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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해부>
2007-11-14
영혼의 해부 - 뇌의 발견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나
칼 지머 지음, 조성숙 옮김 / 해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가끔 읽는 의학사 관련 서적들은 언제나 놀라움을 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현재 의학의 모습을 갖춘 것이 불과 150년 정도에 불과한 것과 기득권층의 엄청난 반발에 의해 그 발전 속도가 더딘 것을 보면 단순히 과거의 사실만이 아닌 현재를 돌아보게 된다. 의학사를 보다 만나는 선구적인 인물들의 노력과 한계를 보면서 감탄과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시대의 한계를 알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해지는 모양이다.

 

토머스 윌리스. 사실 이 책을 보기 전 나는 이 의학자가 누군지 전혀 몰랐다. 책을 모두 읽고 난 지금도 차라리 책 속에 나오는 보일이나 로크나 데카르트 등이 더 익숙하다. 익숙한 것은 당연히 학교 교육으로 내가 외운 것 때문이지만 현재 신경학에 있어서 초석을 닦은 인물에 대해 너무나도 알려지지 않은 사실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의 필독서로 꼽히는 몇몇 학자들의 서적이나 명성을 생각하면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새롭다고 해야 할 것이다.

 

윌리스가 살았던 시기는 영국에서도 상당히 변화가 많았다. 크롬웰, 청교도, 보일, 홉스, 베이컨 등의 인명과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사상과 과학 등이 폭발하던 시기였다. 갑자기 찾아오는 흑사병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의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피를 뽑거나 하열제 등을 처방하는 정도에 불과한 시대였다.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가 대립하고, 의회주의자와 왕당파가 싸우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혼란의 시대에 뛰어난 학자들이 모여 서로를 고무시키고 연구하면서 발달시킨 과학과 학문은 현재 우리의 자산이 되었다. 다른 많은 인물과 달리 단 한 사람 윌리스만 이 자산가의 이름에서 제외되어 온 것이다.

 

책은 단순히 윌리스의 이론만 말하지 않는다. 17세기 과학과 의학과 철학 등을 다룬다. 이 시기는 아직 현대와 같은 학문의 분화가 철저하지 않았다. 우리가 철학자나 사상가로 알고 있던 인물이 의학이나 연금술 등을 연구하였고, 그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종교에 의해 어떤 저항을 받았는지와 종교가 어떻게 이 사실을 접목했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또 윌리스가 어떻게 뇌에 관심을 가지고 해부하면서 새로운 이론을 세우게 되었는지 보는 그 과정이 약간은 복잡하면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 수많은 과학적 의학적 이론이나 설명을 보다 보면 조금 어려운 점도 있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흔히 마음이라고 하는 것의 실체는 어느 곳에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심장의 두근거림에, 가슴이 아프다는 말 등에 우린 심장의 중요성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해왔다.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많은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심장 이식 수술로 인한 환상 등을 만들어내고 우린 감성적으로 이에 동조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뇌가 만들어낸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현재 신경학에서 밝혀낸 사실들을 윌리스가 알고 있은 것은 아니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내려오던 심장 중심에서 뇌로 이동한 것과 신경에 대한 그의 연구 성과는 분명히 높이 칭찬받아야 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비록 부분적이고 세부적인 잘못이 있었다 하여도 큰 의미에서 그가 설정한 가정들이 많은 부분에서 현재 밝혀진 것과 유사하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다.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 12장은 현대 신경학의 연구 성과를 보여주면서 뇌의 정확한 역할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이전에 심리학 개론을 보면서 거의 대부분 뇌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여 상당히 지루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왜 심리학 개론에서 뇌를 그렇게 많이 다루었는지 알게 되었다. 침대와 대화 등으로 인식하고 있던 정신의학에 대한 새로운 변화도 다시 인식하게 되었고, 의학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쉽게 읽히지 않는 구성과 내용이라 많은 집중을 필요로 하고, 해부를 위한 동물 학대나 살해 등에 의한 문제점 등을 가볍게 처리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 시대에 대해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배운 점도 많지만 나쁜 기억력 탓에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다. 이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뇌의 발견으로 인한 변화를 생각하면 토마스 윌리스에 우린 많은 빚을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