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응답 - 우리가 궁금했던 여성 성기의 모든 것
니나 브로크만.엘렌 스퇴켄 달 지음, 김명남 옮김, 윤정원 감수 / 열린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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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부터 강렬했다, 《질의 응답》은.


"우리가 처음 만나서 한 일은 하얀 스티로폼 음경에 콘돔을 씌우는 것이었다."


마치 sbs 드라마 '산부인과'의 성교육 시간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어쩔 줄 모르는 송중기. 항의하는 학교 선생님. 그리고 콘돔 사용법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이유를 말하는 장서희 씨가 말하는 장면) 느낌과 비슷했다. 내가 《질의 응답》을 읽고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이유는 그때 그 장면을 보았을 때와 지금의 내가 '성'과 내 '몸'에 대해 이해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인 내 몸의 생물학적 구조에 대해 잘 모르고, 냉, 생리와 그 밖의 분비물, 성관계, 피임법 그리고 각종 생식기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 때때로 필요한 정보를 간호사로 일한 어머니에게 묻곤 했지만, 부끄럽게도 내 '몸' 중 '생식기'에 대해선 앎을 추구하기보다 침묵을 추구하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질의 응답》은 읽는 내내 놀랐다. 어떻게 나는 이렇게나 내 몸에 대해 몰랐는지 깨달았다.


《질의 응답》은 여성의 몸 중 '생식기'와 그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생물학적 일을 담은 책이다. 여성의 생식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말하고, 잘못된 통념에 대해 생물학적 논거를 통해 반박·부정한다. 음핵의 생김새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양과 전혀 다른 모양이라는 걸 처음알았다. 요즘도 믿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처녀막 신화'와 처녀성 검사가 얼마나 비상식적인 행동이며, 질 막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를 구하기 힘듦에도 오랫동안 지속된 악습에 의해 여성의 명예와 최악의 경우 목숨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안타까운 건 저자의 말처럼 "더 나쁜 점은 그나마 있는 정보마저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질의 응답》이 여성의 몸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부정하는 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그보다 여성의 몸을 더 잘 이해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방법이 더 많이 담겨 있다. 예를 들면 음모를 제모할 때 생길 수 있는 일이나 면도를 할 때 지켜야 할 5계명과 같은 유용한 정보와 (사실상) 임신 가능성이 없는 날이 없을 만큼 신비로운 내 몸의 비밀을 알 수 있다.


자극적인 정보에는 눈길이 가는 법이다. 《질의 응답》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며 읽은 장은 3, 4장이다. 성관계와 피임에 대한 부분은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힘들다. 어디서 얻어야 할지를 모를 뿐만 아니라, 의학적 정보로 이해하기 힘든 정보도 많다. 저자의 말처럼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혼자 끌어안거나 신뢰성이 낮은 말에 현혹되기 쉽다. 이 책의 3, 4장은 정말로 중요하지만 알지 못했던 성생활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3장의 내용은 첫 경험부터 오르가즘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를 여성의 입장에서 설명한다. 또 저자 스스로 인정한 《질의 응답》에서 가장 지루한 4장 피임은 현존하는 피임법을 상세하게 하나하나 설명한다. 단순하게 피임 성공률만이 아니라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어떤 이득이 있는지 그리고 흔히 가지는 오해를 현재까지 밝혀진 의학적 견해로 해소해준다. 새삼스럽게도 세상에 이렇게 많은 피임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각 피임기구가 우리나라에선 어떤 이름으로 적혀있는지 각주로 설명해준 출판사의 센스에 놀랐던 장이다.


2, 5장은 생식기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일과 질병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3, 4장 못지않게 일상 속에서 의문을 가졌던 정보가 많이 담겨 있어서 유용했다. 특히 생리전 증후군에 대한 정보가 궁금했는데, 기대했던 정보는 아쉽게 없었지만 나뿐만 아니라 보편적으로 많은 여성들이 겪는 증상이란 말에 안도했다. 생리통에 비해 생리전 증후군에 대해선 많이 알려지지 않아 《질의 응답》은 나의 궁금증을 꽤 해소해주었다. 그리고 "생리를 들먹이는 이죽거림은 여성을 폄하하는 성차별적 발언일 뿐 아니라 생리학적 관점에서 따져도 틀린 말이다. 우리는 대중 교육의 이름으로 저런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들이 계속 저런 말로 여성을 폄하하려고 든다면, 최소한 생리학적 사실이라도 정확하게 말하도록 가르쳐 주어야 한다."와 같은 날카로운 지적에 공감했다. 때때로 내 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생각을 가졌던 점에 대해 생각을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바꿀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여성으로 내가 가진 몸을 아끼는 구체적은 방법과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가 즐거웠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생긴 것도 아니다. 몸은 결국 그저 몸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몸은 소중하다. 당신이 가질 수 있는 몸은 지금 가진 그 몸 하나뿐이니까.


내 몸에서 소중하지 않은 부분은 없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즐겁게 운동을 하듯 내 몸을 아끼는 방법을 알기 위해 《질의 응답》 속에 담긴 정보는 꼭 필요하다. 이미 잘 알고 있다면 더없이 훌륭하겠지만 나처럼 모르지만 모르는 걸 숨겼던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정말, 알아야 할 정보가 많이 담겨 있으니까. 누구든 내 리뷰를 읽고 《질의 응답》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내 지인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이 책을 빌려줄텐데. 조건은 꼭 돌려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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