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왕은 없다 - 심의민주주의로 가는 길
이한 지음 / 미지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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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 뒤늦게 무슨 민주주의 타령이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현 시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책이 나온 것 같습니다. 


실 몇 해 전에 도올 김용옥 선생님께서 TV에 나오셔서 중국의 엘리트 정치제도가 얼마나 우수한지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뭔가 탐탁치 않은 느낌을 받으면서도 딱히 뭐라고 반박할 논거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이 책에서는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공산주의나 전체주의가 아니라 엘리트주의이고, 엘리트주의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명쾌하게 논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인 "철인왕은 없다"는 말 역시 플라톤이 주창한 엘리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취지인데, 이 책의 해당 부분만 놓고 보더라도 좋은 정치 제도란 무엇인지 고민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정치 제도가 어떻게 개혁되어야 할 것인지 문제는 쉽지 않은 주제 같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 것인지 막막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좋은 답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이상주의적인 제안이기는 하지만, "심의 민주주의"라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일 마지막 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감나무 아래서 감이 떨어지만을 기다리는" 국민에게 시민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주문하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많은 반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들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가 정치 쟁점이 되기도 했고, 원전 폐쇄와 관련하여 공론화위원회도 열렸고, 이러 저러한 쟁점으로 정책 헤커톤들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좋은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 같습니다. (아직 번역이 되지는 않았지만)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radical markets 라는 책에서도 대안적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던데 빨리 번역이 되어 나오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이한 변호사의 책이 나올 때마다 찾아서 읽어보고 있는 편인데, 갈수록 필력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그렇다고 이전 책들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민주주의라는 쟁점이 사실 말랑말랑하게 편하게 논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닌데, 이 책에서 각 주장들과 논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고 있어서, (약간의 읽는 수고를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저자의 논지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총평으로, 평소에 민주주의나 정치 개혁에 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독자라면 필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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