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 - 해외 북한 전문가가 내놓은 심층 보고서
쥘리에트 모리요.도리앙 말로비크 지음, 조동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2018년 5월, 북한이 변하고 있다. 핵실험으로 늘 위협을 가하던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이 현실화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대북제재로 맞서던 미국과도 극적인 반전을 맞게 되었다. 정상회담에 관한 뉴스가 연일 화제가 되고 평양공연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가져왔던 북한의 상투적인 이미지가 아닌 다른 모습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북한은 우리에게도 낯설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던 '한반도의 세계사적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한 지금, 우리도 그동안 가져왔던 지극히 주관적이며 고정적이었던 북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북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가 아닐까 싶다.

 

세종서적《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은 프랑스의 북한 전문가 두 명이 1990년대 북한의 대기근 시절부터 남북한은 물론 중국·동남아·러시아·일본 등에서 15년간 심층 인터뷰와 취재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한, 대중들을 위한 ‘북한 입문서’로 북한에 대한 100가지를 던지고 그에 대한 짧지만 정확하고 상세한 답을 내놓은 구성을 지닌다. 이 책의 저자 쥘리에트 모리요는 기자이자 한반도 문제 전문 한국학자로 서울대학교 교수, 파리 전쟁사관학교 남북관계 세미나 지도교수를 역임했으며 350년의 역사를 지닌 국립동양어문화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사를 배운 이후 오랫동안 남북한을 정기적으로 왕래하며 한번도의 문화, 역시, 지정학에 큰 관심을 표명해온 인물이다. 또 한 명의 저자인 도리아 말로비트는 중국 및 중화권 전문 대기자로, 프랑스 3대 일간지의 하나인 「라 쿠루아」의 아시아 담당 부장이다. 30년간 중국을 왕래하며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쥘리에트 모리요와 더불어 수많은 인터뷰와 취재를 행했다. 이 책은 미국, 서방, 한국의 편향된 북한 정보를 탈피하고자 남북한은 물론 중국, 동남아, 러시아, 일본 등에서 15년간 심층 인터뷰와 취재를 거친 노력의 산물이라 하겠다.

 

우리는 이 모든 질문을 남과 북 두 개의 한국에 공통된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조명하고자 했다. 왜냐하면 북한은 일견 이상해 보이지만 그들의 무수한 반응과 특징은 우리가 모르는 한국성이라는 연원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를 진지하게 분석하려면 강렬한 문명의 토대를 필히 숙지하고 섭취해야 한다. 그 때문에 평양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이해해야 한다.

균형감 있는 파악을 위해 우리는 북한에 대한 모든 교조주의를 배제하고, 서구의 정서적 시각을 탈피하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북한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바라보고자 했다. 오만함이나 가르치려는 의도는 없다. 그것이 이 책 전반에 걸친 우리의 접근 방식이다. 우리는 독자들이 의당 제기했을 모든 질문에 답했으리라 생각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질문이 제기되었기를 바란다. 이 책의 요체는 그것이다. 북한이 더 이상 신비의 나라가 아니기를 희망한다. (본문 17p)

 

이 책은 [제1부 역사]에서 한국의 탄생과 왜 북한을 '은둔의 왕국'이라 부르게 되었는지, 일본 식문주의는 왜 한국인들에게 트라우마인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어떻게 선포되었는지, 한국전쟁의 세 가지 주요 국면 등에 대한 질문을 수록하였으며, [제2부 정치]에서는 김일성, 김정일은 누구인지, 새 지도자와 함께 정치 구조는 어떻게 진화 중인지, 우리는 김정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담겨져 있다. [제3부 지정학]에서는 북한 핵개발의 기원은 무엇이며, 북한 핵무기에 의혹이 있는지,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의 기원과 현실, 긝 혁위협의 이면에 평양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북한은 외교전을 어떻게 진행할 것이며, 제재는 왜 비효과적이며 유엔의 제재는 누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며, 미국의 외교는 실패인지 등에 대한 질문이 수록되어 있다.

 

1990년대 초반 평양이 군사 핵의 전 과정을 장악하기 훨씬 이전부터 북한은 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졌고, 이후 핵과 탄도미사일의 확산 위협에 다라 지구 전체를 위협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그렇지만 현실적 위협이 존재하려면 의도와 능력이 결합되어 있어야 한다. 당시 평양은 그럴 능력이 없었고 심지어 북한의 현실적 의도도 파악되지 못했지만, 공포는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었다. (중략) 분명 북한은 도발하고 있지만 이는 공격이 목적이 아닌, 워싱턴의 주의를 끌기 위함이다. 이 정권이 자살을 원할 하등의 이유가 없고, 이는 더없이 합리적이 논리다. 이웃나라와 서방은 그들에게 저항하는 나라 -과거 중소 관계를 갖고 놀듯 중미 관계의 양면성을 훌륭하게 갖고 노는 나라-에 직면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결코 일어날 리 없는 북한의 자살 충동만이 북한을 두려워 하는 일을 정당화할 것이다. (분문 131~133p)

 

 [제4부 현실]에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 강제노동수용소의 현실, 북한에 반대세력이 있는지, 통일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 담겨져 있다. [제5부 경제]에서는 북한의 경제 상황은 어떤지와 북한에 시장경제가 탄생했는지, 북한에 민간 은행, 금융 제도가 정착되는 중인지, 북한에 경제특구가 존재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제6부 사회와 문화]에서는 북한 사회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북한 신승 사업가 계급의 힘, 북한에서 종교의 위치, 북한에서 여성의 지위, 북한의 의료체계 등에 대한 질문과 답이 [제7부 선전]에서는 북한에 대해 말하는 모든 것을 믿어야 하는지, 탈북자들은 어떻게 조종당하고, 탈북자들의 증언을 믿을 수 있는지 여부와 북한인들은 세계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수록되어 있다.

 

100가지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에는 통찰이 담겨져 있으며 객관적 시선으로 북한 사회를 조명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볼 수 있다. 저자는 오늘을 밝히기 위해 과거를 소개하고, 한국신화의 시조인 단군 이래 발현된 경이로운 문화적 지령을 고려하고 자국을 현대화하라는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물론 수세기 동안 자기 운명의 주인인 적이 거의 없었던 한반도의 과거를 간과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원하는 북한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자'는 것을 목적으로 이 책을 쓰고 있기에 상투적 이미지의 북한이 아닌 북한을 알기에 가장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다.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며, 궁금한 부분을 찾아 읽을 수 있어 읽기에 부담없는 책이었다. '은둔국가'에서 '정상국가'로 변하고 있는 북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이 북한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시각이 필요할 듯 싶다. 이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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