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마법사들 -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
정채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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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리 포터> 시리즈가 떠오른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영국 판타지 학원물이라면 이 소설은 판타지 미스터리에 더 가깝다.

<해리 포터>가 떠오른 이유는 일반인과 섀드로 나눈 설정이 가장 크다.

그림자 마법을 사용하는 섀드, 이들의 존재를 모르는 일반인들.

<해리 포터>가 마법사와 일반 사람을 구분하기 머글을 사용한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마법 세계의 설정은 <해리 포터>와 다르다.

이 소설 속 그림자 마법사들은 그림자를 통해 그 힘을 발휘한다.

작가가 창조한 세계가 몇몇 대목에서 낯익지만 점점 그 설정이 촘촘해지고 있다.

모두 읽은 후 후속작을 기대한 것도 재미와 탄탄해진 세계관 때문이다.


그림자를 갈취당한 사람들, 갑자기 돌아온 그림자.

그림자 갈취로 죽게 된 사람들, 그림자 마법과 보통 사람들의 공존.

도입부는 많은 의혹을 자아내게 하고, 새로운 의문으로 넘어간다.

한 달만에 깨어난 제론. 그는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

기억을 잃어버렸는데 그가 깨어난 집은 뉴욕의 비싼 아파트다.

창은 모두 커튼으로 닫혀 있고, 그가 제론이란 것을 인공지능이 알려준다.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하지만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집안에서 발견한 일곱 개의 마스크. 각각 다른 얼굴과 나이.

자신이 누군지 밝혀내는 과정 속에 마주하는 섀드의 세계.

그림자 마법은 서툴지만 그림자에 각인되어 있어 사용에 큰 무리가 없다.


작가는 이 낯선 세계를 천천히 하나씩 만들고 보여준다.

이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서 제논의 행동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의 기억을 잃은 그는 섀드의 세계에 한 발 내딛는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제논의 다른 신분이 교수로 있던 대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전통의 유란섀드학교에 정식 입학자가 아닌 초보자 교실에 들어간다.

초보자 교실이란 설정은 작가가 구현한 세계를 설명하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섀드란 사실을 늦게 알게 된 사람이나 그림자 마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딱 맞는다.

하지만 이런 교육 과정을 만든 데에는 그 이유가 분명하게 있다.

작가는 조금씩 밑밥을 하나씩 풀어놓으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림자 마법. 현대 과학 기술과의 결합.

제논의 방에 있던 7개의 트랜스포머마스크.

남겨진 문자 등을 통해 그의 신분을 하나씩 알게 되는 기억을 잃은 제논.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도 찾아야 한다.

섀드의 인터넷을 통해 다른 신분의 정보들을 검색한다.

화려한 정보들이 나오고, 소설가로 쓴 소설들도 다루어진다.

학교에서는 기억조차 없는 그림자 마법을 책과 교수 등을 통해 조금씩 배운다.

이 과정에 그림자 마법의 다양한 사용 방법이 나오고, 공간의 경계를 지운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장면이나 설정인데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읽는 동안 제논의 정체와 그를 감시하는 듯한 여교수의 존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의 다양한 신분을 표시하는 마스크들은 또 다른 상상력을 불러왔다.

과거의 흔적을 쫓는 과정에서 조금씩 흘린 몇 가지 장면은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작가가 시리즈를 염두에 둔 듯한 몇 가지 장면이나 상황은 역시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그냥 이야기 속으로 쑥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설정에 한 방 먹었고, 이 한 방이 다음에 어떻게 풀릴 지 의문이다.

이야기의 설정과 캐릭터를 잘 이어간다면 멋진 시리즈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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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
엘리자베스 하드윅 지음, 임슬애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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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에 출간된 소설이다.

이 작가에 대한 극찬은 낯설지만 극찬한 작가들은 낯익다.

얇은 책이라 빨리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은 몇 쪽을 넘기지 않아 산산조각났다.

이야기 위주의 소설을 좋아하기에 이 소설은 더 힘들게 읽혔다.

문장에 대한 극찬은 읽는 동안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문장은 시와 같고, 어떤 문장은 멋진 산문으로 이어져 있다.

자전적인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

잠시 나왔다가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 기억들.

단편적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나의 집중력을 순간 흐트렸다.

매일 조금씩 읽어나가면서 헤맨 끝에 길이 보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끝났다.


모두 읽은 후 역자의 글을 보면서 내가 놓친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수없이 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 사이에 놓인 간극.

그들에 대해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에서 보이는 공감.

현재와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산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

상실의 심연에서 건져 올린 사람들과 기억들.

연도 표기가 주는 과거로의 회상과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

어쩌면 나의 회상도 이런 기억의 심연 속에서 불쑥 솟아올라오는지 모른다.

불면의 밤 온갖 기억의 단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지 않았던가.


전형적인 소설의 형식을 얽매이지 않았다.

문장과 더불어 다양한 장르가 엮이면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다채로움을 충분히 느끼기에는 나의 내공이 많이 부족하다.

다시 책을 앞으로 넘기면서 방금 읽은 듯한 이야기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짧은 시간 속에서도 기억은 이렇게 부정확하다.

작가가 건져 올린 사람들과 회상은 어떤 부정확을 가지고 있을까?

독자는 알 수도 없고,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사실을 다룬 역사서가 아니다.

또 한 번 지키지 못할 약속 하나. 언젠가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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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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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지망생의 동경와 열정과 좌절을 담고 있다.

부유한 집안에서 부족한 없이 자란 화자.

컬럼비아대학 문예창작 워크숍에 참가해 소설가를 꿈꾼다.

자신이 쓴 소설이 합평 시간에 혹평을 받지만 한 명이 화자를 지지해준다.

그가 바로 화자가 재능을 동경하고 매혹된 빌리다.

빌리가 쓴 소설은 군더더기 없는 매력으로 모두의 칭찬을 받는다.

화자는 그와 가까워지려고 하고, 그가 일하는 바에 함께 간다.

그리고 그가 살고 있는 환경을 보고 자신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자고 한다.

바의 한 귀퉁이에서 힘겹게 살던 빌리에게는 행운이다.


화자가 사는 아파트는 임대료 상한제한이 묶여 있는 건물이다.

그의 고모가 살다 남자 친구의 집으로 나간 후 그가 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넓은 집에서 살 수 있다.

자신이 동경하는 빌리를 우발적으로 이 집안으로 들인다.

방 두 개짜리 아파트이지만 아주 저렴하게 살기에 가능한 일이다.

빌리는 이 행운을 자신의 노동력 등으로 갚으려고 한다.

청소와 음식 만들기 등의 노동으로 한동안 둘의 동거는 평화롭고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빌리는 돈의 지출 없이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가 일하면서 버는 돈은 자신의 삶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화자는 빌리와 함께 살면서 소설의 부족한 부분에 도움을 받는다.


모든 것이 조화롭고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이 조금씩 생긴다.

첫 파열음은 1996년 미국 대선을 둘러싼 논쟁이다.

화자는 당연히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빌리는 밥 돌을 지지한다.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도시 인텔리라는 것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중부의 노동자들이란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단순화된 이분법이지만 논의할 대목들이 많은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빌리와 달리 화자는 여성들의 관심을 많이 끌지 못한다.

빌리가 자신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 수많은 여성들과 자게 되지만 그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돈이 궁핍하지 않은 화자가 편리함을 쫓아 자신이 비용을 부담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부담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인다.


빌리의 친척 결혼식 이후 생긴 일 하나가 둘의 간극을 더 벌인다.

어색해진 둘 사이, 자신의 아파트에게 나가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화자.

편리한 아파트 생활을 쉽게 떠날 마음이 없는 빌리.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 결코 나아지지 않는 합평, 다른 학우의 성공.

그리고 술에 취한 듯한 빌리의 도발과 비난.

술 핑계를 대면서 화자가 저지르는 부끄러운 행위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긴장감과 껄끄러운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이 행위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감정은 질투일까? 동경일까?

파국을 향한 발걸음은 이미 내딛었고 예상한 결말로 나아간다.


처음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가독성이 좋다.

쉽게 예상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아가지 않는다.

둘 사이에 일어난 사건과 파국보다 더 시선을 끄는 부분은 ‘그 후’ 이야기다.

문예창작 워크숍에서 최고의 작가로 꼽힌 그의 출간작에 대한 흥행 여부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로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알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내는 것도 힘들지만 유명한 작가가 되는 것은 더 힘들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영화나 소설 속 작가 몇 명이 스쳐 지나갔다.

생각보다 재밌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강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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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유재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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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제목 ‘도메인’의 첫 번째 뜻은 분야, 영역이라고 한다.

인터넷 주소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왜 이런 제목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인터넷 서점의 책소개에 이 설명이 나오고, 두 단편의 제목이 각각 <영>, <역>이다.

유재영이란 이름을 각인하게 된 데는 <당신에게 죽음을>이 큰 역할을 했다.

이 경장편이 풀어가는 이야기 방식과 마무리가 상당히 좋아 관심을 두고 있었다.

<영>의 경우가 앞에서 이야기한 경장편의 구성과 비슷한 대목이 있다.

이 단편집은 단편의 매력이 강하지만 개인적으로 좀 더 분량을 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영>은 캠핌장으로 가는 도중에 생긴 충돌 사고를 먼저 보여준다.

무언가 일이 일어날 전조처럼 다가온다.

캠핑장에 도착했어도 그들 외에는 다른 손님이 없고 관리인이 불친절하다.

친구 커플과 만나 흔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시체를 본 적이 있느냐? 는 물음이 나온다.

한 스토커의 자살 이야기와 차에 치인 개 이야기가 윤색되어 풀려나온다.

읽다 보면 계속 이 캠프장에서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 분위기는 계속 유지되면서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허탈한 부분이 있지만 이 찜찜한 잔영이 오랫동안 남는다.

이 단편의 분량을 더 늘이면 과연 다음 전개는 어떨지 궁금하다.

 

<역>은 온라인 소설 창작 강의를 듣는 나와 선배의 유튜브 내용을 다룬다.

창작을 위한 레퍼런스로 고등학교 선배 영역의 유튜브 채널을 본다.

영역은 번역 일을 하다 유튜브 세계로 뛰어들었다.

초창기라 그런지 많은 영상이 올라 있지 않다.

이중에서 ‘크리에이티브 캐슬: 사라 윈체스터의 성 아티스트 레지던시’가 시선을 끈다.

이 시리즈가 다루는 아티스트들의 기묘한 사연이 간결하게 요약되어 있다.

그리고 영역과 자신의 만남과 숨겨진 사연이 흘러나온다.

이 단편 속 선배는 책 속 두 단편인 <영>, <역>과 영어 번역의 이중적 이미지로 이어진다.

이 단편 또한 화자가 사라진 선배를 찾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을 풀어낸 장편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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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우리를 벌할 수 없어 꿈꾸는섬 청소년문학 3
알프레드 고메스 세르다 지음, 엄지영 옮김 / 꿈꾸는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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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지만 묵직하고 무거운 소설이다.

하나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청소년 범죄를 다룬다.

그 범죄가 타인으로 향할 때 그냥 웃고 즐기는 재미난 게임 같다.

하지만 그 피해자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되면 분위기가 바뀐다.

이전에는 그냥 잡히지 않으면 되는 사건이 불안으로 가득 차게 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그려내고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오게 되면 양심과 현실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결코 단순하게 상황만 보면서 지나갈 수 있는 소설이 아니다


마드리드 도시고속도로 위에서 세 아이가 위험한 장난을 계획한다.

달려오는 차 앞에 돌덩이를 던져 차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휴대 전화로 촬영한다.

첫 번째 차는 떨어지는 돌덩이를 보고 잘 피해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그 다음에 온 차는 떨어진 돌덩이를 피하려다 차가 뒤집어진다.

아드리안을 비롯한 세 아이는 이 영상을 찍고 인터넷에 올린다.

익명 뒤에 숨기 위해 학교 컴퓨터를 사용한다.

학교란 장소가 누구나 와서 영상을 올릴 수 있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그리고 이 영상을 자신들만 보지 않고 인터넷에 올려 그 반응을 즐기려고 한다.

악질적인 이들의 놀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로 번진다.


소년들은 단순히 장난이었지만 현실은 큰 교통사고다.

아드리안에게는 누리아라는 여자 친구가 있다.

이른 새벽 그녀에게 전화를 하지만 받지 않는다.

그녀의 엄마가 아드리안 등이 친 장난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병원의 의사는 누리아의 엄마가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

아드리안 등이 올린 영상은 이미 넓게 퍼져 모두가 봤다.

피해자 가족의 분노는 그 장난질의 대상에게 향한다.

하지만 경찰도 학교에서 영상을 올렸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이 사고 때문에 자수하자는 아이도 있지만 그 아이의 목소리는 묻힌다.


아드리안이 늦은 밤 돌아다닐 때 여동생도 밖에 있었다.

이 사고를 보고 여동생이 누가 범인인 줄 안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누리아는 아드리안에게 학교 안에서 범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이 범인이란 사실을 숨긴 채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날까 고민한다.

이 고민의 과정과 심리의 변화, 남매 사이의 갈등 등은 뛰어난 가독성과 어우러진다.

자신의 아이가, 남자 친구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의 반응은 또 어떤가.

이 소설의 진짜 매력은 범인이 밝혀진 후 이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다.

도덕과 윤리는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사정없이 무너트린다.

이에 대한 반발을 의미하는 전화 한 통, 그 결말은 열렸지만 예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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