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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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편의 단편 추리 소설이 실려 있다.

일곱 편은 이전에 잡지 등에 연재된 것이고, 1편은 새로 집필했다.

읽다 보면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많이 다룬다.

솔직히 말해 이 부분이 조금 질리고, 왜 이렇게 이 부분에 집착할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물론 배우자가 죽으면 그 상대방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기에 펼칠 수 있는 이야기는 더 많다.

그리고 가장 가깝지만 어느 순간 가장 먼 관계인 부부를 생각하면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7편은 너무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일곱 편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은 또 다른 재미이기는 하지만.


<결혼에서 무덤까지>는 첫 장면에 치매 노인을 등장시켰다.

깨어난 노인 옆에 남편이 피를 흘리고 죽어 있다.

치매 끼가 있는 노인은 자신의 가슴에 남편을 죽이는 방법에 대한 종이가 있다.

치매 노인은 남편의 바람과 재산을 남편의 연인에게 넘어가는 것이 두렵다.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서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이 오고 가지만 나의 예상은 틀렸다.

<인생의 무게>는 아내가 자신을 죽이려는 남편의 의도를 먼저 간파하면서 시작한다.

결혼 전 남편이 본 아내의 모습은 결혼 후 완전히 바뀐다.

많은 부부들이 공감할 부분을 극대화해서 표현했다.

아내를 죽이려는 남편은 작가이고, 이것을 컴퓨터에 적어 놓았다.

아내가 이것을 보고 남편을 먼저 죽이려고 계획하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나아간다.

읽으면서 왠지 낯익다는 생각이 든 소설인데 일본 잡지에 연재되었다고 한다.


<범죄 없는 마을 살인사건>의 첫 대목을 보고 옛날에 본 영화가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영화와 다른 길로 나아간다.

이 마을에 연탄 중독으로 죽은 남자가 나오고, 경찰은 살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건을 둘러싼 가족의 비밀이 하나씩 풀려나오면서 뭐지? 하는 의문이 든다.

마지막 진범이 드러날 때 작가의 지식과 삶의 아이러니에 놀란다.

<진정한 복수>는 아내를 죽이려는 남편의 시도가 뒤틀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내의 미모에 반해 이혼시키고 결혼했는데 아내는 그가 생각했던 아내가 아니다.

아내를 죽이기 위한 그의 노력은 친구의 잔혹한 복수 방식이 떠올라 그 길을 따라간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상황은 뒤틀린다.

조금 도식적인 느낌이 있지만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비리가 너무 많다>의 첫 장면은 군에 갔다 온 남자라면 누구나 원하지 않는 것을 요청하는 장면이다.

군 재입대를 바라며 병무청 직원과 다툼을 하는데 바로 그 이유가 하나씩 나온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실패한 삶을 살던 그가 우연히 보낸 협박 메일이 성공한다.

어떻게 보면 황당한 설정이지만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협박과 차명 계좌로 받은 돈으로 흥청망청 소비하던 그에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긴다.

이 장면을 보면서 앞에 깔아둔 설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웃음이 나왔다.

<보물찾기>는 시골로 내려온 작가의 주변에 일어난 예상 외의 사건을 다룬다.

그렇게 큰돈은 아니지만 그의 전 재산이 반토막 날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의 집에 몰래 들어오는 누군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촬영 때문에 시세보다 비싸게 사겠다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 남자 수상하다. 하지만 상황은 묘한 반전과 예상한 상황 하나를 남긴다.


<내가 죽인 남자>는 처음에는 살짝 짜증이 났다.

불륜과 피살자가 불륜녀의 남편이란 사실 때문이다.

여기에 이들이 같은 러브 호텔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뭐야! 하는 말을 내뱉게 했다.

하지만 사건을 뒤쫓고 자신을 숨기면서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예상 외로 재밌다.

그리고 마지막에 풀어놓은 사건의 진상은 짠하고, 가슴 아리다.

<개티즌>은 낯익은 인터넷 게시글 하나로 시작한다.

이 영상에는 한 남자가 노인과 임산부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이 욕하는 댓글이 달리고, 이 영상은 점점 더 많이 퍼진다.

그리고 방송국에서 모은 사람들이 으스스한 사건이 있었던 등대섬에 들어간다.

태풍이 몰아치는 밤 갑자기 살인 사건이 생기고,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화자가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갔다가 마주한 내역은 섬뜩하고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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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선물로 제주도 한달살기를 선물했다 - 두아들아빠의 우당탕탕 난리법석 제주도 한달살기
심양석 지음 / 유소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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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달살기를 꿈꾸었던 시절이 있었다.

치앙마이, 발리 등의 동남아와 제주도에서 한달살기였다.

내가 직접 가지 못한다면 아내와 아이만 보내고 나도 조금 긴 휴가를 보내는 꿈이었다.

이 꿈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저자처럼 육아 휴직을 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꿈을 대신 실천에 옮겨준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것도 비교적 읽기 쉬운 웹툰 형식이라면 더 편하다.

아들 둘을 데리고 먼저 한달살기를 떠난 그의 용기에 먼저 박수를 친다.

다 읽은 지금 그가 왜 그렇게 많은 관광지를 둘러봤는지 조금은 이해한다.


제주도는 코로나 19 시절 우리 가족이 늘 가는 여행지다.

늘 가는 여행지이지만 짧은 일정으로 늘 비슷한 동선을 돌아다닌다.

아이 위주로 동선을 짜다 보니 역동적인 부분은 조금 떨어진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갈 때마다 작은 오름을 올라간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오름을 잘 올라가서 좀더 높은 곳도 한 번 가보고 싶다.

이 책에서도 오름이 딱 하나 나오는데 제지기오름이다.

언제 제주도 갈 때 이 이름이 기억난다면 한 번 올라가고 싶다.

내가 간 곳과 다른 느낌을 줄 것 같고, 올라가기도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한다.


매일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겼다.

정확하게 25일 동안 제주도에 머물다 떠났다.

맛집과 관광지 추천 중에서 가 본 곳이 몇 곳 있는데 취향 차이가 많이 난다.

맛집 중에서 가보고 싶은 곳은 다정이네김밥, 중문고등어쌈밥, 미영이네 정도다.

관광지는 천지연폭포, 산방산랜드, 윈드1947테마파크, 박물관은 살아있다 등이다.

목록 중에서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곳은 아쿠아플라넷 제주(오션아레나 공연), 우도,

송악산 둘레길, 사려니숲길 정도 관광지다.

맛집은 겹치는 곳이 많지 않고 취향이 너무 달라 겹치는 곳이 거의 없다.


가격이 정말 사악한 신화워터파크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것을 보고 놀란다.

차라리 신화월드 신화관에 숙박하고 들어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 작은 워터파크에서 얼마나 신나고 즐겁게 노는지 알기에 그의 글에 고개를 끄덕인다.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정보 중 하나가 우도에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것 중 숙박 부분이다.

언제 길게 제주도에 머물게 되면 이전처럼 하루 정도 우도에 머물고 싶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저자가 얼마나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지 알 수 있다.

중요한 관광지는 거의 대부분 들어가본 듯한데 초딩 아래 남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짧은 일정과 자주 가는 가족이 아니라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 책이 나의 마음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부분은 탁송 부분이다.

회사 직원 덕분에 탁송으로 집의 차를 보내는 방식을 알았지만 더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다.

멋진 제주 양식의 단독 주택과 길고양이 보들이와의 동거.

활력 넘치는 두 남자 아이들과 점점 힘이 소진되는 아빠의 모습.

다녀온 곳을 소개할 때 빠진 부분에 대한 나의 기억들.

2주가 지난 후 엄마가 왔을 때 아이들과 남편이 보여준 반응.

기록과 기억 속에 남은 제주도 한달살기의 즐거움과 힘겨움.

한달살기 준비물 체크리스트의 긴 목록과 탁송 차량에 싣기.

공감하게 되는 그의 글 중 하나가 식당에서 마시지 못하는 술 한 잔.

이 책을 읽은 지금 제주도 한달살기로는 제주도의 반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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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스트
윌리엄 피터 블래티 지음, 조영학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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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공포영화 <엑소시스트>의 원작소설이다.

처음 출간된 판본이 아닌 출간 40주년을 을 맞아 가필 수정한 2011년 판본을 번역했다.

어느 정도 가필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는 굉장히 자극적인 표현이 나온다.

1970년대의 출판 사항을 생각하면 그런 표현이 허용되었는지 궁금하다.

이전에 영화 <오멘>의 원작을 읽었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일단 분량에서 큰 차이가 나고, 영화보다 훨씬 풍부한 내용과 장면들이 들어 있다.

처음 이 책을 선택했을 때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도 달라 놀랐다.

그래서 아마존 서평을 찾아보았는데 영화와 다르다는 평에 공감했다.

영화도 너무 오래 전에 본 것이라 둘을 비교하기에는 나의 기억력이 너무 떨어진다.


프롤로그에서 이라크 북부 발굴 현장을 보여준다.

이 발굴 현장의 책임자는 메린 신부다.

메린 신부가 다시 등장한 것은 마지막 구마 행위를 할 때다.

영화 속에 이 장면이 나오는지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빙의된 소녀의 엄마인 크리스의 일상이 나온다.

영화 배우로 성공한 크리스. 그녀는 이혼하고 십 대 딸 리건과 함께 산다.

성공적이고 평온한 일상에 조금씩 이상한 일이 생긴다.

리건의 방에서 옷이 사라진 후 나타나거나 옷장에 누군가 있다고 리건이 말한다.

크리스가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이 리건은 악령에게 조금씩 빙의된다.


크리스가 이야기의 한 축이라면 다른 두 축이 더 있다.

하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캐러스 신부이고, 다른 한 명은 킨더먼 형사다.

킨더먼 형사는 크리스의 집 앞에서 죽은 버크 데닝스 감독의 사인을 수사중이다.

그는 크리스의 집을 방문해 크리스와 그녀의 비서와 하인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버크가 악령에 의해 죽은 듯한데 그의 수사는 다른 가능성을 살짝 암시한다.

캐러스 신부는 어머니가 죽은 후 자신의 믿음에 회의를 품고 있다.

정신과 의학을 전공한 예수회 신부인데 크리스가 그의 도움을 요청하면서 악령과의 싸움에 끼어든다.

정신의학 전공자의 입장에서 리건에게 접근했다가 나중에 바뀐다.

그의 시선은 엑소시즘이 아닌 정신의학자의 것이고, 이것은 그에게 오기 전 검정된 것이다.


캐러스 신부에게 오기 전 크리스는 유명한 의사에게 리건의 치료를 요청했다.

의사들은 그들의 경험 안에서 치료를 진행한다.

내과 부분에서 먼저 접근하고, 나중에는 정신의학의 입장에서 다가간다.

처음부터 리건을 악령에게 씐 아이로 치부하지 않고 모든 것을 검토한다.

이 과정은 예상 외의 묵직하고 과학적인 접근이라 솔직히 놀랐다.

정신병 환자들의 다양한 증상을 봤고, 빙의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의사들이다.

읽는 내내 답답하면서도 현대 의학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악령에 의해 잠식된 리건이 보여준 음란한 행위와 지저분한 욕설은 입에 담기도 어렵다.

아마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보여주었다면 등급외 판정에 상영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엑소시즘을 바탕으로 하면서 형사를 등장시켜 미스터리 요소도 같이 다룬다.

의학적인 접근법으로 문제를 풀려는 장면에서 다양한 환자의 증상을 알게 된다.

크리스가 마주한 악령과 캐러스 신부가 만난 악령은 같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메린 신부가 나타나 실제 퇴마 행위를 할 때 이 노력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 그 또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대학도 예수교 소속의 조지타운대학교를 나왔다.

간결한 소개만으로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악령의 종교적, 철학적으로 접근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웹 판타지 소설에서 거대한 악과 싸우는 장면에 익숙한 나에게도 소설은 재밌다.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데 영화의 그 유명한 장면은 원작에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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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강 세븐
A. J. 라이언 지음, 전행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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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종류의 아포칼립스 스릴러다.

일곱 명의 사람들이 바다 위 한 배에서 깨어난다.

그들은 자신이 누군지 기억하지 못하고, 한 명은 자살했다.

팔에는 저마다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만 모두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

이 이름들도 유명 작가의 이름이지 이들의 본명은 아니다.

머리에는 동일한 위치에 상처가 있고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살한 듯한 사람의 시체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런 부분이 드러난다.

그런데 이 배는 조정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원격조정이다.

배는 이들에게 낯익은 장소로 이동시킨다. 바로 템즈강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 팀은 왜 이 강에 들어온 것일까?

여섯 명 중 한 명이 기억의 단편을 떠올리고, 갑자기 변한다.

총기류를 다루는데 익숙한 이들은 그를 사살한다.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이들은 템즈강에 있는 부표에서 위성전화기를 찾는다.

그리고 그 전화 통화를 통해 그들이 가야 할 곳과 해야 할 일에 작은 단서를 얻는다.

정해진 시간까지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한다.

이 설정을 보고 머릿속에서는 몇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가장 쉬운 것은 이들이 게임 속 플레이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누군가의 꿈이거나 창작이란 것이다.

너무 뻔한 가정이라 소설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이런 생각들은 사라졌다.

 

기억을 떠올린 사람이 보여준 신체의 변화와 잔혹성.

배가 앞으로 나가면서 그들이 마주한 사람이 변해 다른 존재가 된 괴물들이 등장한다.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

지리와 역사에 뛰어난 사람이 없었다면 런던이란 것도 몰랐을 것이다.

부표에서 그들은 폭탄과 추가적인 무기 등도 가진다.

이 폭탄은 강에 놓은 장애물 제거에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폭탄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반쯤 침몰한 배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괴물로 변한 사람들을 만나고 싸운다.

 

헉슬리가 힘들게 들고 온 가방 속 노트북은 이 변화에 대한 단서가 있다.

하지만 배터리 잔량이 겨우 4%에 불과하다.

당연히 충전할 케이블도 전력도 이들에게는 없다.

영상을 통해 런던에 있었던 사건들과 변화를 조금 알게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 붉은 안개 가득한 런던을 알기에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현미경이 있다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내뱉는다.

괴성이 난무하고, 어디서 어떤 생명체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위성 전화가 오고, 그들에게 배에 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아라고 말한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간다. 아니 나아갈 수밖에 없다.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전문가들의 위험한 임무.

그 과정에 드러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변형되고 인강성을 잃은 사람들.

돌아갈 수조차 없는 현실에서 점점 다가오는 위험.

기억하고 쉽지만 기억이 병에 의해 감염되는 잔혹한 현실.

힘을 합쳐 이 위기를 돌파해야 하지만 언제 감염될지 몰라 서로를 감시해야 한다.

작은 배에 머물면서 그들은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위험한 순간은 갑자기 찾아오고, 잔인한 현실은 가장 중요한 기억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사랑하는 아내, 사랑하는 아이의 얼굴도 이름도 떠올리지 못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은 아주 암울하고 잔혹하다.

뛰어난 가독성과 매력적인 캐릭터와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영상으로 이 소설이 어떻게 표현되고 각색될지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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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의 밤
아쓰카와 다쓰미 지음, 이재원 옮김 / 리드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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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의 단편집이다.

작가의 전작에 대한 평이 좋아 선택했다.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네 편 모두 상당히 재밌다.

세 편은 추리 소설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작품들이고, 마지막 한 편은 프로레슬링에 대한 애정이다.

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의 추리 소설 내공이 아직도 엄청나게 빈약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단편집 속에 다양한 형식의 실험이 담겨 있다.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코로나19를 배경으로 사건을 꼬고 엮고 비트는데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순하고 명확한 결말을 선호하는 독자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나는 호!


<위험한 도박 - 사립 탐정 와카쓰키 하루미>는 하드보일드 풍의 단편이다.

한 남자가 탐정이라고 말하면서 카페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그는 한 남자의 행동에 대해 주인에게 묻는다.

그리고 바뀐 가방과 그 속에 담긴 책을 찾아 헌책방을 돌아다닌다.

이 장면을 보면서 오래 전 헌책방을 돌던 나의 추억이 살짝 떠올랐다.

피살자의 바뀐 가방을 찾는 과정에 흘러나오는 추리 소설에 대한 수많은 설명들.

잠시 추리 소설 감상에 추리 소설이란 사실을 잊는다.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가는 도중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긴다.

이때 펼쳐지는 다양한 반전과 상황은 정신 바짝 차리고 읽어야 한다.


<‘2021년도 입시’라는 제목의 추리소설>은 설정이 재밌다.

한 대학이 입시에 추리 소설을 지문으로 삼겠다고 발표한다.

수험생의 블로그를 비롯한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 대학의 문제가 하나 나오고,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입시학원의 강사, 이 시험 때문에 추리소설에 입문한 수험생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추리 소설로만 읽어도 재밌지만 입시에 대한 비판이 들어 있어 더 흥미롭다.

이런 문제를 내게 된 과정의 문제, 정답을 둘러싼 다양한 반론들.

앞에 살짝 깔아둔 설정 하나가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만드는 재미도 포함한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내가 추리 소설을 읽은 방식에 살짝 의문이 들기도 했다.


표제작 <마트료시카의 밤>은 제목 그대로의 구성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다른 이야기가 또 튀어나온다.

먼저 추리소설가와 편집자의 대화에서 시작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긴장감.

살의가 중첩되고 상황이 꼬이면서 이상해진다.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이 등장해 또 하나의 껍질이 벗겨진다.

이번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면서 서서히 긴장감을 높인다

이전 장면이 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새로운 사건의 범인은 누군지.

중첩된 이야기 속 이야기가 언제쯤 핵심에 도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 속에 담긴 추리 소설에 대한 애정은 또 다른 재미다.


<6명의 격앙된 마스크맨>은 전일본 학생 프로레슬링 연합 총회를 다룬다.

코로나19로 신입생을 받지 못하고, 모임도 하지 못한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시 모였다.

한국의 코로나 학번을 떠올리는 작은 에피소드와 함께 덕후들의 만남이 시작한다.

이 모임에 참여하기로 한 회장 한 명이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를 죽일 수 있는 실력자는 이 모임에 있다고 말하면서 상황이 바뀐다.

전날 그와 함께 술을 마신 사람, 어릴 때부터 그를 동경했던 사람 등.

한 편의 희극처럼 상황극이 펼쳐지고,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간다.

코믹함과 반전이 이어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이 재미와 큰 웃음을 준다.

익숙한 일본 만화나 드라마의 설정처럼 보이지만 익숙해서 거부감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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