 '쥐죽'은 '쥐 죽은 듯 조용히 하다'에서 따온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붙인 별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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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냐는 수영을 하지 못하는 쥐죽을 위해 강습을 해주던 중 왜 수영을 못하냐는 질문을 하게 되고, 쥐죽은 갑자기 맹렬한 분노를 쏟아낸 후 사라졌어요. 조냐는 쥐죽의 물건을 챙기다가 쥐죽의 가방에 '호신용 스프레이'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방을 갖다주기 위해 쥐죽의 집을 찾은 조냐는 쥐죽의 이름이 파비안인 걸 알게 되고 쥐죽의 아버지가 이 년 전에 일자리를 잃으시면서 모든 게 달라졌고 그로인해 엄마와 함께 도망치는 중임을 알게 됩니다. 쥐죽은 수영을 할 줄 알게 되던 날, 조냐는 쥐죽의 팔에 새로 생긴 시퍼런 멍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쥐죽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못했지요. 이후 엄마와 함께 소풍을 가게 된 조냐는 쥐죽의 이야기를 꺼내고 되고 엄마와 함께 쥐죽의 집에 가게 된 조냐는 뜻밖의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엄마 역시 어린시절 이런 경험을 갖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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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야. 그냥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갈지, 아니면 강을 거슬러 헤엄쳐 갈지 곰곰이 고민한다는 뜻이야. 대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입을 꾹 다물곤 하지.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과감히 입을 열서 뭐든지 말하거나 물어도 돼. 어쨌든 사람들은 대부분 입을 다물어. 그래서 너처럼 하고 싶을 말을 서슴없이 하는 아이를 볼 때, 그저 호기심이 강하다는 것 정도로 받아들이지를 못해. 그러니까 네가 뭔가 말하거나 행동하고 싶을 때는 언제나 내키는 대로 하라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너나 네 질문을 멍청하다고 생각하든 말든 아무 상관 없어.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하면 돼. 절대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섣부르게 그만두지 말고." (본문 86, 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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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이유로 외톨이가 된 조냐와 쥐죽의 뜻밖의 인력으로 두 사람은 좋은 친구가 됩니다. 자의든, 타의든 외톨이가 된 이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관계를 맺어 가는 과정이 참 따뜻하게 그려져 있지요. 하지만 여기서 덧붙혀 가정 폭력에 대한 문제점을 낱낱히 공개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피해 도망다니면 어머니와 쥐죽이었으나 이제 쥐죽은 용기를 냅니다. 이렇듯 《우리는 외계에서 왔을지도 몰라》는 외톨이, 가정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작가는 따뜻함과 용기로 어둡고 무겁게 이야기를 잘 버무려 놓은 듯 하네요. 그래서인지 외톨이었던 이들이 세상 밖으로 한 발 나아가는 모습에 기분 좋게 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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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우리는 외계에서 왔을지도 몰라'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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