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해태
조 메노스키 지음, 박산호 옮김 / 핏북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작가 겸 프로듀서였다.

이름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킹 세종 더 그렝트>란 세종대왕 관련 소설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스타트렉’ 시리즈의 팬은 아니지만 이 드라마는 여기저기서 조금 봤다.

엄청난 팬덤을 가진 시리즈인데 이 시리즈의 작가라는 점은 대단한 일이다.

이런 과거와 별개로 우리가 흔히 보는 해태를 소재로 소설을 썼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다.

어느 순간 너무 흔하게 봤던 것이라 과자 브랜드로 더 인식된 이름이다.

그리고 이 신수를 현대와 어떻게 연결해 이야기를 풀어갈까 궁금했다.

그 결과는 나의 예상을 뛰어 넘었고, 다른 세계관을 끌고 와 연결했다.

그가 판타지 세계 속으로 끌고 온 이세계는 그리스의 신들이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해태는 한 마리가 아니다.

주인공 윈디는 아기 시절 고층 건물 화재 속에서 살아 남았다.

사실은 윈디 속에 있던 해태가 그 불을 모두 먹은 것이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이 화재로 그녀의 엄마는 죽고, 아버지는 바람 피웠던 여자와 결혼했다.

새엄마의 학대에 있던 그녀가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은 그녀의 능력이 발휘된 그 순간이다.

그리고 그녀는 밤에 둔주 상태에서 집안을 돌아다닌다.

이 둔주 상태에서 불이 난 곳으로 가 그 불을 먹어 치운다.

이런 그녀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도 해태다.

자신들과 같은 해태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윈디의 주변을 맴돈다.


서울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난 대형 화재, 화재가 일어나기 전 화재 경보.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대형 화재가 갑자기 꺼진다는 것이다.

소방관들이 보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피해자 없는 대형 화재가 이미 두 건 발생했고, 갑자기 꺼졌다.

그리고 이 불에 관한 두 인물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 명은 휜드가 처음 능력을 발휘한 화재에서 하반신 마비가 온 소방관 종남이다.

다른 한 명은 무당 매화를 통해 새로운 차원에서 과학 기술을 얻으려는 강인화다.

서로 엇갈리고 화재가 연속으로 일어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


이야기의 진행이 상당히 빠르고 예상하지 못한 등장과 장면들로 이어진다.

하나의 장면을 길게 끌고 가기보다는 장면을 빠르게 진행시키면서 속도감을 높였다.

주요 인물 주변에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확장한다.

예상하지 못한 확장 중 하나가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이 현실에 뛰어든 것이다.

그들이 현실 속에서 등장하는 장면 중 일부는 신화의 재현이다.

이 연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인간에게 불을 준 프로메테우스다.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 불을 먹는 신수 해태.

흔한 대결 구도에 대한 예상은 빗나가고, 다른 대결들이 펼쳐진다.

화려한 액션 마무리를 기대했는데 이 기대도 빗나갔다.

하지만 곳곳에 풀어놓은 한국 신화와 전래 동화 속 존재들이 재미를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쿠키런 킹덤 17 : 검은 성벽 아래 설원 - 오리지널 레벨업 코믹북 쿠키런 킹덤 17
김강현 지음, 김기수 그림 / 서울문화사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쿠키런 킹덤 시리즈 17권이다.

홀리베리 왕국의 사건을 해결하고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

동료인 골드치즈 쿠키를 찾기 위해 스타더스트 쿠키에게 도움을 청한다.

스타더스트 쿠키를 부르기 위해 불꽃놀이용 폭죽을 터트린다.

아름다운 폭죽이 하늘에 하나의 문양을 만든다.

용감한 쿠키와 친구들이 먹방을 하는 도중 스타더스트 쿠키가 도착한다.

골드치즈 쿠키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스타더스트 쿠키가 거절한다.

하지만 달빛술사 쿠키를 찾아주면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이렇게 용감한 쿠키 일행과 스타더스트 쿠키가 함께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


이번 모험이 시작되기 전 어둠마녀 쿠키가 부활한다.

이 소식을 용감한 쿠키 일행에게 전달한 것은 스타더스트 쿠키다.

그리고 어둠마녀 쿠키가 부활하면서 새롭게 이 무리에 합류하는 괴물이 등장한다.

이 무시무시한 괴물이 다음 이야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어둠마녀 쿠키 부활 이야기 속에 작가는 살짝 변수를 집어넣었다.

이 변수가 예상한 것과 맞을 지, 어떤 식으로 풀릴지 기대된다.

어둠마녀 쿠키의 부활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역시 소울잼이다.

완전하지 않은 소울잼이지만 그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


어둠마녀 쿠키 이야기와 달리 용감한 쿠키 일행은 달빛술사 쿠키를 찾아 떠난다.

이번 모험은 다른 차원으로 떠나는 모험을 그려내고 있다.

퓨어바닐라 쿠키가 거울 마법을 이용해 차원여행이 가능한 기차역에 들어온다.

이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사면서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들은 소소한 재미를 준다.

달빛술사 쿠키가 있는 세계는 꿈세계이고, 이들은 이 기차를 타고 떠난다.

작가는 이 여행 과정에 아주 다양한 모습을 가진 쿠키들을 등장시킨다.

일반적인 쿠키와 모양이 다른 쿠키들의 등장은 또 다른 재미다.

용감한 쿠키 일행이 탄 기차가 우주를 달리는 장면은 ‘은하철도 999’가 떠오른다.

꿈세계까지 도착하는 과정에 일어나는 작은 에피소드는 어딘가에서 볻 듯하지만 재밌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된 후 새로운 모험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그려내었다.

액션이나 화려함은 조금 부족하지만 다른 볼거리로 이것을 채웠다.

글자를 잘못 읽으면서 생기는 탑승 실수.

만약에 이번 기차를 놓쳤을 때 기다려야 하는 아주 긴 세월.

다양한 세계를 연결하면서 다차원 우주에 대해 설명한다.

홀리베리 쿠키의 활약 후 나오는 블랙홀 이야기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췄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꿈세계역과 달빛술사 쿠키의 흔적.

다음 권에서 달빛술사 쿠키를 만나는 과정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벌써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굴 죽였을까
정해연 지음 / 북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총사, 선혁, 필진, 원택은 숲속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들 근처 청소년수련원에서 다른 도시 학생들이 신나게 노는 소리가 들린다.

원택이 임신한 선생님에게 위협을 가한 것 때문에 생긴 문제에 대해 변명한다.

이때 어두운 숲에서 한 학생이 나타난다.

청소년수련원에 온 다른 학교 학생이다.

이들은 몰래 수련원을 나온 학생의 돈을 빼앗으려고 한다.

이 학생은 도망치고, 빼앗긴 지갑을 찾으려고 달려든다.

원택은 돌로 이 학생의 머리를 때려 죽인다.

삼총사는 이 시체를 자신들의 아지트 근처에 묻었다.


9년의 시간이 흘렀고, 선혁은 부고장을 받았다.

삼총사 중 한 명인 원택이 죽었다는 부고장이다.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필진을 만나 잠시 회포를 푼다.

그리고 원택이 누군가에게 타살당했다는 소식을 형사에게 듣는다.

원택의 입 속에 넣어져 있던 쪽지는 삼총사를 분명하게 가리킨다.

그날 이후 이 삼총사는 서로 데면데면한 관계였고, 연락도 뜸한 상태다.

원택은 조폭 조직에 들어갔고, 사기 등을 치면서 살았다.

그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이 범인이지만 쪽지가 범위를 한정시킨다.

9년 전 사건을 아는 독자들은 범인이 그 사건의 가족일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선혁과 필진은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를 결코 경찰에 말할 마음이 없다.


선혁은 아동보호시설을 나온 후 원택 등과 연락을 끊고 회사에 들어갔다.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도 생겼고, 그녀와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원택의 죽음과 그에게 남겨진 쪽지가 불안감을 조성한다.

과거 사건을 아는 사람은 그들 삼총사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필진과 만나 이 일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다.

혹시 생길지 모르는 일을 대비해 차 대신 택시를 타고 간다.

필진이 먼저 들어가 알려준 방에서 선혁은 필진의 시체를 발견한다.

필진의 아내는 선혁이 범인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남편이 나가면서 한 말 때문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선혁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순서에 의하면 다음 살해 대상은 선혁이 분명하다.

선혁은 자신들이 죽인 학생의 가족을 찾아가려고 한다.

당시 그 학교 학생의 가족사항을 얻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다.

총학생회에 전화를 해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데 예상하지 못한 일을 마주한다.

이전까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건의 이면이 벗겨지는 순간이다.

왜 그렇게 그 학생이 얼마되지 않는 돈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지도 나중에 나온다.

형사들은 수사를 통해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과거 사실에 한 발 다가갈수록 범인의 윤곽은 점점 뚜렸해진다.

실제 소설 중간 정도만 읽어도 누가 범인인 줄 쉽게 알 수 있다.


뛰어난 가독성을 가지고 있고, 빠르게 진행된다.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선혁의 행동을 통해 그날의 진실에 다가간다.

한 소년의 죽음, 한 가정의 파괴, 망가진 가족의 삶.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저지른 살인의 결과가 만들어낸 연쇄 살인.

누가 범인인지 아는 것보다 이런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더 눈길이 간다.

복수의 손길은 점점 더 가깝게 다가오고, 자신이 힘겹게 얻은 행복은 내려 놓기 싫다.

그 행복이 자신의 실수 위에 세워진 모래성이란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마지막 장에서 ‘누굴 죽였을까?’ 묻지만 핵심은 살인과 시체 은닉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참혹한 살인을 숨기면서 생긴 반작용이다.

살인자의 광기와 악다구니는 망가지고 무너진 가족의 처절한 외침이자 몸부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의 모든 버전
그레이스 챈 지음, 성수지 옮김 / 그늘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변소설에 대한 나의 무지 하나를 먼저 말하자.

사변소설이란 단어를 보고 일본의 사소설과 같은 것으로 잘못 알았다.

찾아보니 사변소설은 미래의 인간상이나 사회상에 대한 사색을 중심으로 하는 소설이다.

영어 speculative fiction의 번역어이다. 처음 알았다.

르 귄과 밸러드 같은 작가의 작품들이 이 계열이라고 한다.

르 귄의 소설을 읽으면서 본 듯하지만 내 취향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

이 소설을 읽은 것은 SF소설이기 때문이다.

최근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 인간의 정신을 업로딩하는 문제를 다룬다.

그 규모가 나의 예상을 넘어섰고, 사고 실험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2088년 지구온난화로 인간의 삶은 점점 열악해진다.

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호주는 뜨거운 열기와 먼지로 마스크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다.

사람들은 가상의 세계 가이아에 접속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직장도 가이아 안에서 얻고, 음식의 맛도 이 가이아를 통해 맛볼 수 있다.

현실에서의 만남보다 가이아에서의 만남이 더 일상적인 세계다.

주인공 타오이는 중국계이고, 남자 친구 네이빈과 함께 살고 있다.

네이빈은 몸이 아파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둘은 서로 사랑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이 차이는 소설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된다.


이 가상세계는 정확하게 인지하지 않고 읽다 보면 현실과 뒤섞인다.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음식을 먹고 술을 먹는 공간이 가이아 안이다.

가이아에 로그인하는 장소는 정해져 있지만 사람들은 현실보다 이 공간에서 만나길 더 좋아한다.

가이아에 접속하는 기계를 통해 영양분들을 흡수할 수도 있다.

타오이의 직장도 이 가이아 속에 있고, 접속해서 일을 한다.

삶의 많은 시간을 가이아 안에서 보내는 것이 아주 익숙하다.

이때 마인드 업로딩 기술이 현실화된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가이아에 올려놓고 그 속에서 살 수 있다.

번거롭게 로그인하고, 로그아웃할 필요가 없다.

가이아에 마인드 업로딩한 사람들의 신체도 필요 없다.


마인드 업로딩을 두고 두 연인의 의견 대립이 생긴다.

병이 있는 네이빈은 신체를 벗어 던지고 가이아로 옮겨가길 바란다.

아직 현실을 떠나고 싶지 않고 그 촉감을 가지고 있는 타오이는 주저한다.

타오이의 엄마는 병을 앓고 있는데 마인드 업로딩해서 생을 유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인드 업로딩해서 가이아로 떠난다.

재밌는 부분은 마인드 업로딩한 후 신체에는 그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SF소설이 뇌 데이터만 올린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남겨진 신체는 소각하거나 바이오로 처리한다.

이 마인드 업로딩의 속도는 경이적이라 인류 대부분이 가이아로 떠난다.


마인드 업로딩한 사람과 로그인으로 접속한 사람의 차이가 나온다.

작가의 설명만 놓고 보면 기존과 큰 차이가 있다.

이 내용을 읽다 보면 그 수많은 데이터를 유지하고 보관하는 것에 의문이 생긴다.

이 거대한 데이터를 유지하는데 얼마나 큰 용량과 전력이 필요할까?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가이아 속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서버 등을 로봇이 관리한다고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이들이 가이아로 떠난 것이 지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이아로 떠나지 않은 사람들의 삶도 나오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다.

부분적으로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주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가 묵직해 시간이 좀더 걸린다.

이야기할 거리들이 가득한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암, 바람의 노래 - 팔만대장경을 둘러싼 역사 무협 팩션
손선영 지음 / 트로이목마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손선영 작가의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최근에 나온 책들이 있나 검색해보니 신간이 보이지 않는다.

한때 즐겨 읽은 작가인데 소설 쪽보다 영화 쪽에 더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작가가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조사했던 역사 등을 기록한 것이다.

기준이 되는 사료가 없고, 민간전승이나 야사를 통해 그 기록을 확인했다.

우리 역사 기록물에서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일본에 남아 있는 기록을 찾았다고 한다.

보통 열정과 정성이 아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임진왜란 당시 소암대사와 해인사 승병의 활약을 그린다.


솔직히 소암대사는 낯선 인물이다.

원효대사나 사명대사는 누구나 알 정도의 인물이지만 소암대사는 아니다.

홍의장군으로 불리는 곽재우도 유명하지만 그 활약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이런 인물들이 역사 속에 무수히 존재하지만 작가의 관심은 소암대사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소암대사와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엮었다.’

호국불교의 정통이 팔만대장경으로 이어져 있고, 왜군은 이것을 빼앗으려고 한다.

작가의 상상력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당시 조선을 유린하던 고니시 유키나카의 군대를 내세워 약탈하려고 한다.

이 작전의 배후에는 일본의 쇼군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있다.

그들의 거침없는 진군은 잠시 해인사 등에서 멈춘다.


작가는 세 곳을 집중으로 다룬다.

하나는 소암대사가 거주하는 해인사다.

두 번째는 팔만대장경을 약탈하기 위해 달여오는 고니시이 군대다.

마지막 하나는 일본 본토에서 이 전쟁을 지켜보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다.

일본의 전국전쟁이 토요토미에 의해 마무리된다.

그가 일본의 지배자가 되지만 아직 몸을 웅크린 채 기회를 기다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있다.

일본군이 전체 병력을 조선으로 내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도쿠가와다.

작가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깔아두고 과거의 전투를 새롭게 해석한다.

대표적인 것이 탄금대에 배수진을 친 신립 장군이다.


해인사에 대한 설정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무승의 존재다.

중국 소림사와 맞짱을 떨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현재도 이런 무승들이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들의 무술이 뛰어나 소림사까지 소문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 소림사의 최고수 중 한 명이 절기의 유실을 두려워해 해인사에 기거한다.

그리고 무려 500여명의 무승들이 고니시의 1만 군사에 맞서 싸운다.

당연히 전면전이면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첩첩산중에 위치한 해인사의 지리와 무승의 존재를 몰랐던 왜군 덕분에 대결이 가능해졌다.

소암대사 등은 왜군들에게 다양한 군사 전략을 동원해 큰 타격을 입힌다.

숫자가 많이 줄었다고 해도 적의 숫자는 여전히 많다.


소설 속에서 소암대사의 무기는 언월도다.

삼국지에서 관우가 사용하는 것 같은 큰 무기다.

이 무기를 들고 적진을 달려 왜군을 베어 넘긴다.

다른 무승들도 저마다의 무기를 들고 싸운다.

하지만 절대적인 숫자의 부족과 왜군들이 전쟁으로 단련된 군사란 부분이 전쟁을 힘들게 한다.

다행이라면 군사들이 한꺼번에 진입하기 힘든 지형이란 것 정도다.

한밤을 지나 다음 날 오후까지 이어지는 긴 전투는 소암대사와 승병들의 무력에 의해 멈춘다.

작가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소암대사의 이순신 장군의 위치까지 올려놓는다.

바다에서는 이순신의 그림자, 땅에서는 소암대사의 발소리만 들어도 피하라고 말한다.

내가 예상한 무협은 아니지만 하룻밤의 전투를 아주 재밌고 멋지게 그려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