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완벽하지 않아도 돼 라임 청소년 문학 35
엘리 스와츠 지음, 김선영 옮김 / 라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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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45는 불길한 홀수였다. (중략)

자를 집어 새하얀 서랍장 선반에 가져다 댔다. 얼룩말 피규어와 돌고래 피규어의 간격을 정확히 4센티미터로 맞추었다. 다음은 판다 차례였다. 판다를 네 발로 엎드리게 하고선, 아주 조심스럽게 코끼리 쪽으로 밀었다. 정확히 4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추었다. 마지막은 말과 소……. 드디어 모든 동물이 정확하게 정렬되었다. (본문 11p)

 

라임 《꼭 완벽하지 않아도 돼》의 주인공은 열다섯 몰리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마다 불안한 마음에서 시작된 불안증세들이 있습니다. 흔히 강박증세라고 말하곤 하는데 물건들이 순서에 맞게 진열되어야 한다든가, 손을 지나치게 씻는 등의 증상을 보이곤 하지요. 몰리는 4의 배수를 읊조리거나, 손을 살갗이 부르틀 때까지 빡빡 문지르기도 하고, 진열장의 피규어들을 자를 이용해 4cm 간격으로 정확하게 배열하는 등의 강박증세를 보입니다. 이 외에도 짝이 맞지 않은 양말을 신은 친구를 봐도 불안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우등생이었던 몰리가 이런 강박 증세를 보이게 된 건 일로 인해 너무 바쁜 엄마 아빠에게서 비롯되었지요. 해외 지사로 발령나서 일 년간 집을 비우게 된 엄마, 프리랜서 작가로 늘 원고 마감에 쫓겨서 집안일을 살필 겨를이 없는 아빠로 인해 몰리는 어린 나이에 엄마와 떨어져 지내게 된 7살 동생 이안을 돌보게 되었어요. 갑자기 신경 쓸 일이 늘어난데다 모범생이었던 몰리는 모든지 잘해 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죠. 그러다 몰리는 학교에서 열리는 창작시 낭송 대회에서 결선 대회에 진출하게 되면 부모님이 시상식에 초대되기 때문에 엄마가 자신을 보러 와준다면 이 불완전한 생활이 끝나리라 생각하게 됩니다. 우승 후보로 손꼽히며 결선 대회 무대에 올라가게 된 몰리는 객석에 엄마가 없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와르르 무너지게 되고 무대에서 강박증세를 보이게 되지요.

 

그 많은 짐을 짊어지고도 모든 걸 완벽하게 하고 싶었던 몰리가 좌절해가는 상황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몰리의 절망적인 상황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강박증세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함에 있어요. 우리는 누구나 절망적인 일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 힘겨운 일을 혼자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요. 하지만 때로는 친구, 가족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청소년문학이지만 청소년에 국한되어 읽기 보다는 가족이 함께 읽어보면 좋을 내용인 거 같아요. 친구, 가족이 주는 관심과 사랑 그리고 위로와 용기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있을테니까요. 우리 모두는 혼자일 필요도, 완벽할 필요도 없습니다. '완벽한 나'가 아닌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강박 장애는 의심에서 비롯되는 거야."

선생님은 세상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겁에 질려도 괜찮아. 그렇지만 마음의 희생양이 될 필요는 없어. 이제 너한테 의심과 싸워 이기는 데 필요한 무기를 줄거야. 처음에는 이 싸움이 상당히 힘들겠지만 차차 쉬워져." (본문 2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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