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지키는 아이
마야 룬데 지음, 리사 아이사토 그림, 손화수 옮김 / 라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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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그림과 동화 같은 이야기가 어우러진 책이다.

보통 판형보다 크고, 생각보다 많은 그림이 들어 있다.

단순히 그림 동화라고 하기에는 이야기의 내용이나 분량이 너무 많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잠깐이나 오랫동안 그림에 눈길이 머무는 순간도 많다.

그림을 그린 화가의 지명도도 상당히 높은 모양이다.

이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책이 또 있는 모양인데 기회가 되면 한 번 읽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은 노르웨이에서 상당히 많은 상을 수상했다.


태양이 사라진 세계의 이야기를 다룬다.

쉴 새 없이 비가 쏟아지고 나무도 꽃도 살 수 없는 황량한 세상이다.

빛이 없으니 채소나 과일 등을 재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은 재밌게 논다.

그리고 이 마을에 과일과 채소를 가져다주는 릴리아의 할아버지가 있다.

어느 날 릴리아는 할아버지가 가져가지 않은 빵을 발견하고 가져다주려고 한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온실에 가지만 그 안에서는 말라비틀어진 식물만 있다.

왜 할아버지가 온실에 출입금지란 표시를 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할아버지는 어떻게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가지고 오는 것일까?


릴리아는 온실 뒤에 난 길을 따라 걸어가다 할아버지를 발견한다.

들고 간 바구니 놓아두고 과일 등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마을로 간다.

릴리아는 좀더 나아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름답게 가꾸어진 정원을 본다.

그 안에서 편안하게 쉬는 소년과 귀여운 개 한 마리.

그 소년은 해를 관리하고 있다. 아이가 철문을 열면 해가 나와 정원을 비춘다.

이때 정원에서 과일과 채소와 꽃 들이 화려하고 풍성하게 자란다.

그리고 소년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철문을 닫는다.

이 소년이 이 정원에서 자란 과일 바구니를 할아버지에게 전달한 것이다.

소년은 해를 지키는 여인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간다.

그런데 릴리아를 만나면서 삶에 변화가 생긴다.


해가 갇힌 세계, 어둠으로 뒤덮인 세계, 계절의 구분도 없는 세계.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삶을 이어가는 마을 사람들.

이 마을 사람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과일과 채소 바구니.

만약 철문에 갇힌 해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어떻게 될까?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 두 소년소녀가 갇힌 해를 풀어주면서 시작한다.

어둠으로 뒤덮인 세계에 해가 나타나면서 생기는 활력과 아름다운 변화.

꽃과 식물들이 자라고 축축했던 대지는 마르고 풀이 자란다.

행복한 미래만 남은 듯한 세상에 해가 점점 더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

하늘 높이 날아가지 못한 해, 점점 더워지는 날씨와 말라가는 식물들.

해가 더 높았던 원래 자리로 가게 하기 위한 두 아이의 모험이 시작한다.


읽다 보면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란 생각이 먼저 든다.

꽉 막힌 나의 상상력이 과학과 사실이란 담벼락 속에 갇힌 것이다.

우화나 동화로 이해하고 조금씩 이야기에 다가가면 좀더 쉽게 재미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아닌 그림으로 조금씩 문을 열고 마음을 열었다.

그림이 보여준 황량하고 회색 빛 세계와 숨겨져 있던 비밀의 열쇠.

예상하지 못한 장면의 연속, 강인한 의지로 무장한 용감한 행동.

뻔한 설정과 장면이지만 아주 멋진 그림과 앞에서 깔아둔 이야기들이 감동을 준다.

처음 예상한 것과 다른 방식의 전개이지만 읽고 난 후 이야기와 색감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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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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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소설이 처음인가 싶어 검색하니 이전에 읽은 기록이 있다.

사 놓고 책들을 묵혀두고 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저질 기억력이다.

출간된 책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다.

이 출간된 책들 중 여러 권을 사 놓은 것 같은데 정리가 되지 않는다.

놀라운 점은 이 책을 포함해서 두세 권을 제외하면 모두 절판이다.

언젠가 다시 몇몇 권은 재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기록을 적는 이유는 이 소설이 재밌기 때문이다.

황당한 캐릭터와 예상조차 하지 못한 설정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되면 이 소설과 연관이 있는 <저택섬>을 읽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프롤로그에서 비탈섬 근처 바다에서 중학생들의 낚시 모험이 펼쳐진다.

만선을 이루고 좋아하던 그때 물속에서 사람이 솟구친다.

배가 뒤집어지고, 물속에서 이상한 무엇인가를 본다.

그리고 현재로 넘어와 이상한 탐정과 변호사의 기묘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들은 외딴섬에서 있을 유언장 파트 2를 위해서 가는 관련자들이다.

유언장을 가진 변호사 사야카, 사람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탐정 고바야카와.

고인의 유언장에 언급된 쓰루오카, 법회를 위해 참석한 이상한 스님 한 명.

배를 타고 무사히 비탈섬에 도착한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한다.


섬이란 공간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거대한 밀실이 될 수 있다.

많은 추리 작가들이 섬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의 유력한 출판계 대표의 죽음은 그가 가진 만큼 관련자들의 관심을 끈다.

유언장 파트 1에서 이미 모여야 할 사람을 지시했고, 이번에는 모두 모였다.

변호사가 유언장 파트 2를 꺼내 재산 분할에 대해 말한다.

특별한 내용이 없는 평범하고 상당히 공정한 분배다.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파트 2를 위해 불러온 쓰루오카가 받게 되는 3천만 엔이다.

유족들은 이것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지만 당사자는 횡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쓰루오카가 다음 날 집 뒤 정자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쓰루오카의 시체가 발견되기 전 새벽에 미사키가 창문 밖에서 붉은 도깨비를 본다.

그녀의 비명에 놀란 인물은 변호사 사야카.

둘은 혹시 무엇이 있나 하고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없다.

아침이 되어 모두 모였지만 나타나지 않은 사람은 딱 한 명 쓰루오카 뿐이다.

이 일을 두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유족들 사이에 의견이 오간다.

그때’처럼이란 단어가 나와 탐정과 변호사 등의 신경이 곤두선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하지만 태풍이 와서 경찰은 바로 섬에 올 수 없고, 나갈 수도 없다.

거대한 밀실 속에서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


누가 범인인지 찾아내는 과정 속에 주연 둘과 조연들이 빛난다.

사야카와 고바야카와의 티격태격하면서 만들어가는 콤비의 모습.

생뚱맞은 행동과 모습을 보여주는 고바야카와와 스님.

이전 소설에서 사건을 해결한 어머니 탐정의 말 한마디에 돌변한 고바야카와의 능동적인 행동.

비일상적인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이 부분을 지적하지만 탐정과 어울리는 사야카.

그리고 그 무엇보다 기이한 모양으로 설계된 저택.

이런 조사 과정에 흘러나오는 묘하게 연결되는 두 개의 과거 이야기.

예상 가능한 설정을 넘어선 거대한 설계와 조금씩 이어지는 이야기들.

탐정과 변호사 사이에서는 소소한 재미가, 이들의 조사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 나온다.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의 예상하지 못한 행동과 말 또한 큰 재미다.

모두 읽고 나면 현실 속에서 이런 일들이 가능한지 한 번 검토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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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24-02-1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건지 궁금했어요. 가능하니까 작가가 쓴 거..겠죠? ㅎㅎ
 
블루아이
염기원 지음 / 아이들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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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챔프 아서왕>이후 두 번째로 만났다.

전작처럼 필력이 좋아 잘 읽힌다.

아프리카 대륙을 기반으로 인간과 동물의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제목이자 주인공 동물인 블루아이는 낯선 동물인 리카온이다.

아프리카 들개인 리카온은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사냥을 한다.

최상위 포식자들의 영역 밖에서 사냥을 하고 무리를 이루고 살아간다.

개인적으로 ‘동물의 왕국’ 같은 방송을 좋아하지 않아 이 동물은 정말 낯설다.

하지만 소설 속에 묘사된 이들의 왕조와 활동은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두 존재는 인간이자 화자인 나와 리카온 블루아이다.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나’와 ‘블루아이’의 서술 방식이 다르다.

화자는 현재의 삶을 풀어내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반면에 블루아이는 생존을 위해 아프리카 내륙을 휘돌아 다닌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리카온 블루아이가 왜 홀로 돌아다니는지는 후반부에 나온다.

야생의 삶에서 혼자 다닌다는 것은 큰 위험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블루아이는 몇 번의 위기를 넘기면서 살아남는다.

그리고 작가는 리카온 왕조의 역사를 넣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왕조가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으로 풀어낸 것이라 살짝 의문이 생긴다.


화자는 방송국 촬영 감독이었다가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퇴사했다.

그가 이곳에 온 것은 한중 합작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서다.

그가 맡은 부분은 드론 촬영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드론을 계속 개조했다.

한중 합작은 잘 되지 않았고, 문제도 많이 생겼다.

두 나라의 합작팀이다 보니 조율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

이런 과정 속에 아프리카의 풍경과 광활한 자연이 배경으로 흘러나온다.

이 배경 속에서 살아가는 짐바브웨 블랙의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와 엮인다.

화자의 폭력과 사랑에 대한 기억은 솔직하게 드러나고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블랙의 말에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화자 모습은 결코 낯설지 않다.


인간의 관점에서 리카온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보여준다.

어떤 대목에서는 다큐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이 관찰 또한 인간의 시각이다.

가끔 리키온의 행동을 인간의 말 등으로 엮어 비유로 풀어낸 몇몇 부분은 솔직히 눈에 거슬린다.

관찰자의 시점이나 블루아이에게 화자의 위치를 부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뒤섞고 둘의 직접적인 만남을 자제했다.

그리고 ‘나’의 심리와 행동을 앞으로 내면서 현실의 부조리한 모습을 드러냈다.

아프리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그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시간이 되면 떠나는 사람과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과 동물들.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의 일부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많이 봤다는 착각을 하는 나의 모습.

삶은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싸우고 버티면서 나아가는 것이란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은 왜 이렇게 마무리했을까 하는 의문을 계속 던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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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아르테 미스터리 21
요시쓰키 세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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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로맨스 미스터리다.

처음 만났고, 처음 번역된 소설이다.

천문학과 양자역학을 소설 속에 녹여내었지만 이 부분은 살짝 지워도 문제없다.

하지만 두 남녀의 사랑뿐만 아니라 삶을 연결한 지점은 눈여겨볼 필요 있다.

너무나도 거대해서 인간의 인식 능력을 넘어선 우주.

그 곳에서 아주 짧은 시간만 살 수밖에 없는 인간.

이런 곳에서 낯선 두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은 너무나도 희박하다.

숫자로 표기된 것을 보고 세는 것을 포기할 정도다.

단순한 청춘 로맨스라고 생각하는 순간 살인 예고가 나온다.


열 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미쓰야 구온.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할머니가 남겨주신 집에 혼자 산다.

평범한 학생인 그에게 한 미소녀가 다가와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다.

평범한 소년의 머릿속은 장난과 학교 폭력 등으로 이어진다.

그의 생각과 달리 이노리는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구온에게 학교 우주부에 가입하자고 말한다.

왠지 끌려 다니던 구온이 우주부에 입부할 것을 정한 것은 이 부서에 있는 비싼 망원경 때문이다.

고가의 이 장비는 구온이 보고 싶어하는 행성을 좀더 정밀하게 보여준다.

그의 입부로 우주부는 학교 안에서 부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구온과 이노리 이외에도 두 명의 부서원이 있다.

한 명은 야구를 하다 그만 둔 후 가입한 3학년 선배 다쓰미.

학급에서도, 우주부에서도 늘 엎드려 자는 강한 인상의 아마미야.

이들과 함께 우주부를 이끌어 나가는 교사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속에는 전혀 예상하지 사연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이 사연들은 서로와 엮이고 꼬이면서 관계를 맺는다.

서로의 아픔, 오해와 사실, 몰랐던 사실 등이 드러날 때 좀더 무겁고 가까워진다.

여기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아마미야다.


이노리가 말한 첫눈에 반한 사랑.

구온이 조금씩 발전하다 갑자기 느끼게 되는 사랑.

이 둘의 사랑 이야기는 너무 순수해 떼 묻는 나의 머리는 이별을 먼저 생각한다.

사랑의 열정이 식은 후 일어나는 일상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하지만 가끔 이런 청춘의 사랑을 본다는 것은 잊고 있던 순수함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될지.

나의 이런 상상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사실 때문에 혼란으로 빠진다.

곳곳에 풀어놓은 양자역학과 우주에 대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마지막 장면과 이어진다.

예상 가능한 미스터리이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과 사랑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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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계절 - 귀주대첩, 속이는 자들의 얼굴
차무진 지음 / 요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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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인 <엄마는 좀비>를 제외하면 그의 장편은 처음이다.

<해인>과 <김유신의 머리일까?>를 사 놓고 그냥 묵혀만 두고 있다.

사실 어디에 놓아두었는지도 모른다.

최근 그의 단편집을 재밌게 읽었기에 약간 기대를 하고 읽었다.

요즘 고려거란전쟁을 다룬 드라마나 소설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강감찬을 다룬 소설 등이 많다.

몇 권 읽었는데 개인적 취향에는 이 소설이 가장 마음에 든다.

밀도 있는 문장과 구성, 독특한 캐릭터와 최전선의 스파이전까지.

소설은 그 유명한 귀주대첩이 일어나기 전까지 상황을 아주 기괴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운 좋게 이 소설을 읽기 전 고려거란전쟁에 대한 역사 예능을 봤다.

세부적인 상황은 생략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알기에는 충분했다.

정해진 미래를 알고 있기에 작가가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물 강감찬에 대한 인물 묘사가 상당히 특이하다.

사서에 나오는 외모를 그대로 적용한 듯하면서도 특별한 능력을 하나 넣었다.

암시를 걸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설정이다.

가까운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죽화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흔든다.

여기에 죽화와 함께 구주성에 발생한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각치가 있다.


귀주대첩에서 승리한 강감찬을 할아버지라 부르면서 극찬하는 프롤로그.

이야기는 거란의 수탈 부대가 구주성 근처에서 약탈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연약해 보이는 자매.

수탈을 끝낸 후 이 자매를 강간하려고 방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 자매가 보통 인물들이 아니라 그가 오히려 죽는다.

언니 죽화는 미래를 보고, 동생 매화를 사람을 죽이는 병에 걸렸다.

이들은 빼앗은 재물을 들고 무위사로 올라가지만 이곳은 거란군에게 발각된 곳이다.

거대한 범종 아래 몸을 숨긴 마을 사람들, 이들과 함께 몸을 숨긴 자매.

그리고 이들을 발견한 거란군의 학살과 운 좋게 살아남은 죽화.

거란군 장교는 죽화에게 임산부의 몸에서 꺼낸 아이를 주면서 첩자 역할을 맡긴다.


모두가 죽은 곳에서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듯한 매화.

매화를 끌고, 아이를 안고 죽화는 구주성으로 올라간다.

그러다 이상한 원숭이 탈을 쓴 노인과 사냥꾼을 만난다.

탈을 쓴 노인은 강감찬이고, 사냥꾼은 아주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들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 기묘한 조합, 아이의 존재 가치.

성 안으로 들어가면서 알게 되는 원숭이 탈의 정체, 사라진 김종현의 대마신군.

대마신군의 일부가 무참하게 살해당한 살인 사건.

여기서 쓰리나리란 약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쓰리나리는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함백초보다 더 강력한 환각 작용을 한다는데 이미 북계의 사람들은 중독되어 있다.


성 안에서 강력한 중갑기병대 대마신군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단서가 사라졌다.

거란군과 싸우기 위해서는 이들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조급해하는 고려군 사령부, 대원수와 부원수 사이의 갈등.

성안에서 거란군과 싸울지, 성밖에서 싸울지를 두고 벌어지는 결정해야 하는 순간.

쓰리나리와 함께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북신이란 존재.

거란군과 싸우기 위해 쓰리나리를 흡입하면 생기는 용기와 그 부작용.

급박하게 돌아가는 구주성 안의 상황과 퇴각로를 어디로 정할지 고민하는 거란군.

엮이고 꼬인 상황 속에서 풀려나오는 장면과 설명은 강렬한 캐릭터와 더불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만나 만들어낸 거대한 연극 한 편.

거대한 마지막 전쟁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 곳곳에 심어놓은 이야기들.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또 다른 시각의 역사 속으로 끌고 들어가서 멋지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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