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의 경주에서 이번에도 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은 이미 저만치 앞에 가 있고, 뒤에 처져 있는 나를 돌아보며 내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서두르라고, 이미 늦었다고, 그동안 뭘 했느냐고 묻는다. 나는 한 번도 게을렀던 적이 없었는데, 번번이 시간은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청춘이 한참 남은 줄 알았을 때 갑자기 그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 하고, 이 정도면 아직 괜찮은 편이라고 내심 생각했을 때 거울 속의 네 모습을 한번 들여다보라고 한다. 이 경주는 공정하지 않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내 쪽이 지게 되어 있다. -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