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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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작품들을 이것저것 읽다 보면 한 인물과 만나게 된다. 질투, 탐닉, 물욕과 같은 범속한 감정에 별로 휘둘리지 않는 사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엄청난 의지력을 동원해야 가능할 거라고 보이는 일을 안달하지 않고 꾸역꾸역 하는 사람. 남에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나름의 방식으로 강박적으로 쫓는 사람. 소설에서도 등장하지만 이 인물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에세이다. 우리는 거기서 실제의 사람이라기보다는 캐릭터에 가까운 한 인물을 만난다. 하루키가 이 시대에 창조한 지극히 독특한 하루키라는 캐릭터.

어떤 면에서는 이 인물이야말로 엄청난 힘을 가졌으면서도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쩔쩔 매는 슈퍼맨보다 우리 현대인들이 더 닮고 싶은 인물이다. 게다가 슈퍼맨과는 달리 이 인물의 매력적인 점은 왠지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라는 조건 하에서는 이런 인물이야말로 가장 닮기 어렵다. 하루키와 같은 글을 쓰는 것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지금까지 그 어떤 책도 주지 못한 지혜가 몇 가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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