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32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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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오리지널 32권이다.

2018년 그래비티북스에서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다.

덧붙여진 것은 에필로그 2와 작가의 말 2부격인 ‘재출간에 부쳐’ 등이다.

특정할 수 없는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이버펑크 소설이다.

기존에 내가 읽었던 이산화의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재미와 속도감이다.

그리고 이 기이한 세계를 이해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의 육체를 고기라고 부르고 기계 등으로 교환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순간 인간이 사라지고 사이보그만 남은 세계가 떠오르기도 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각 나라의 디저트 명칭이다.

읽으면서 이름이 상당히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배경이 있다.

주인공 도나우벨레는 체리와 버터크림이 들어간 독일, 오스트리아 지방의 초콜릿 케이크의 이름이다.

도나우벨레의 연인 할루할로는 필리핀 식 빙수 이름이다.

그리고 이 이름과 함께 소설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케이크다.

다섯 오류 이야기 중 첫 번째 ‘번역상의 오류’는 케이크가 주요 소재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의 일부를 보여주는데 머릿속에서 쉽게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이한 세계와 번쩍이는 통찰에 의한 사건 해결이 아주 재밌게 다가왔다.


쁘띠-4의 조사관 도나우벨레에게는 왼쪽 다리를 의체로 바꾸는 꿈이 있다.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해서 모든 돈으로 남은 고기 다리를 바꾸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드롭스가 생각보다 크다.

문서를 보낼 때도, 이 문서를 다운받을 때도 모든 돈이 들어간다.

읽으면서 오토마톤이란 이름을 보고 왠지 모르게 영화 트랜스포머가 떠올랐다.

실제 자동 인형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좀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조금씩 흘러나오는 이 세계의 정보를 읽다 보면 처음부터 인간으로 태어나는 존재가 없다.

도나우벨레 등이 살아가는 공간인 블랙 포레스트와 상류층이 머무는 레드 벨벳으로 나누어져 있다.

실제 머릿속에서 구현되는 블랙 포레스트의 공간도 그렇게 광대해 보이지 않는다.


쉽게 그려지지 않는 세계의 이미지를 살짝 뒤로 밀고 이야기로 들어가면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인간의 몸이 아닌 전체를 의체로 바꾸려는 존재들로 가득하다.

도나우벨레가 전신 의체로 다시 나타난 할루할로를 보고 놀란 것도 이 세계의 트렌드를 보여준다.

소설 속 표현을 빌리면 전신 의체는 엄청난 금액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벨레가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할루할로가 던져주는 단서는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된다.

재밌는 부분은 사건 해결을 위해 정보 등을 획득하는 비용이 높아 개인적으로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업무 실적은 팀의 불안한 문제와 사건 해결로 연결된다.

뭔가 어리숙하고 산만한 듯한 도나우벨레가 해결하는 사건은 의외의 재미를 준다.

마지막 ‘인간의 오류’ 장에 오면 이 세계의 실체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조금의 적응 기간을 지나면 멋진 한국형 사이버펑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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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이유림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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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심을 끈 몇 가지 키워드, 스티븐 킹, 셜리 잭슨 상, 최고의 호러 픽션

단편집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작품이 담겨 있다.

각각의 분량이 제각각인데 단 두 쪽짜리 단편도 있다.

첫 단편 <어디를 봐도>가 대표적이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하는 순간 끝이 난다.

쉽게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데 왠지 모르게 서늘한 이야기다.

몽달귀신이 생각난다고 하면 너무 상상력이 부족한 것일까?

이렇게 이야기의 문을 열고 다양한 장르의 공포 속으로 나를 이끌고 들어간다.

단편들을 읽으면서 내가 읽고 본 것들을 기반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단편들은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다.

상당히 압축적인 문장과 전개로 조금이라도 흐름을 놓치면 마지막 장면을 이해하지 못한다.

천천히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보다 갑작스럽게 이해할 수 없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부족한 설명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으로 전환은 상상력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

알 수 없는 존재와 그들의 목적이 명확하게 그려지기보다 조금 흐릿하다.

이 미지의 존재가 오히려 상상력을 극단적으로 키우게 한다.

시간의 중첩, 양자역학의 가설, sf 호러물, 강박에 의한 사건들.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완벽주의 감독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현실에서 출발했던 이야기도 호러로 바뀌면서 그 장면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단편 한 편 한 편에 대한 내용을 요약하고 그 감상을 적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분량이 짧은 것은 짧은 대로, 조금 있는 것은 그대로 강한 인상을 준다.

호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면 더 많은 것을 연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얕은 지식으로 고전 작가 몇 명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스티븐 킹과 러브 크래프트가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Sf 단편에서는 영화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우주선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와의 대결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때 그 명확하지 않은 존재와 세계가 뒤섞이며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로 발전한다.

물론 sf와 판타지가 뒤섞인 듯한 <마지막 캡슐> 같은 단편도 있다.


22편의 단편들이 주는 재미도 좋지만 장편을 더 기대하게 한다.

정제되고 간결한 문장과 예상 밖의 존재와 상황이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몇몇 단편은 장편으로 발전하면 어떤 식으로 이야기의 규모가 커질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이 단편들 속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이나 미지의 존재를 엮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 존재들을 한 작품 속에 녹여내려면 다양한 설정과 상황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매력적인 부분이 있어 괜히 기대하게 된다.

상당히 유능하고 조금 덜 다작한 작가라는 평가는 다 읽은 지금 괜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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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클로버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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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 인간에 대한 깊은 관찰을 담고 있다.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해 과거의 사건으로 넘어가 그 진실을 파헤친다.

이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 드러나는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은 날카롭고 잔혹하다.

인간의 속내를 여과없이 풀어내면서 뒤틀린 욕망과 감정을 표현한다.

읽다 보면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약간 극단적인 부분이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부각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속에 진짜 마음이 담겨 있다.

그리고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 뒤에 숨겨져 있던 감정의 조각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드러난다.

인간의 행동과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도쿄 도요스의 바비큐장에서 일어난 비소 살인사건.

범인이 누군지 잡혔고, 자신이 저지른 사건이라고 자백했다.

그 모임을 주최한 마루에다는 사업가로 위장해 잘 나가는 사람들을 살해했다.

이 살인 이후 드러난 몇 가지 소문 등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된다.

가쓰키는 이 부분을 파고 드는 대신 12년 전 같은 비소를 사용한 살인 사건에 주목한다.

한 가족이 모두 비소 중독으로 죽었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은 그 집의 장녀 미쓰바다.

그때 사건 현장에 있었고, 창문을 통해 가족이 살해된 거실에서 라면을 먹는 장녀를 보았다.

정년 퇴직했지만 가쓰키는 이 두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싶어 한다.

혹시 이 사건과 12년 전 장녀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과 함께.

 

현재의 시간은 두 사건을 연관성을 조사하는 가쓰키가 대부분 등장한다.

과거의 시간은 훗카이도 작은 어촌 마을인 하이토 마을의 사람들 이야기다.

동일한 비소라는 것 때문에 마루에다가 12년 전 살인 사건의 범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다.

그의 알리바이가 그를 용의선상에서 지워버린다.

하지만 마루에다 뒤에 어른거리는 장녀의 존재는 그를 하이토 마을로 향하게 한다.

하이토 마을 사람들과의 대화는 가십성과 악의가 담겨 있지만 날 것 그대로다.

그리고 진짜 이야기는 14년 전 부모의 이혼 과정에 외할머니집에 맡겨진 지히로로 시작한다.

처음 와서 낯설고 친구 한 명 없는데 갑자기 미쓰바가 친구가 되자고 한다.

미쓰바는 자신과 함께 하는 엄마가 진짜 엄마가 아니고 신사에 죽어 묻혔다고 말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신사가 저주를 하기 위해 오는 신사란 것이다.

 

두 소녀의 우정, 긴밀한 관계, 직설적인 속내 등이 그대로 나온다.

지히로가 미쓰바에게 의존하는 바가 크고, 미쓰바의 말투는 아주 거칠다.

그녀가 입에 달고 사는 말 중 하나가 죽임을 당하기 전에 먼저 죽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마을 특유의 마을 안과 밖의 구분과 혐오의 감정이 하나씩 드러난다.

이 과정에 부모의 사랑이 아닌 방기에 의해 자라는 아이들이 나온다.

미쓰바와 지히로가 대표적이고, 다른 아이도 다른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성숙하지 못하고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부모의 행동과 심리도 날 것으로 표현된다.

천천히 이 마을의 분위기와 성장하면서 변하는 두 소녀의 삶을 그려낸다.

여기에 더해주는 오해와 착각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누가 범인인지를 파고들면서 두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한다.

이미 드러난 사실과 예상하지 못한 장면들, 조금씩 드러나는 반전의 실체.

추리와 더불어 인간의 변하는 심리 묘사와 행동이 잘 어우러져 먹먹함을 준다.

아주 뛰어난 가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무거움 때문에 자주 쉬게 된다.

어쩌면 그냥 방치된 아이의 사춘기 같은 반항일 수도 있었지만 현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바뀐다.

미쓰바가 자주 내뱉던 그 말, 먼저 죽이겠다는 그 말.

작가도 다른 등장인물을 통해 자신도 죽을 상황이 되면 죽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말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먼저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

불편하지만 묵직하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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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성취 고객센터
마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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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각각의 이야기 주인공들의 사연에 휘둘리지 않고 거리를 두면서 풀어간다.

감정을 과도하게 풀어내지 않아 더 잔잔하고 진솔하게 다가왔다.

소원성취 앱을 만든 소원의 이야기가 뒤로 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사연이 더 부각된다.

소원의 불행했던 과거사를 짧게 보여준 후 빠르게 진행한다.

한 소녀의 엄청난 성공, 성공 이후 은퇴 과정에서 생긴 문제도 역시 간략하게 다룬다.

그녀가 만든 앱을 다운 받고, 그 사연이 선택된 사람만 고객센터에 오게 된다.

고객센터의 위치는 서울 종로구 부재동, 왠지 현실의 부암동이 떠오른다.

작가가 풀어낸 여섯 사연은 각각 다른 분위기와 재미를 준다.


각 장의 제목에 CASE가 붙어 있다.

고객센터에서 다룬 사연 중 몇 개를 선별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 가면 소설에 나온 사연 속 인물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만약 후속작을 생각했다면 살짝 떡밥이라도 던져 놓았을 텐데.

그리고 이 사연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미용실 시다, 웹 소설 작가, 일용직 노동자, 빵집 주인, 은행 직원, 행복 강의사 등이다.

이들의 일과 자신의 소원이 겹치고, 연결되면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들의 일상에 힘든 일이 생기고, 소원성취 앱을 발견하면서 소원과 이어주는 구성이다.

소원이 고객의 휴대폰에 깔아둔 앱은 소원이 이해하는 그들의 소원성취 방법이다.


아이돌 덕후 은지가 미용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그 아이돌의 힘든 모습이 보일 때 그를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한다.

이때 발견한 소원성취 앱, 그리고 면접과 그녀의 소원을 반영한 새로운 앱.

마법사처럼 이 앱이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지만 방향을 알려준다.

하지만 욕심은 의도하지 않은 사고로 이어지고, 새로운 국면을 마주한다.

작가는 이런 설정의 반복과 그들의 직업 등과 연결해 이야기를 변주한다.

인기 없는 웹소설 작가 은보는 악플러의 댓글을 차단하면서 멘탈을 붙잡는다.

한때 성공했던 책 때문에 그를 우르러보는 정육점 사장님의 연심도 나온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이지만 풀어가는 과정의 재미가 솔솔하다.


실패한 인생이지만 우연히 기른 길고양이에 진심인 아버지 서춘호.

고양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싶지만 현실에서 이런 번역기는 없다.

작가는 다른 방식으로 그의 소원을 들어주고, 과거와 연결해 삶을 새롭게 한다.

역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과도한 감정 이입은 없다.

오지랖이 넓은 빵집 사장님 도순.

그녀의 사연을 들으면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이용만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녀의 불행했던 과거와 일상이 하나씩 흘러나온다.

소원성취 앱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몰랐다가 알게 되면서 바뀌는 생각들.

결국 이 일들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이다.


동생의 자살, 자살의 이유가 너무나도 참혹했던 언니 다정의 복수심.

앞의 이야기들과 다른 분위기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녀에게 소원이 만들어준 앱은 딱 세 번만 사용 가능하다.

첫 번째 사용이 만든 예상하지 못한 끔찍한 사고, 사라지지 않는 복수심.

앞에 나온 이야기들이 보여준 재미와 동떨어져 있는 전개 과정은 살짝 힘이 부족하다.

마지막 이야기는 행복 검투사의 불행한 췌장암 3기 소식으로 시작한다.

암이 주는 공포, 낮은 치료 가능성, 치료 거부 등.

그리고 그가 성공하게 된 사연 속 이야기 하나가 소원성취 앱을 통해 연결된다.

이후 펼쳐지는 몇몇 장면은 성공한 강사의 폭주와 깨달음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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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마법사들 -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
정채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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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리 포터> 시리즈가 떠오른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영국 판타지 학원물이라면 이 소설은 판타지 미스터리에 더 가깝다.

<해리 포터>가 떠오른 이유는 일반인과 섀드로 나눈 설정이 가장 크다.

그림자 마법을 사용하는 섀드, 이들의 존재를 모르는 일반인들.

<해리 포터>가 마법사와 일반 사람을 구분하기 머글을 사용한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마법 세계의 설정은 <해리 포터>와 다르다.

이 소설 속 그림자 마법사들은 그림자를 통해 그 힘을 발휘한다.

작가가 창조한 세계가 몇몇 대목에서 낯익지만 점점 그 설정이 촘촘해지고 있다.

모두 읽은 후 후속작을 기대한 것도 재미와 탄탄해진 세계관 때문이다.


그림자를 갈취당한 사람들, 갑자기 돌아온 그림자.

그림자 갈취로 죽게 된 사람들, 그림자 마법과 보통 사람들의 공존.

도입부는 많은 의혹을 자아내게 하고, 새로운 의문으로 넘어간다.

한 달만에 깨어난 제론. 그는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

기억을 잃어버렸는데 그가 깨어난 집은 뉴욕의 비싼 아파트다.

창은 모두 커튼으로 닫혀 있고, 그가 제론이란 것을 인공지능이 알려준다.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하지만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집안에서 발견한 일곱 개의 마스크. 각각 다른 얼굴과 나이.

자신이 누군지 밝혀내는 과정 속에 마주하는 섀드의 세계.

그림자 마법은 서툴지만 그림자에 각인되어 있어 사용에 큰 무리가 없다.


작가는 이 낯선 세계를 천천히 하나씩 만들고 보여준다.

이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서 제논의 행동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의 기억을 잃은 그는 섀드의 세계에 한 발 내딛는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제논의 다른 신분이 교수로 있던 대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전통의 유란섀드학교에 정식 입학자가 아닌 초보자 교실에 들어간다.

초보자 교실이란 설정은 작가가 구현한 세계를 설명하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섀드란 사실을 늦게 알게 된 사람이나 그림자 마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딱 맞는다.

하지만 이런 교육 과정을 만든 데에는 그 이유가 분명하게 있다.

작가는 조금씩 밑밥을 하나씩 풀어놓으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림자 마법. 현대 과학 기술과의 결합.

제논의 방에 있던 7개의 트랜스포머마스크.

남겨진 문자 등을 통해 그의 신분을 하나씩 알게 되는 기억을 잃은 제논.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도 찾아야 한다.

섀드의 인터넷을 통해 다른 신분의 정보들을 검색한다.

화려한 정보들이 나오고, 소설가로 쓴 소설들도 다루어진다.

학교에서는 기억조차 없는 그림자 마법을 책과 교수 등을 통해 조금씩 배운다.

이 과정에 그림자 마법의 다양한 사용 방법이 나오고, 공간의 경계를 지운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장면이나 설정인데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읽는 동안 제논의 정체와 그를 감시하는 듯한 여교수의 존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의 다양한 신분을 표시하는 마스크들은 또 다른 상상력을 불러왔다.

과거의 흔적을 쫓는 과정에서 조금씩 흘린 몇 가지 장면은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작가가 시리즈를 염두에 둔 듯한 몇 가지 장면이나 상황은 역시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그냥 이야기 속으로 쑥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설정에 한 방 먹었고, 이 한 방이 다음에 어떻게 풀릴 지 의문이다.

이야기의 설정과 캐릭터를 잘 이어간다면 멋진 시리즈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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