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하라 죽이기 - #퍼뜨려주세요_이것이_진실입니다
도미나가 미도 지음, 김진환 옮김 / 라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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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라이트노벨상 ‘인터넷소설대상(제9회)’수상작이다.

최근에 읽은 <렉카 김재희>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은 소설이다.

하지만 두 소설은 진행하는 방식과 장르가 다르다.

A하라 죽이기는 웨딩플래너가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온라인 마녀사냥을 당하는 이야기다.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여주는 전반부와 반격의 후반부로 나누어져 있다.

전반부를 읽으면서 이 모든 사건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다.

잘못된 지점에서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회사는 그대로 두었다.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직원을 감싸고, 윗사람은 이것을 제때 챙기지 않았다.

이것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문제가 된 후에 벌어진 회사의 대처 방법이다.

잘못한 직원을 탓하기 보다 그 자리 없었던 아이하라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들의 안이한 대처와 피해자 부부와 그 친구의 욕심이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일으킨다.


아이하라 히카루는 웨딩 플래너의 실적이 우수한 직원이다.

낮에는 업무에 열중하고, 밤이면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생활을 한다.

그런데 그녀가 접수를 받고, 문제 사원 미노에게 넘긴 한 부부의 결혼이 큰 문제를 일으킨다.

담당 직원 미노는 회사 매뉴얼대로 일을 진행하지도 않고 제대로 대처도 하지 않는다.

이 고객들도 보통의 결혼 부부처럼 결혼 준비를 하지 않고, 많은 변화를 준다.

고객의 욕심과 이해 부족이 무능력한 직원과 만나 결혼식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보통 이런 경우 서로 좋게 합의를 보고 넘어가면 될 텐데 다른 사람이 한 명 끼면서 문제를 키운다.

그날 결혼식장에 온 친구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문제를 부각시켰다.

신혼부부는 합의한 부분과 달리 이 문제를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다.

예상하지 못한 반향이 일어나고, 어느 순간 사이버 렉카까지 끼어든다.

그 사이 아이라하는 실명과 사진까지 온라인에 박제된다.


평범한 직장인이 온라인 조리돌임을 받으면 제대로 버티기 쉽지 않다.

회사는 아이하라에게 직접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지워라는 말까지 한다.

너무 심해지면서 경찰서에 가지만 경찰은 회사가 사과를 하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회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 문제를 제대로 사과할 마음이 없다.

온라인 승냥이들은 아이하라를 물어뜯으면서 거짓을 부풀린다.

아이하라의 지인들이 초기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들은 사실을 확인할 마음조차 없다.

회사는 분명한 실수를 한 직원을 내세우기보다 그대로 둔 채 피해 부부와 협상을 한다.

거대한 태풍으로 변해 뉴스 프로그램까지 나오고, 그녀의 삶은 더욱 엉망이 된다.

회사가 입는 피해도 점점 커지지만 그들은 이 상황을 바로잡을 마음이 없다.


아이하라는 자신에게 벌어지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옆에는 좋은 동료와 친구들이 있어 많은 도움을 받는다.

이런 그녀의 일상에 큰 전환이 생기는 것은 무료 법률상담에서 쿠인 변호사를 만난 것이다.

쿠인 변호사는 아이하라가 바라는 바를 정확하게 알고 소송의 대상을 회사로 잡는다.

이 사건의 가장 본질은 문제의 당사자를 알리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하자 그녀를 헐뜯던 사람들이 조용해진다.

혹시 자신들에게 소송을 걸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하라가 바라는 것은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친구들이 이런 사람들과의 대화를 하면서 사건의 진행사항과 문제가 하나씩 정리된다.


작가는 이런 사건을 디지털 타투라는 용어를 사용해 설명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낙인보다 조금 유한 표현이다.

직원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키운 회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소송을 위한 준비는 변호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도 해야 한다.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작가는 말해주면서 혼란스러운 사건을 정리한다.

읽다 보면 미노와 그를 감싼 조직의 이유가 분노를 유발한다.

작은 오해와 왜곡, 선동과 거짓, 왜곡된 시선과 뒤틀린 욕망 등이 뒤섞여 있다.

현재 온라인의 삶을 제대로 표현한 장면들은 서늘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뛰어난 가독성, 선의와 연대는 진한 여운과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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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카 김재희 케이스릴러
김달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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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도 나오듯이 제목의 렉카는 사이버렉카를 의미한다.

주인공 김재희는 구독자 15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사악니’다.

사이버렉카에게 이슈나 사건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구독과 좋아요 등만이 중요할 뿐이다.

이슈나 사건이 생기면 빠르게 짜집기한 동영상을 올려 시선을 끈다.

이들은 웹상에서 가짜뉴스와 혐오 등을 퍼트리는 주범 중 하나다.

사악니의 유튜브를 구독하는 사람들도 진실을 알기보다 더 강한 자극을 바랄 뿐이다.

이쪽 세계를 잘 보지 않아 자세한 것을 모르는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 같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는지는 분명하게 알고 있다.

작가는 이런 부분을 교훈적으로 풀어내기보다 현실적으로 보여주기에 더 힘쓴다.


김재희는 여캠 BJ 불체자 채기쁨의 유혹에 몰카의 대상이 된다.

불체자와의 뭔가 핫한 것을 기대한 그이기에 몰카를 발견하자 쌍욕을 하고 나온다.

그런데 다음 날 불체자가 자살한 채 발견된다.

그녀와 마지막에 만난 사람이 바로 김재희다 보니 경찰 조사를 받는다.

사이버렉카에게 이런 정보는 좋은 먹이가 되고, 온갖 거짓 정보가 넘쳐난다.

사악니는 몰래 카메라를 장착하고 채기쁨의 장례식장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그녀의 쌍둥이 동생 채수리를 만나고, 이때부터 삶이 더 꼬인다.

200만 구독자 유튜버 두환이 그를 저격하는 영상을 올린다.

사악니의 정체는 불체자의 영상으로 이미 알려진 상태다.

김재희는 익명에서 실명으로 넘어오고, 수많은 사람들의 먹이감이 된다.

이것은 현실에서 그의 삶을 흔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악명 높은 사이버렉카 사악니 김재희.

그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데 엄마의 남자 친구 문제로 투닥거린다.

남자 친구 문제로 엄마가 자해하면서 그의 분노는 커진다.

이런 평온하지 않은 일상에 불체자 사건이 모자 관계에 불을 지른다.

그리고 그의 뒤를 누군가 미행하는데 그 사람은 바로 불체자의 동생 채수리다.

채수리는 언니의 자살 뒤에 가려진 진실을 밝히려고 김재희의 뒤를 쫓는 중이다.

이 둘의 조합은 어긋나 보이지만 채수리가 압도적인 행동력으로 그를 이끌어 나간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채수리의 모습은 그 실체를 바로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여기에 그를 저격했던 200백만 유튜버 두환의 연락과 합방은 새로운 사건으로 이어진다.


허세와 거짓말, 가짜뉴스와 시선 끌기 등이 먼저인 세계.

구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수없이 만들어낸 혐오와 가짜뉴스.

상대의 저격에 지지 않기 위해 허세를 부리고, 상대방을 저격하는 영상을 제작한다.

단순히 이런 행동만 보면 힙합의 초기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더 많은 구독자를 끌기 위해 더 심한 행동도 하는 유튜버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순간적인 감정의 폭발, 엇나가는 관계, 새롭게 맺어지는 관계,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사실에 한 발 다가갈수록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단서들, 아직 이것을 연결할 능력이 부족하다.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도 풀고, 가족을 건드린 범인을 잡아야 한다.


사악니가 불체자 사건을 쫓는 것을 기본 줄거리로 삼는다.

하지만 시작은 사악니가 유튜브를 그만 둔 후 컨설팅을 하는 것이다.

컨설팅으로 두 청년을 만나고, 그들에게 컨설팅 비용을 요청한다.

그리고 사악니의 사연이 흘러나오는데 이것이 기본 내용이다.

하지만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사연을 들려주는 것이라면 이런 구성이 필요없다.

작가는 연쇄살인을 쫓는 과정 속에 이들의 이야기를 짧게 넣으면서 뭔가를 말한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가 되면 서늘함과 진한 여운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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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32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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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32권이다.

2018년 그래비티북스에서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다.

덧붙여진 것은 에필로그 2와 작가의 말 2부격인 ‘재출간에 부쳐’ 등이다.

특정할 수 없는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이버펑크 소설이다.

기존에 내가 읽었던 이산화의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재미와 속도감이다.

그리고 이 기이한 세계를 이해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의 육체를 고기라고 부르고 기계 등으로 교환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순간 인간이 사라지고 사이보그만 남은 세계가 떠오르기도 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각 나라의 디저트 명칭이다.

읽으면서 이름이 상당히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배경이 있다.

주인공 도나우벨레는 체리와 버터크림이 들어간 독일, 오스트리아 지방의 초콜릿 케이크의 이름이다.

도나우벨레의 연인 할루할로는 필리핀 식 빙수 이름이다.

그리고 이 이름과 함께 소설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케이크다.

다섯 오류 이야기 중 첫 번째 ‘번역상의 오류’는 케이크가 주요 소재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의 일부를 보여주는데 머릿속에서 쉽게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이한 세계와 번쩍이는 통찰에 의한 사건 해결이 아주 재밌게 다가왔다.


쁘띠-4의 조사관 도나우벨레에게는 왼쪽 다리를 의체로 바꾸는 꿈이 있다.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해서 모든 돈으로 남은 고기 다리를 바꾸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드롭스가 생각보다 크다.

문서를 보낼 때도, 이 문서를 다운받을 때도 모든 돈이 들어간다.

읽으면서 오토마톤이란 이름을 보고 왠지 모르게 영화 트랜스포머가 떠올랐다.

실제 자동 인형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좀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조금씩 흘러나오는 이 세계의 정보를 읽다 보면 처음부터 인간으로 태어나는 존재가 없다.

도나우벨레 등이 살아가는 공간인 블랙 포레스트와 상류층이 머무는 레드 벨벳으로 나누어져 있다.

실제 머릿속에서 구현되는 블랙 포레스트의 공간도 그렇게 광대해 보이지 않는다.


쉽게 그려지지 않는 세계의 이미지를 살짝 뒤로 밀고 이야기로 들어가면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인간의 몸이 아닌 전체를 의체로 바꾸려는 존재들로 가득하다.

도나우벨레가 전신 의체로 다시 나타난 할루할로를 보고 놀란 것도 이 세계의 트렌드를 보여준다.

소설 속 표현을 빌리면 전신 의체는 엄청난 금액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벨레가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할루할로가 던져주는 단서는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된다.

재밌는 부분은 사건 해결을 위해 정보 등을 획득하는 비용이 높아 개인적으로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업무 실적은 팀의 불안한 문제와 사건 해결로 연결된다.

뭔가 어리숙하고 산만한 듯한 도나우벨레가 해결하는 사건은 의외의 재미를 준다.

마지막 ‘인간의 오류’ 장에 오면 이 세계의 실체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조금의 적응 기간을 지나면 멋진 한국형 사이버펑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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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이유림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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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심을 끈 몇 가지 키워드, 스티븐 킹, 셜리 잭슨 상, 최고의 호러 픽션

단편집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작품이 담겨 있다.

각각의 분량이 제각각인데 단 두 쪽짜리 단편도 있다.

첫 단편 <어디를 봐도>가 대표적이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하는 순간 끝이 난다.

쉽게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데 왠지 모르게 서늘한 이야기다.

몽달귀신이 생각난다고 하면 너무 상상력이 부족한 것일까?

이렇게 이야기의 문을 열고 다양한 장르의 공포 속으로 나를 이끌고 들어간다.

단편들을 읽으면서 내가 읽고 본 것들을 기반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단편들은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다.

상당히 압축적인 문장과 전개로 조금이라도 흐름을 놓치면 마지막 장면을 이해하지 못한다.

천천히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보다 갑작스럽게 이해할 수 없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부족한 설명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으로 전환은 상상력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

알 수 없는 존재와 그들의 목적이 명확하게 그려지기보다 조금 흐릿하다.

이 미지의 존재가 오히려 상상력을 극단적으로 키우게 한다.

시간의 중첩, 양자역학의 가설, sf 호러물, 강박에 의한 사건들.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완벽주의 감독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현실에서 출발했던 이야기도 호러로 바뀌면서 그 장면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단편 한 편 한 편에 대한 내용을 요약하고 그 감상을 적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분량이 짧은 것은 짧은 대로, 조금 있는 것은 그대로 강한 인상을 준다.

호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면 더 많은 것을 연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얕은 지식으로 고전 작가 몇 명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스티븐 킹과 러브 크래프트가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Sf 단편에서는 영화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우주선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와의 대결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때 그 명확하지 않은 존재와 세계가 뒤섞이며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로 발전한다.

물론 sf와 판타지가 뒤섞인 듯한 <마지막 캡슐> 같은 단편도 있다.


22편의 단편들이 주는 재미도 좋지만 장편을 더 기대하게 한다.

정제되고 간결한 문장과 예상 밖의 존재와 상황이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몇몇 단편은 장편으로 발전하면 어떤 식으로 이야기의 규모가 커질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이 단편들 속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이나 미지의 존재를 엮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 존재들을 한 작품 속에 녹여내려면 다양한 설정과 상황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매력적인 부분이 있어 괜히 기대하게 된다.

상당히 유능하고 조금 덜 다작한 작가라는 평가는 다 읽은 지금 괜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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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클로버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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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 인간에 대한 깊은 관찰을 담고 있다.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해 과거의 사건으로 넘어가 그 진실을 파헤친다.

이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 드러나는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은 날카롭고 잔혹하다.

인간의 속내를 여과없이 풀어내면서 뒤틀린 욕망과 감정을 표현한다.

읽다 보면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약간 극단적인 부분이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부각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속에 진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 뒤에 숨겨져 있던 감정의 조각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드러난다.

인간의 행동과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도쿄 도요스의 바비큐장에서 일어난 비소 살인사건.

범인이 누군지 잡혔고, 자신이 저지른 사건이라고 자백했다.

그 모임을 주최한 마루에다는 사업가로 위장해 잘 나가는 사람들을 살해했다.

이 살인 이후 드러난 몇 가지 소문 등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된다.

가쓰키는 이 부분을 파고 드는 대신 12년 전 같은 비소를 사용한 살인 사건에 주목한다.

한 가족이 모두 비소 중독으로 죽었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은 그 집의 장녀 미쓰바다.

그때 사건 현장에 있었고, 창문을 통해 가족이 살해된 거실에서 라면을 먹는 장녀를 보았다.

정년 퇴직했지만 가쓰키는 이 두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싶어 한다.

혹시 이 사건과 12년 전 장녀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과 함께.

 

현재의 시간은 두 사건을 연관성을 조사하는 가쓰키가 대부분 등장한다.

과거의 시간은 훗카이도 작은 어촌 마을인 하이토 마을의 사람들 이야기다.

동일한 비소라는 것 때문에 마루에다가 12년 전 살인 사건의 범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다.

그의 알리바이가 그를 용의선상에서 지워버린다.

하지만 마루에다 뒤에 어른거리는 장녀의 존재는 그를 하이토 마을로 향하게 한다.

하이토 마을 사람들과의 대화는 가십성과 악의가 담겨 있지만 날 것 그대로다.

그리고 진짜 이야기는 14년 전 부모의 이혼 과정에 외할머니집에 맡겨진 지히로로 시작한다.

처음 와서 낯설고 친구 한 명 없는데 갑자기 미쓰바가 친구가 되자고 한다.

미쓰바는 자신과 함께 하는 엄마가 진짜 엄마가 아니고 신사에 죽어 묻혔다고 말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신사가 저주를 하기 위해 오는 신사란 것이다.

 

두 소녀의 우정, 긴밀한 관계, 직설적인 속내 등이 그대로 나온다.

지히로가 미쓰바에게 의존하는 바가 크고, 미쓰바의 말투는 아주 거칠다.

그녀가 입에 달고 사는 말 중 하나가 죽임을 당하기 전에 먼저 죽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마을 특유의 마을 안과 밖의 구분과 혐오의 감정이 하나씩 드러난다.

이 과정에 부모의 사랑이 아닌 방기에 의해 자라는 아이들이 나온다.

미쓰바와 지히로가 대표적이고, 다른 아이도 다른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성숙하지 못하고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부모의 행동과 심리도 날 것으로 표현된다.

천천히 이 마을의 분위기와 성장하면서 변하는 두 소녀의 삶을 그려낸다.

여기에 더해주는 오해와 착각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누가 범인인지를 파고들면서 두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한다.

이미 드러난 사실과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 조금씩 드러나는 반전의 실체.

추리와 더불어 인간의 변하는 심리 묘사와 행동이 잘 어우러져 먹먹함을 준다.

아주 뛰어난 가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무거움 때문에 자주 쉬게 된다.

어쩌면 그냥 방치된 아이의 사춘기 같은 반항일 수도 있었지만 현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바뀐다.

미쓰바가 자주 내뱉던 그 말, 먼저 죽이겠다는 그 말.

작가도 다른 등장인물을 통해 자신도 죽을 상황이 되면 죽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말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먼저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

불편하지만 묵직하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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