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디비전 1 샘터 외국소설선 10
존 스칼지 지음, 이원경 옮김 / 샘터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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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의 새로운 시리즈다. 새로운 시리즈라고 했지만 주인공은 바뀌었다. 존 페리의 입대 동기 해리 윌슨 중위가 주인공이다. 해리가 주인공이라고 했지만 그가 모든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의 구성은 하나의 큰 줄기를 따르는 연작소설에 더 가깝다. 아직 2권을 읽은 상태가 아니라 전체적인 윤곽을 제대로 잡을 수 없지만 2권의 목차에서 1권에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단편처럼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구성이지만 그 밑에 흐르는 개척연맹과 콘클라베를 둘러싼 음모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아마 2권에서 그 핵심이 드러날 텐데 기대된다.

 

모두 일곱 에피소드다. 첫 에피소드 <B팀>은 이 소설의 핵심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량도 가장 많다. 이 에피소드에서 벌어진 사건이 이후 다른 에피소드에도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다. 물론 어떤 에피소드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바탕에 흐르는 것은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다. 바로 이 때문에 각 에피소드를 읽을 때 어떤 단서가 있는지 조금 더 집중하게 된다. 대부분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하고 에피소드가 주는 재미에 빨려 들어간다. 개인적으로 어떤 연관성을 가진 것인지 발견하지 못한 두 번째 에피소드 <널판을 걷다>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개척 행성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전작들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작가는 이야기를 만들고 이것을 꼬아서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SF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 바탕에 깔린 것은 인간과 권력과 욕망 등이다. 기술적 과학적 외피를 벗겨내고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극이나 그 어떤 사실적 소설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다양한 표현 방식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과거의 인종주의자가 우주로 나가서는 또 다른 인종주의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리고 어려운 과학을 힘들게 설명하지 않으면서 설명하는 기술은 장르 소설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페리가 콘클라베 무역선을 이끌고 지구에 온 이후 개척연맹의 거짓이 드러났다. 신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개척연맹의 일부가 분명히 음모를 꾸미고 있다. 그 첫 이야기가 <B팀>에서 시작한다. B팀도 A팀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뭐 나중에는 그들의 활약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게 되면서 특별팀으로 불려야하겠지만 말이다. 아직 퍼즐 맞추기의 초반전이다. 그래서인지 에피소드 각각이 독립적으로 보인다. 해리가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많지 않아 살짝 불만이 있지만 후반부에 가면 각 에피소드가 하나로 이어질 것이다. 아니면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

 

복잡한 듯한 구성이지만 재미있게 흘러간다. 과학소설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고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경험이 있다면 더 재미있겠지만. 이전에 우주에서 펼쳐지는 전쟁을 더 선호했는데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조금 다른 재미를 알게 되었다. 단편 SF걸작선들을 읽을 때 느낀 재미와 유사하다고 하면 너무 과한 평가일까? 해리와 슈미트, 슈미트와 아붐웨, 해리와 콜로마 등의 관계는 갈등과 협력 관계를 아주 잘 만들어내는데 읽으면서 어떤 방향으로 튈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문제를 해결한 후 새로운 문제가 드러나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이것은 전형적인 시리즈물의 특징이다. 그 덕분에 독자는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하지만. 그리고 언제쯤 소르발이나 가우와 해리 윌슨이 만날지도 궁금하다. 이들이 만나면 음모의 핵심에 도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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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휴고상 수상작이다. 다른 설명이 상당히 부족한데 미국 남북전쟁 참전군인 에녹 월리스가 나이를 전혀 먹지 않은 채 현대에 생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외계기술, 미래예측, 핵문제 등은 그 당시 분위기를 잘 드러낸 sf가 아닐까 생각한다.

 

 

 

 

히가시노 게이치를 왜 김연수가 추천했지 하면서 의문을 가졌는데 자세히 보니 히라노 게이치로다. 범죄로 인한 개인 혹은 사회의 분열과 파국을 심도 있게 담아내었다는데 히가시노 게이치의 소설처럼 빠르게 읽히지는 않겠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는 만들 것 같다. 예전에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힘들어했는데 이번에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개인적 복수와 정치적 이유로 악용되는 사형제도의 현실을 극사실주의로 완성해낸 범죄 스릴러소설의 걸작'이란 평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형제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물론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감정이 우선될 가능성이 더 높지만.

 

 

 

 

 매튜 스커더 시리즈 2권이다. 시리즈 다른 권부터 나왔다가 이제 1권부터 다시 나오고 있다. 이전 소설 같은 재미가 조금 부족한 느낌을 준 시리즈 1권을 넘어선 재미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먼저 나온 시리즈에 비해 재미가 부족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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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작가의 열두 빛깔 소설들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박연진 옮김 / 솟을북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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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가 쓴 첫 단편소설집이다. 최근에 한국 단편소설도 잘 읽지 않는 내가 이 단편집을 선택한 것은 바로 그녀의 유명한 베스트셀러 에세이 때문이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유명하고 호평이 이어졌다. 이런 간단한 정보만 가지고 읽은 이 단편집은 역시 단숨에 읽히지 않았다. 낯선 문화와 간단한 에피소드들이 긴 호흡에 익숙해진 나에게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짧은 순간의 재미에 빠져 감탄한 작품도 있다. 어쩌면 한 편을 읽은 후 잠시 그 단편을 돌아봐야 했는지 모른다. 좀더 꼼꼼하게 읽어야 했던 작품도 있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은 단숨에 단편을 모두 읽은 다음이면 늘 생긴다.

 

열두 편이다. 표제작인 <순례자들>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들의 농담과 질주가 그 어떤 감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엘크의 말> 또한 서로 다른 감정과 생활 습관이 충돌하는 부분에서 나만의 지점을 찾지 못했다. 그 감정의 고저가 만들어내는 심리 묘사가 눈에 들어올 뿐이다. <동쪽으로 가는 엘리스>는 두 남매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남자 형제들이 살아온 삶을 보면서 황당한 느낌이 들면서 그녀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그녀 앞에 펼쳐질 미래가 어떨지 상상하게 된다. <새 사격>은 허세 가득한 한 남자의 행동으로 가득하다. 그 허세가 읽는 내내 불편했다.

 

<톨 폭스>는 길을 마주한 두 술집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부부가 따로 운영하던 술집 중 남편 것이 문을 닫는다. 그 집을 다른 사람이 인수했는데 그곳을 방문한 아내가 그곳에서 본 것을 기억과 연결해서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착륙>은 새로운 삶을 꿈꾼 한 여자의 행동이 제목과 겹쳐진다. 과거와 다른 삶을 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마지막 문장은 그들의 미래를 암시한다. <와서 이 멍청한 녀석들 좀 데려가게>는 부자 친구에 기생해 살고 있던 남녀들의 위험한 파국을 보여준다. 위험한 상황을 만든 것을 증오하는 감정의 증폭은 인간의 심리 중 가장 즉흥적이면서 사실적이다. <데니 브라운이 몰랐던 많은 것들(15세)>은 순수함과 사랑이 느껴진다. 이야기 면에서 가장 마음에 든 작품 중 한 편이다.

 

<꽃과 여자의 이름>은 개인적으로 가장 몰입도가 좋았다. 한 노화가의 과거 추억을 풀어내는데 그 순진함과 패티쉬적인 상황이 과연 어느 방향으로 튈지 계속 궁금하게 만들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란 단어가 뒤섞이면서 만들어낸 현재와 과거도 의도적인 설정으로 재미있었다. <브롱크스 터미널 청과물 시장에서>가 더 관심을 끈 것은 한국인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허리 다친 지미의 노조 위원장 도전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하다. <‘명성 자자한 자르고 붙여 불붙이기’ 담배 마술>은 가장 재미난 단편 중 한 편이다. 광기와 마술이 뒤섞이고, 재능이 꽃피우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더 없이 참한 아내>는 역설적이다. 수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했지만 그 어떤 감정의 질척임이 없다. 환상으로 펼쳐지는 그녀의 마지막 운행은 어떻게 보면 황당할 수 있지만 아주 기쁨으로 가득하다. 실제 현실에서 이 상황이 펼쳐지면 온갖 사건, 사고가 다 벌어지겠지만.

 

지나간 시간을 간결하게 줄이고 하루나 그 순간을 포착해 풀어낸 단편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삶이나 행동이나 심리가 나에게 모두 공감을 불러온 것은 아니지만 많은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음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상상하는 즐거움은 상당하다. 하루키가 단편을 장편으로 발전시킨 것처럼 작가도 이 단편 한두 편 정도는 단편으로 더 이야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그 결과라도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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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화전 - 지상 최대의 미술 사기극 밀리언셀러 클럽 133
모치즈키 료코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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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만으로 내용을 짐작하기 쉽지 않다. 회화란 제목이 들어간 것을 보면 그림 관련 미스터리다. 뒤편을 보면 위작, 도난, 밀매, 그리고 인생역전! 이란 단어가 보인다. 여기에 고흐의 명화 <가셰 박사의 초상>을 둘러싼 사기 게임이란 광고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대충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갈지 짐작이 된다. 하지만 이 짐작은 책을 읽으면서 점점 사라진다. 일반적인 미술품 미스터리와 전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진실은 가려져 있고 사기와 욕망과 오해 등이 복잡하게 엮여 정신없이 흘러간다.

 

도입부를 볼 때만 해도 어느 경매장 풍경과 다름없다. 고흐의 <가셰 박사의 초상>을 원하는 한 외국인이 있다. 그는 자신이 낙찰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이 당시는 일본 버블 경제가 절정기를 달리던 1990년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어떤 금액을 지불해서라도 얻고 말던 시기다. 당연히 머니 게임에서 그는 패한다. 이 그림은 일본돈 180억 엔에 일본인에게 낙찰된다. 이 낙찰 정보가 흘러나올 때만 해도 이 그림을 훔치는 치밀한 작전이 펼쳐지겠지 하는 예상과 함께 요즘 중국인들이 세계 미술 시장의 큰손이 되었다는 소식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뭐 이 둘은 소설 속에서 아무 관계가 없지만.

 

시골 부자집 장남으로 경영 감각이 없는 소스케는 당연하게도 사업에 실패한다. 그의 과거를 보면 전형적인 겉멋 가득한 사업가다. 이런 사람의 결과는 거의 대부분 정해져있다. 집에서 오는 지원이 끊어지면 사채에 손을 벌이고, 다시 집에 애원하는 수순을 밟는다. 어머니가 몰래 생활비 등을 마련해준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에 달했다. 이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주식 사기로 돈을 벌고 있던 야쿠자 야부키다. 주식 사기에 소스케를 끼어주겠다고 말한다. 필요한 돈은 천만 엔이다. 최소 3배, 많으면 10배 이상 벌 수 있다고 말한다. 딱 봐도 사기다. 그러나 돈이 궁한 그에게 이것은 다시없을 기회다. 어머니에게 어렵게 부탁해 천만 엔을 입금한다. 그 후 당연히 야부키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아카네. 긴자 호스테스 출신이다. 거품 경제 시기 아주 잘 나갔다. 업소 탑을 다툴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도 거품의 끝자락에 빚 때문에 야반도주한다. 10년 간 지방을 돌아다니며 작은 가게를 겨우 차려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한 통의 전화가 온다. 그녀가 떼먹은 빚에 이자까지 갚으라는 전화다. 이자가 이자를 쳐서 원금 천만 엔을 넘어 3천만 엔 이상된다. 이때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있던 한 남자가 주식 사기에 대한 정보를 준다. 최소 천만 엔이 필요하다. 그가 5백만 엔을 도와준다. 나머지는 그녀가 가게 담보 대출을 채운다. 역시 이것도 사기다. 채권자에 대한 공포와 욕심이 엮이면서 환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기 당한 두 사람이 만난다. 서로를 의심한다. 이때 아카네 가게로 찾아오곤 했던 한 남자가 등장한다. 시로타다. 그는 엄청난 도난극을 제시한다. 그의 계획은 무모하고 대범하고 직선적이다. 이 계획을 보면서 왜 이들을 계획에 끌어들였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단순히 사기 당한 것에 대한 회복이라고 말하기엔 둘은 너무 평범하다. 의문은 의심으로 바뀌고, 그 순간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씩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이 엄청난 계획이 품고 있던 원래 설계가 드러나는 순간까지 복잡하게 엮이면서 이야기는 흘러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면 친절한 설명으로 전체 윤곽을 하나씩 이해하게 된다. 아마 이 부분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허공에 붕 뜬 상태에서 끝났을 것이다.

 

소스케. 아카네. 시로타. 세 명 중 둘은 장기판의 단순한 말이다. 그들을 움직이는 인물은 따로 있다. 이 거대한 계획을 기획하고 진행한 인물은 다른 사람이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 인물이 등장하고 왜 이런 계획을 세웠는가 알려줄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와중에 거품경제 시기 고액의 미술품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준다. 아카네의 빚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도 알려준다. 보통 사람들의 감각과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이해불가능의 세계에 대한 반전을 노리고 펼쳐지는 이야기가 바로 대회화전이다. 이것은 제목이자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전시회 광고이자 미술품 시장에 대한 풍자다. 진정한 재미를 누리기 위해서는 조금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읽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읽고 난 후에는 미술세계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동시에 거품경제가 어떤 것인지 조금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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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 - 라만차 돈 키호테의 길
서영은 지음 / 비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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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평론가들이 최고의 소설로 꼽는 책이 바로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다. 누구나 알고 있는 캐릭터지만 정작 끝까지 읽은 독자를 찾으면 몇 되지 않는 소설이 바로 <돈 키호테>다. 아닌가?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 고전을 상당히 읽었다고 자부하는 나지만 왠지 이 소설은 아직까지 읽지 못했다. 2권까지 사 놓은 것이 20년은 넘은 것 같은데 말이다. 뭐 이런 책들이 한두 권이 아니지만. 그래도 최고 소설에 대한 목록이 나올 때면 읽어야지 마음을 먹게 된다. 실행은 언제나 실패. 그러다 손에 들어온 이 책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돈 키호테에 대한 생각을 많은 부분 새롭게 만들어줬다. 아마 나중에 읽게 된다면 그 영향과 여운이 조용히 스며들 것 같다.

 

서영은 작가가 식사 자리에서 출판사 사장에게 돈 키호테가 얼마나 성서적인 인물인지 설명했는데 출판사 사장이 그 내용을 책으로 내자고 한다. 며칠 후 출판사에서 사람을 보냈다. 편집장이다. 돈 키호테의 루트 탐색에 동행할 사람이다. 그렇게 이 두 사람은 마드리드에 왔다. 여기에 현지에 살고 있는 한 명이 더 동행에 참여한다. 그녀는 차를 운전하고 예약하고 이 일정을 좀더 편안하게 진행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없었다면 이 책의 탄생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힘들게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설고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가이드의 존재는 언제나 빛날 수밖에 없다.

 

마드리드를 떠나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돈 키호테의 루트를 따라가지만 곳곳에 세르반테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많은 스페인의 마을들이 돈 키호테로 먹고 사는지 놀랐다. 물론 이런 곳만 다녔기 때문에 더 그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각각의 마을에 세워진 동상이나 기념품 등을 생각하면 그 예상을 초월한다. 하나의 마을에 머물면 그 곳의 인상을 말하고 에피소드가 있는 곳이면 원작의 인용도 같이 곁들여진다. 이 인용은 순전히 작가가 선택한 것이다. 이렇게 되기 전 그녀는 다시 <돈 키호테>를 읽고 수많은 주석과 감상을 적어둔 상태다. 작가가 성서적으로 느낀 돈 키호테가 쉼없이 흘러나온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성서적 인물 돈 키호테가 이 책의 주제다. 이것을 조사하고 느끼고 발견하는 것이 바로 이 여정의 핵심이다. 동시에 세르반테스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나온다. 읽으면서 이전까지 몰랐던 세르반테스의 과거와 그 시대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돈 키호테에 대한 설명 중 내적 동기를 ‘미침’ ‘광기’ 등의 정신병리학적 광기가 아니라 ‘의지적 열정’으로 해석한 부분은 아주 강하게 와 닿았다. 흔히 우리는 그를 희화해서 미친 놈 취급하지만 그의 의지적 열정이 얼마나 강렬했는지는 쉽게 잊는다. 이 때문에 돈 키호테와 산초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작가가 인용하는 문장들과 그녀의 단상이 엮이면 상당히 무거운 내용으로 바뀐다. 빠른 속도로 읽히던 책이 잠시 멈추어 설 수밖에 없다.

 

돈 키호테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두 인물이 있다. 산초와 둘시네아다. 그리고 그의 애마 로신안떼도 빼놓을 수 없다. 산초는 의지적 열정에 사로잡힌 돈 키호테를 뒤따라 다니면서 자신의 이익을 생각한다. 반면에 둘시네아는 돈 키호테의 환상이다. 말 안장을 두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읽으면 돈 키호테가 분명하게 보인다. 둘시네아도 마찬가지다. 의지가 바로 선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변함이 없다. 아마 돈 키호테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광기에 사로잡혀 풍차에 돌진한 인물의 인상을 충분히 지워낼 에피소드다. 이런 에피소드를 뽑아내고, 과거와 현재의 경제 상태를 살짝 버무려 내놓은 것은 작가의 영적 경험과 삶에 대한 고찰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스페인이지만 나중에 가게 된다면 아마도 이 책이 조금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또 다른 방법 하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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