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이
염기원 지음 / 아이들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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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챔프 아서왕>이후 두 번째로 만났다.

전작처럼 필력이 좋아 잘 읽힌다.

아프리카 대륙을 기반으로 인간과 동물의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제목이자 주인공 동물인 블루아이는 낯선 동물인 리카온이다.

아프리카 들개인 리카온은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사냥을 한다.

최상위 포식자들의 영역 밖에서 사냥을 하고 무리를 이루고 살아간다.

개인적으로 ‘동물의 왕국’ 같은 방송을 좋아하지 않아 이 동물은 정말 낯설다.

하지만 소설 속에 묘사된 이들의 왕조와 활동은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두 존재는 인간이자 화자인 나와 리카온 블루아이다.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나’와 ‘블루아이’의 서술 방식이 다르다.

화자는 현재의 삶을 풀어내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반면에 블루아이는 생존을 위해 아프리카 내륙을 휘돌아 다닌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리카온 블루아이가 왜 홀로 돌아다니는지는 후반부에 나온다.

야생의 삶에서 혼자 다닌다는 것은 큰 위험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블루아이는 몇 번의 위기를 넘기면서 살아남는다.

그리고 작가는 리카온 왕조의 역사를 넣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왕조가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으로 풀어낸 것이라 살짝 의문이 생긴다.


화자는 방송국 촬영 감독이었다가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퇴사했다.

그가 이곳에 온 것은 한중 합작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서다.

그가 맡은 부분은 드론 촬영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드론을 계속 개조했다.

한중 합작은 잘 되지 않았고, 문제도 많이 생겼다.

두 나라의 합작팀이다 보니 조율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

이런 과정 속에 아프리카의 풍경과 광활한 자연이 배경으로 흘러나온다.

이 배경 속에서 살아가는 짐바브웨 블랙의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와 엮인다.

화자의 폭력과 사랑에 대한 기억은 솔직하게 드러나고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블랙의 말에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화자 모습은 결코 낯설지 않다.


인간의 관점에서 리카온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보여준다.

어떤 대목에서는 다큐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이 관찰 또한 인간의 시각이다.

가끔 리키온의 행동을 인간의 말 등으로 엮어 비유로 풀어낸 몇몇 부분은 솔직히 눈에 거슬린다.

관찰자의 시점이나 블루아이에게 화자의 위치를 부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뒤섞고 둘의 직접적인 만남을 자제했다.

그리고 ‘나’의 심리와 행동을 앞으로 내면서 현실의 부조리한 모습을 드러냈다.

아프리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그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시간이 되면 떠나는 사람과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과 동물들.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의 일부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많이 봤다는 착각을 하는 나의 모습.

삶은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싸우고 버티면서 나아가는 것이란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은 왜 이렇게 마무리했을까 하는 의문을 계속 던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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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아르테 미스터리 21
요시쓰키 세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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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로맨스 미스터리다.

처음 만났고, 처음 번역된 소설이다.

천문학과 양자역학을 소설 속에 녹여내었지만 이 부분은 살짝 지워도 문제없다.

하지만 두 남녀의 사랑뿐만 아니라 삶을 연결한 지점은 눈여겨볼 필요 있다.

너무나도 거대해서 인간의 인식 능력을 넘어선 우주.

그 곳에서 아주 짧은 시간만 살 수밖에 없는 인간.

이런 곳에서 낯선 두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은 너무나도 희박하다.

숫자로 표기된 것을 보고 세는 것을 포기할 정도다.

단순한 청춘 로맨스라고 생각하는 순간 살인 예고가 나온다.


열 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미쓰야 구온.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할머니가 남겨주신 집에 혼자 산다.

평범한 학생인 그에게 한 미소녀가 다가와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다.

평범한 소년의 머릿속은 장난과 학교 폭력 등으로 이어진다.

그의 생각과 달리 이노리는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구온에게 학교 우주부에 가입하자고 말한다.

왠지 끌려 다니던 구온이 우주부에 입부할 것을 정한 것은 이 부서에 있는 비싼 망원경 때문이다.

고가의 이 장비는 구온이 보고 싶어하는 행성을 좀더 정밀하게 보여준다.

그의 입부로 우주부는 학교 안에서 부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구온과 이노리 이외에도 두 명의 부서원이 있다.

한 명은 야구를 하다 그만 둔 후 가입한 3학년 선배 다쓰미.

학급에서도, 우주부에서도 늘 엎드려 자는 강한 인상의 아마미야.

이들과 함께 우주부를 이끌어 나가는 교사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속에는 전혀 예상하지 사연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이 사연들은 서로와 엮이고 꼬이면서 관계를 맺는다.

서로의 아픔, 오해와 사실, 몰랐던 사실 등이 드러날 때 좀더 무겁고 가까워진다.

여기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아마미야다.


이노리가 말한 첫눈에 반한 사랑.

구온이 조금씩 발전하다 갑자기 느끼게 되는 사랑.

이 둘의 사랑 이야기는 너무 순수해 떼 묻는 나의 머리는 이별을 먼저 생각한다.

사랑의 열정이 식은 후 일어나는 일상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하지만 가끔 이런 청춘의 사랑을 본다는 것은 잊고 있던 순수함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될지.

나의 이런 상상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사실 때문에 혼란으로 빠진다.

곳곳에 풀어놓은 양자역학과 우주에 대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마지막 장면과 이어진다.

예상 가능한 미스터리이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과 사랑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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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계절 - 귀주대첩, 속이는 자들의 얼굴
차무진 지음 / 요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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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인 <엄마는 좀비>를 제외하면 그의 장편은 처음이다.

<해인>과 <김유신의 머리일까?>를 사 놓고 그냥 묵혀만 두고 있다.

사실 어디에 놓아두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그의 단편집을 재밌게 읽었기에 약간 기대를 하고 읽었다.

요즘 고려거란전쟁을 다룬 드라마나 소설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강감찬을 다룬 소설 등이 많다.

몇 권 읽었는데 개인적 취향에는 이 소설이 가장 마음에 든다.

밀도 있는 문장과 구성, 독특한 캐릭터와 최전선의 스파이전까지.

소설은 그 유명한 귀주대첩이 일어나기 전까지 상황을 아주 기괴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운 좋게 이 소설을 읽기 전 고려거란전쟁에 대한 역사 예능을 봤다.

세부적인 상황은 생략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알기에는 충분했다.

정해진 미래를 알고 있기에 작가가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물 강감찬에 대한 인물 묘사가 상당히 특이하다.

사서에 나오는 외모를 그대로 적용한 듯하면서도 특별한 능력을 하나 넣었다.

암시를 걸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설정이다.

가까운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죽화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흔든다.

여기에 죽화와 함께 구주성에 발생한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각치가 있다.


귀주대첩에서 승리한 강감찬을 할아버지라 부르면서 극찬하는 프롤로그.

이야기는 거란의 수탈 부대가 구주성 근처에서 약탈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연약해 보이는 자매.

수탈을 끝낸 후 이 자매를 강간하려고 방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 자매가 보통 인물들이 아니라 그가 오히려 죽는다.

언니 죽화는 미래를 보고, 동생 매화를 사람을 죽이는 병에 걸렸다.

이들은 빼앗은 재물을 들고 무위사로 올라가지만 이곳은 거란군에게 발각된 곳이다.

거대한 범종 아래 몸을 숨긴 마을 사람들, 이들과 함께 몸을 숨긴 자매.

그리고 이들을 발견한 거란군의 학살과 운 좋게 살아남은 죽화.

거란군 장교는 죽화에게 임산부의 몸에서 꺼낸 아이를 주면서 첩자 역할을 맡긴다.


모두가 죽은 곳에서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듯한 매화.

매화를 끌고, 아이를 안고 죽화는 구주성으로 올라간다.

그러다 이상한 원숭이 탈을 쓴 노인과 사냥꾼을 만난다.

탈을 쓴 노인은 강감찬이고, 사냥꾼은 아주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들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 기묘한 조합, 아이의 존재 가치.

성 안으로 들어가면서 알게 되는 원숭이 탈의 정체, 사라진 김종현의 대마신군.

대마신군의 일부가 무참하게 살해당한 살인 사건.

여기서 쓰리나리란 약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쓰리나리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함백초보다 더 강력한 환각 작용을 한다는데 이미 북계의 사람들은 중독되어 있다.


성 안에서 강력한 중갑기병대 대마신군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단서가 사라졌다.

거란군과 싸우기 위해서는 이들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조급해하는 고려군 사령부, 대원수와 부원수 사이의 갈등.

성안에서 거란군과 싸울지, 성밖에서 싸울지를 두고 벌어지는 결정해야 하는 순간.

쓰리나리와 함께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북신이란 존재.

거란군과 싸우기 위해 쓰리나리를 흡입하면 생기는 용기와 그 부작용.

급박하게 돌아가는 구주성 안의 상황과 퇴각로를 어디로 정할지 고민하는 거란군.

엮이고 꼬인 상황 속에서 풀려나오는 장면과 설명은 강렬한 캐릭터와 더불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만나 만들어낸 거대한 연극 한 편.

거대한 마지막 전쟁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 곳곳에 심어놓은 이야기들.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또 다른 시각의 역사 속으로 끌고 들어가서 멋지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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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길을 셔벗셔벗 - 신미나 한뼘일기
신미나(싱고)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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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의 한뼘일기란 부제가 붙어 있다.

한뼘시로 연재한 것을 한뼘일기로 바꾸어 출간했다.

시와 웹툰을 접목한 시툰으로 호응을 얻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나에게 낯설다.

하지만 SNS에서 보고 읽기 최적화된 형식이란 것은 알겠다.

단구나 동요 같은 간결한 형식에 계절의 변화와 감미를 담은 기록”을 한뼘일기라고 정의한다.

그 자체로 만족스러운 글인 경우도 있지만 더 덧붙이면 시가 될 것 같은 것도 있다.

시로 가기 위한 에센스”라는 표현도 읽는 내내 공감했다.

24절기를 제목에 그대로 쓴 것은 그날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사계절로 나누어 편집되어 있다.

겨울에서 시작해 가을에서 끝난다.

솔직히 말해 그냥 휙 읽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림도 많고, 그 속에 담긴 한뼘시도 길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지 않은 한뼘시와 그림에 눈길이 오래 머무르는 순간이 있다.

시인의 감성을 그대로 보여준 시어와 관찰 때문이다.

오래 보고 자세히 보고 마음을 주어야 쓸 수 있는 표현들이다.

읽기 쉽다고 그 시어들이 쉽게 나온 것은 아니다.

가끔 읽다가 나의 과거가 떠올라, 놓치고 있던 것들이 생각났다.


간결한 표현이기에 경험이 끼어들 공간이 많다.

손이 찬 당신이 / 찻잔을 두 손으로 감쌀 때 // 따뜻한 밥뚜껑 위에 / 손을 올려놓을 때”

(<둘이서 첫눈> 부분)

나는 새로 핀 동백이 예쁘다 말하고 / 할머니는 떨어진 동백이 아깝다 하시고”(<눈길>전문)

내가 알 보일 때까지 / 잘 가라고 / 잘 가라고 손 흔든다” (<억새> 부분)

다 읽은 후 대충 훑으면서 찾은 한뼘시이지만 같은 경험의 기억이다.

어떤 대목은 너무 흔한 장면이고 익숙한 표현이지만 그림과 엮이면 더 좋다.

시인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키는 소녀와 반려묘의 모습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동시 같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다.

옥수수 한알이 / 한살이라면 / 수염 난 옥수수는 / 이백살 하아버지”(<옥수수> 부분)

엄마가 가져간 / 세뱃돈은 / 어디로 사라지는지”(<알쏭달쏭해> 부분)

내가 컬링 경기 보면 / 밀대 가져와서 / 바닥을 문질문질”(<따라쟁이> 부분)

이 한뼘시를 읽으면서 잠시 동심을 느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24절기를 간결하게 표현한 시어들도 공감한 대목이 많다.

눈 쌓인 / 지붕마다 // 커다란 백설기 / 한채”(<대설> 전문)

보드륵, 자륵 / 눈 밟는 소리는 / 덮지 못한다”(<대한> 부분)

남새밭에 / 고추 따러 간 엄마 / 김매고 계신다”(<소서> 부분)

서릿길을 / 셔벗셔벗”(<상강> 부분)

간결함과 경험, 의성어 등이 멋지게 연결되어 나의 마음을 흔들고 먼 곳으로 데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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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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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작가다. 번역된 책도 이 한 권이 현재까지는 전부다.

부제로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이 들어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특수청소는 사람이 죽은 후 남은 흔적 등을 청소하는 것이다.

죽은 후의 흔적을 지우는 일 중에는 유품정리사 같은 일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다루는 것은 유품정리보다 사체 등의 흔적을 지우는 일에 더 비중이 있다.

사람이 죽는 방식에 따라, 기간에 따라 사체가 남긴 흔적은 아주 다양하다.

이 부분을 작가는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들이다.


20대 와타루는 할머니 장례를 치룬 후 우연히 가고 싶었던 술집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데드모닝의 사장 사사가와를 만나 인연을 맺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와타루는 이 청소를 처음에는 쉽게 생각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청소 이미지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간 현장은 그의 상상을 초월한다. 벌레들과 냄새에 놀라고 구토한다.

시체는 경찰 등이 이미 치웠지만 사체가 남긴 흔적은 그대로다.

너무 놀라 오줌을 지려 옷을 갈아 입으러 갔다가 잠깐 잠든다.

이때 폐기물 운반업자 가에데가 나타난다. 그녀는 와타루를 질타한다.

폐기물을 가에데보다 잘 들지 못하는 와타루. 이렇게 저렇게 청소를 마무리한다.


처음 한 특수청소에 겁이 났지만 친구와 이 일을 이야기하면서 다시 한번 알바를 한다.

높은 일당과 친구에게 이야기 거리를 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데드모닝에서 일하는 사무직 모치즈키를 만난다.

작가는 이 네 사람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고, 독자의 마음속으로 조금씩 스며든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데드모닝에 청소를 의뢰한 사람들의 사연들이다.

고독사, 20대 청년의 자살, 외로운 병사, 자동차 사고, 모자의 동반 죽음 등이다.

이 각각의 사연 속에 서툰 와타루는 좋은 말을 하려고 하고, 이것이 실패로 이어진다.

그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내뱉은 말이기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일본식 사연 이야기다.

죽은 사람의 흔적을 지운다는 부분만 보면 유품정리사나 <디리>의 디지털 정보 삭제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실제 사체의 흔적이나 피가 튄 공간과 사람이 죽은 후 남긴 흔적 등에 기생하는 곤충들을 그래도 보여주면서 물리적 현장을 독자 앞에 그대로 가지고 온다.

잔혹한 살해 현장을 다룬 스릴러 소설의 장면과는 다른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교묘하게 이런 현장과 사체와 그 가족의 관계 등을 엮고, 등장인물들과 꼬면서 잔잔한 감동을 만들어낸다.

현대 사회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죽음과 그 가족들의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몇 편 더 연작으로 나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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