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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안나
알렉스 레이크 지음, 문세원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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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 유괴를 소재로 한 심리스릴러다. 표지에 나온 ‘유괴한 딸이 돌아오는 순간, 끔찍한 악몽이 시작된다.’란 문구는 이 소설의 특징을 잘 표현한다. 실제 분량도 유괴와 그 이후가 비슷하다. 소설은 유괴된 이후 7일간과 아이가 돌아온 이후로 나누어서 진행된다. 유괴된 7일간은 엄마의 실수와 가정의 불화 등을 섬세하게 다룬 심리 묘사가 주 내용이고, 돌아온 이후는 이전까지 쌓였던 감정이 폭발하는 과정과 유괴의 숨겨진 비밀을 다룬다. 개인적으로 속도감 있게 읽은 것은 역시 후반부다. 예상한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정신없이 끝까지 달리게 된다.

 

표지의 광고 문구를 읽고 잠깐 착각한 부분도 있다. 분량을 잘못 예측한 것이다. 주된 내용이 유괴된 딸이 돌아온 이후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유괴된 7일간은 긴장감이 조금 부족했다. 줄리아 가족의 과거와 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부분과 줄리아의 실수를 두고 파고드는 언론과 SNS의 모습은 그렇게 낯선 장면이 아니었다. 다른 작품들에서 자주 보았기에 더욱 그런지 모르겠다. 딸의 실종 이후 몇몇 장면은 나의 정서와도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실종을 유괴로 단정한 이후 벌어지는 상황과 이것을 둘러싼 감정은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아이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 구성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유괴된 7일 동안 유괴범의 행동과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매일 시작하는 도입부에 유괴범의 이야기가 나와 이 유괴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돈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부모에게 연락을 했을 것이고, 아이를 성매매나 다른 용도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면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이 유괴가 의도한 최종 목표가 누군지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모든 것을 위한 장치들이 유괴된 7일 동안 계속해서 이어진다. 진실은 아이가 돌아온 후 은밀하면서 재빠르게 진행된다.

 

줄리아는 초등학교 교사에 만족하는 남편이 불만이다.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야망이 없는 것이 계속 눈에 걸린다. 자신이 세운 기준에 남편 브라이언이 도달하지 못하자 이혼을 결심한다. 아이의 유괴는 바로 남편에게 이혼을 말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일어난다. 문제는 이혼전문변호사인 그녀가 아이를 데리러 가는 시간에 늦었다는 것이다. 사전 연락도 없이. 언제나 아이들은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사고난다. 방심은 무슨 일을 불러올지 모른다. 아이는 사라졌고, 부모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화목한 가정이라면 부부가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으면서 이 상황을 이겨나가겠지만 이 부부는 이미 이혼을 결심한 상태다. 그들의 이 상황은 밖으로 드러나고 줄리아에게 더욱 나쁘게 작용한다.

 

언제나 조작된 진실은 사실 몇 개와 거짓으로 채워져 있다. 언론에 발표된 기사 내용과 SNS 내용들은 줄리아를 공격한다.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언론이 제공한 기사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무자격엄마라는 해시태그가 붙고, 사람들의 악평과 질시를 받는 존재로 전락한다. 모함이 가미된 게시글이지만 이전까지 그녀가 보여준 몇 가지 행동들은 완전히 그녀에게 감정이 이입되는 것을 차단한다. 어떤 대목에서는 현실적일 수 있지만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순간이 오는데 그것은 안나를 위한 그녀의 아주 처절한 행동 때문이다.

 

읽으면서 왜 범인은 안나를 돌려보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생겼다. 하지만 유괴 이후가 펼쳐지고, 하나의 가정을 세우면서 점점 사라졌다. 시어머니와 줄리아의 대결 구도로 바뀌면서 누구 더 착한 쪽인가 하는 의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줄리아 역시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부간의 첫 싸움은 누가 더 준비를 잘 했는가로 결판난다. 예상한 결과다. 하지만 반격이 바로 시작된다. 이 반격으로 법정스릴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는데 빠르게 분위기가 바뀐다. 그리고 하나씩 나오는 숨겨진 과거는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읽으면서 계속 설마? 하고 생각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이 아쉬웠다. 깔끔한 맛은 있지만 두려움이란 강한 여운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심리스릴러를 좋아한다면, 길리언 플린을 좋아한다면 분명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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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변호사 고진 시리즈 5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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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고진 시리즈 최근작이다. 이 시리즈 첫 작품인 <어둠의 변호사 - 붉은 집 살인사건> 이후 처음 읽는다. 그 사이에 다른 시리즈 한두 권 읽었다. 이 글을 쓰면서 이전 서평을 다시 읽었는데 콤비의 활약을 기대한다는 글이 보인다. 고진과 이유현 형사 콤비다. 이번 작품에서 이 콤비의 활약은 그렇게 많지 않다. 어떻게 보면 고진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다. 법정에 서지 않는 변호사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이 작품에서는 법정에 나와 멋진 법정극을 펼친다. 작가가 현재 부장판사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주 현실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 물론 이것은 한 번도 형사 법정을 보지 못한 나의 경험에 의한 판단이다.

 

이번 작품은 증거가 부족한 피고인을 구제하기 위해 법정에 출두한 변호사 고진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변호사, 조금 특이하다. 우리가 흔히 법정 드라마에서 보게 되는 열정적이거나 냉철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를 잘 아는 이유현의 시선으로 볼 때도 특이하다. 분명하게 피고인을 변호하고 있지만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대충 시간만 때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의 노력과 현실 파악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의 매력은 바로 여기 있다. 증거가 부족한데도 소거법에 의해 범인으로 단정한 피고인을 악착같이 감옥에 넣으려는 악당 검찰과 실제 어둠의 변호사지만 피의자를 최선을 다하는 고진의 대결 말이다.

 

고진은 어느 날 한 미모의 중년여성으로부터 남편을 죽여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어둠의 변호사란 별명 때문에 생긴 오해다. 당연히 거절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그는 그 여자의 변호사로 법정에 선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법정에 선 적이 없는 그인데 말이다. 이 사건의 피고인 김명진은 아주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다. 이 미모 때문에 20년 전 그녀는 네 명의 복학생과 함께 어울려 다녔고 동시에 프로포즈를 받는다. 농담처럼 달리기로 결정하자고 말한다. 운동장 20바퀴 돌기다. 4명이 달렸고, 한 명이 중간에 화를 내면서 포기했고, 3명은 열심히 달렸다. 그리고 한 명이 이겼다. 그가 그녀의 남편 신창순이다. 가장 먼저 포기한 인물은 임의재고, 중간까지 달린 것은 남궁현, 마지막까지 경주한 것은 한연우다.

 

신창순의 시체가 발견된 곳은 블라디보스토크다. 죽은 지 일주일만에 발견되었다. 러시아 검시관의 부검결과다. 그를 죽일 용의자는 아내와 그의 대학 동창들 밖에 없다. 그런데 출입국 기록을 보니 아내 김명진을 제외하면 아무도 그 시간에 블라디보스토크에 없었다. 검찰이 판단하기에 가능성이 있는 인물은 아내밖에 없다. 그 유명한 소거법에 의한 결론이다. 그런데 그녀가 살인을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너무 없다. 거짓말 탐지기를 제외하면 특히. 첫 공판에서 고진이 이 거짓말 탐지기 기록을 증거에서 빼달라고 한다. 검사의 물적 증거는 더 없어진다. 이때 검사가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한다. 배심원 제도다. 이제 검찰과 변호사의 싸움이 시작한다.

 

총 네 번의 법정 장면이 나온다. 각 공판이 상당히 긴 분량을 차지한다. 이 공판들은 판사의 역할은 거의 없다. 배심원 제도로 넘어갈 때 더 분명해진다. 물론 존 그리샴의 소설을 자주 읽은 독자라면 이때도 판사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간단한 중재와 조정만 할 뿐이다. 피고인을 유죄로 만들기 위해 비열한 수단도 주저하지 않는 검사와 성의없는 변론이지만 핵심을 파고는 변호사의 대결이 이어진다. 고진을 응원해서인지 왠지 모르게 검사의 비열함에 분노를 느낀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검사를 그렇게 만든 것인지, 아니면 실제 법정에서 이런 검사를 많이 본 것 때문에 이런 인물을 등장시킨 것인지 의문이다.

 

변호사지만 탐정의 역할을 더 잘하는 고진의 이번 활약도 결국엔 탐정으로 끝난다. 멋진 법정 드라마로 마무리하기에는 기본 설정 자체가 너무 허술하다. 증거가 범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진범이 필요한 상황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보여준 법정 드라마는 재밌다. 그리샴의 몰입도까지는 아니지만 각각 다른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는 대결은 흥미진진하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법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공판 사이를 채우는 것은 명진과 그 선배들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다. 그 사이에 조용히 흘러나오는 숨겨진 감정은 이 사건 해결의 단서다.

 

제목을 읽으면서 김명진의 무죄를 예상했다. 물론 반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악마가 누굴까 생각하면 진범일 것이란 단순한 추측이 가능하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하지만 금방 그가 악마가 아님을 안다. 악마의 정체가 드러날 때 이 법정이 끝나야 하지만 작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어떻게 보면 과유불급 같다. 고진의 변론이 너무 길고 정확해서 오히려 진정성이 떨어진다. 그 열정과 의지와 의도는 개인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만들 수 있지만 나에게는 그랬다. 법정에서 모든 것을 마무리한 것은 좋은데 그 트릭이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어디서 본 듯한 것이랄까? 그럼에도 잘 쓴 법정극을 보기 힘든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아주 반갑고 멋지다. 옛 기억과 추억을 불러오는 몇 가지 설정들이 지금도 강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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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전이의 살인 스토리콜렉터 42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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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만 놓고 보면 SF물이다. 거기에 본격추리물을 더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설정한 것이 SF라면 살인자가 누군지 추리하는 것이 본격추리다. 처음에 인격전이란 단어를 보았을 때 어떤 것인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흔히 영화에서 보던 몸과 영혼이 뒤바뀌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작가는 이것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인격전이가 이루어진 후 끊임없이 인격전이가 일어난다. 이 현상을 매스커레이드라고 말한다. 이 현상은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이것은 반복한다. 작가는 도입부에 이 현상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한다.

 

시작은 1970년대의 어느 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떤 날이다. 다니엘 아크로이드 박사는 연구실의 호출로 갑자기 돌아왔다. 그가 연구하는 곳은 국가 기밀 장소다. 그런데 이곳을 만든 것은 미국이 아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가 만들었다. 외계인 정도. 세컨드 시티라고 부르는 이곳은 현재의 과학으로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기계가 존재한다. 체임버라고 한다. 이 기계 속에 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가면 스플릿 스크린이 생기면서 두 사람의 인격전이가 일어난다. 세 명이 들어가면 세 사람의 인격전이가, 그 이상의 사람들이 들어가면 그 수만큼 인격전이가 일어난다. 아크로이드 박사는 CIA의 감시와 지원 아래 이 현상을 연구하고 조사한다.

 

과거가 이 인격전이에 관련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1990년대 어느 12월 20일에 한 일본인이 캘리포니아 주 S시 모 쇼핑몰에 온다. 에리오다. 그는 쇼핑몰 근처 버거 가게를 방문한다. 이 방문이 그의 삶을 완전히 뒤바꾼다. 이 버거 가게는 특이하다. 메뉴에 버거와 콜라의 품목이 하나밖에 없다. 바비가 알바로 일한다. 이런 곳에 중동인 하니, 남부 노인 랜디, 일본 여자 아야코, 프랑스 남자 알랭, 영국 여자 재클린 등이 이곳에 모인다. 랜디의 노골적인 일본인 혐오가 벌이지고, 아야코와 알랭의 일본어 대화가 있는 와중에 바비와 랜디의 충돌이 생긴다. 여기에 불을 지피는 인물이 미녀인 재클린이다. 바로 이때 지진이 일어나고 일행은 가게 안에 있던 셀터 속으로 피한다. 바로 이 셀터가 체임버다.

 

겨우 목숨을 살린 에리오는 스플릿 스크린을 본 후 기절했다. 다시 눈을 뜬 곳은 평온하다. 이런 그가 화장실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한다. 바로 인격전이를 한 자신의 모습이다. 그가 랜디로 인격전이한 것이다. 이 놀라운 현실을 앞에 두고 자신과 함께 피신했던 인물들을 만난다. 자신의 모습도 보인다.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몸의 주인과 인격체의 이름을 같이 쓴다. 예로 들면 에리오(=바비) 같다. 아야코를 제외한 모두가 죽었다. 이 죽음과 그들에게 일어난 인격전이에 대해 설명한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바로 아크로이드 박사다. 그 장소가 폐쇄된 후 처음으로 호출되었다. 그리고 그 장소와 더불어 인격전이에 대해 설명한다. 놀라운 사실 하나가 말해진다. 인격전이한 몸이 죽으면 그 속에 인격전이한 인물도 같이 죽는다. 다음에 벌어질 살인사건은 이것과 관계있다.

 

여섯 명의 사람들은 CIA가 제공한 고립된 장소에 머문다. 살인사건은 이때 일어난다. 매스커레이드 현상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랜디의 몸으로 잠든 에리오가 깨었을 때만 해도 평온했다. 다른 순서의 인물로 깨어났기 때문이다. 이 매스커레이드 현상은 하나의 규칙이 있다. 바로 순서대로 현상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중간에 누군가가 죽으면 그 몸에 들어간 인격체가 같이 죽는다. 밤 사이에 무시무시한 살인이 벌어진다. 에리오와 재클린은 이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이 와중에도 인격전이는 계속 벌어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두 사람이 살아남는다.

 

CIA가 이들을 왜 며칠 동안 격리시켜놓았을까? 다시 돌아온 그들이 이 상황에 깜짝 놀라지만 약간 무덤덤해보인다.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살인사건보다 인격전이가 그들은 더 흥미로운 것이다. 작가는 이 SF적인 상황을 하나의 논리 속에 차분히 풀어놓았다. 부드럽게 상황들이 넘어가지는 않는다. 작가가 만든 세계를 유심히 쳐다본다. 상황 설명이 살인사건의 단서를 제공하지만 분명하지 않다. 여기에 트릭과 추리가 살짝 끼어든다. 그림이 제공되어 추리를 더 쉽게 만든다. 그래도 쉽지 않다. 회색 뇌세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놀라운 현상을 작가는 분명하게 답을 내지 않는다. 작가의 가설에 동의할지 아니면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낼지는 독자 개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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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선 Oslo 1970 Series 2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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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오슬로 1970 시리즈 두 번째다. 전작이 오슬로에서 사건이 일어났다면 이번에는 북쪽 핀마르크 주 코순이 배경이다. 전작이 타고난 킬러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한 번도 누군가를 죽인 적 없는 킬러 이야기다. 그가 킬러가 된 것은 단순히 뱃사람이 오해했기 때문이다. 이 오해는 그가 필요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었고, 뱃사람의 부하라는 사실은 그가 쉽게 돈을 받는 해결사 역할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일 수 없는 킬러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 이야기는 바로 그 부분에서 시작한다.

 

자신을 울프라고 소개한 남자는 오슬로의 암흑가를 평정한 뱃사람을 피해 도망쳤다. 뱃사람은 전작에 나온 바로 그 사람이다. 그 후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데 뱃사람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울프는 사실 작은 마리화나 판매상일 뿐이었다. 뱃사람의 부하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계속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부하의 시체 옆에 울프 이름으로 등록된 총이 놓여 있으면서 그가 아주 탁월한 킬러라고 오해하게 된다. 당연히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오고, 이전보다 훨씬 좋은 수입을 얻는다. 그가 이렇게 돈을 모으는데는 이유가 있다.

 

울프가 낯선 마을에 왔을 때 배도 고프고 잘 곳도 없었다. 교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데 그곳에서 한 여자와 소년을 만난다. 레아와 크누트 모자다. 이 모자는 그가 희망을 잃고 죽음을 피해 도망친 그곳에서 조그만 희망을 품게 만든다. 특히 크누트는 그를 귀찮게 하면서 그의 고립을 막는다. 그런데 그가 도착한 코순은 조금 특이하다. 레스타디우스교가 번창한 곳으로 아주 보수적인 동네다. 레아의 아버지는 목사고, 그녀는 교회관리인이다. 우리가 흔히 길에서 보는 불신지옥, 예수천당 같은 느낌을 주는 종교라면 나의 표현이 너무 과장된 것일까? 최소한 크누트의 표현을 따르면 그렇게 느껴진다.

 

뱃사람은 시체를 보기 전에는 누가 죽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당연히 울프를 죽이기 위해 킬러를 고용했다. 운 좋게 처음에는 도망쳤지만 그 운이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그는 레아가 알려준 오두막에서 늘 긴장한 상태로 사방을 주시한다. 그가 사냥꾼이라고 말한 것 덕분에 레아 남편의 총까지 가지고. 울프는 용감한 사람이 아니다. 처음 뱃사람에게 불려갔을 때도 떨었다. 사람을 먼저 때리지도 못한다. 이런 그가 제대로 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근본주의자 동네라 술이 없을 것 같은데 밀주가 만들어진다. 목사의 사위는 늘 술에 취해 지냈었다. 술을 만드는 사람은 그가 처음 만났던 마티스다.

 

울프는 깊은 절망과 어둠속에서 산다. 이때 술은 가장 좋은 친구다. 동시에 가장 나쁜 습관이다. 작고 고립된 이 마을에 며칠 머물면서 울프는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레아와 마티스에 대한 과거다. 완전히 고립된 채 머물렀다면 몰랐을 텐데 마티스와 크누트가 그를 세상과 이어준다. 마티스의 결혼식 초대는 잘못된 방문으로 이어지면서 의도하지 않게 레아를 둘러싼 몇 가지 비밀을 알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아주 강렬하게 그녀가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한 편의 진한 로맨스 소설이다. 뭐 전편에서도 사랑 이야기는 있었다.

 

전편에 킬러가 피 튀기는 총격과 살인으로 쉴 새 없이 상황을 몰아갔다면 이번에는 뭔가가 터질 것이란 긴장감으로 분위기를 이어간다. 멋진 액션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울프의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즐긴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몇 번에 걸쳐 대화 속에 오해할 수 있는 문장을 넣어 두었는데 나중에 새로운 상황에서 볼 때 이것이 다른 의미였음을 깨닫는다. 교묘한 작업이다. 작가의 특기 중 하나다. 전작보다 조금 더 분량이 늘어났지만 해리 홀레에 비하면 아직도 짧다. 과연 다음 시리즈는 어떤 주인공이 나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뱃사람이 어디까지 나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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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여행 - 제주의 속살로 떠나는 특별한 감성 여행
김다니엘 글.사진 / 북카라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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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을 처음 의식한 것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제주편을 읽었을 때다. 하지만 읽고 2년이 지난 후 가면서 책보다는 그곳에 사는 후배의 정보에 더 의존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 속에 제주 일주를 하면서 꽤 많은 곳을 둘러보았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었다. 인터넷 검색과 현지인의 정보가 결합한 결과다. 이때 일정을 짜면서 오름에 관심을 두었지만 오름이라고 부르는 곳을 간 곳은 한 곳이다. 바로 윗세오름이다. 후배의 강력한 추천이 있어 반나절을 투자해 다녀왔다. 힘들지만 멋있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그런데 이 책에 그 오름이 나오지 않는다. 가장 유명한 곳인데 왜일까? 이 책의 목차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 중 하나다.

 

목차를 보면서 낯익은 곳이 몇몇 보인다. 성산일출봉, 수월봉, 송악산 등이다. 이 세 곳 모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한 성산일출봉이 만족도가 가장 떨어졌고, 송악산이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기대치와 비교했을 때 이야기다. 그런데 내가 이곳을 여행할 때 단 한 번도 이곳이 오름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나의 오름에 대한 지식은 오름이란 이름이 붙어야만 오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차를 보면서 둘러본 곳이 나와 괜히 반가웠다. 얼마 전 송악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볼 기회가 있어 더 반가웠는지 모른다.

 

제주에는 320여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 내가 둘러본 곳은 정말 몇 되지 않는다. 많은 오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오름 여행을 제대로 해볼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러다 윗세오름을 다녀온 후 살짝 오름에 대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5월의 뜨거운 햇살과 강한 바람과 멋진 풍경 등이 자연스레 떠올랐기 때문이다. 눈을 감아도 그때의 풍경 중 몇몇이 그냥 스쳐지나간다. 좋은 후배 덕분에 알찬 일정을 보냈다는 생각을 늘 하는데 이번에 한 번 더 느꼈다. 그리고 그가 추천한 곳 중 가보지 못한 몇 곳이 떠오른다. 다시 제주에 가면 한 번 둘러볼 생각이지만 현실의 여건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하지만 바람은 조용히 가슴속으로 불어온다.

 

모두 35곳의 오름을 다루는데 이 모든 오름을 저자는 한 달 동안 다녔다. 실제는 60여곳을 다녔다고 한다. 목적의식이 꽤 괜찮은 안내서 한 권을 만들었다. 물론 오름에 대한 정보로 가득한 사이트가 있을 수 있지만 책으로 묶여 나온 것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그리고 아주 가끔 봤던 예능에서 나왔던 오름이 말해질 때 올해 다녀올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이 생겼다. 혼자 다닌다면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오름들이지만 가족과 다리가 불편한 장모님을 모시고 갈 예정이다 보니 갈 수 있는 곳이 굉장히 한정적이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난이도를 확인해야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생각이 많은 것일까?

 

구성은 간단하다. 각 오름별로 난이도와 평점을 표시했다. 개인적인 의견일지라도 이 정보가 내가 갈 경우 하나의 척도가 된다. 평점보다 난이도에 더 비중을 두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이 오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살렸다는 느낌이 없다.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기획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하나의 오름이 끝난 후 한쪽으로 정리한 ‘보일 듯 말 듯 제주 속살’은 제주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전해준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것을 정리하게 하고,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다시 배운다. 알 수 없는 것은 네 장으로 나눈 것의 기준이다. 나만 모르나?

 

이 책을 선택했을 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정보다. 다시 제주도에 가면 둘러볼 오름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몇몇 곳을 찜해 놓았다. 다시 제주에 간다면 가보고 싶은 곳이다. 송악산은 한 번 더 가보고 싶은데 산 정상을 막은 듯해 아쉽다.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금오름, 붉은오름, 영주산 등이 대표적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다. 물론 언제 이곳들을 둘러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제주 여행을 꿈꾸었고, 일정을 머릿속에 그려봤다. 너무 많은 제주 여행 방송 중 오름에 대한 것은 거의 보지 못했는데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제주 오름을 기획하고 만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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