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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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다. 글을 읽으면서 헤맨다. 앨리스씨가 주인공인 듯한데 읽으면 앨리시어가 등장한다. 그를 관찰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그의 정체성이 처음에는 분명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어디서 잘못 알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와 그의 친구 고미의 성별을 착각했다. 이 착각은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분명해졌다. 이런 모호함이 이 글 속에 담겨 있다. 딱히 뭐라고 정의하기 힘든 문장 구조와 전개라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많은 쪽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이 걸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162쪽에 끝나고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한자로 內, 外, 再 外 다. 시작은 앨리시어가 여장 부랑자로 사거리에 서 있는 장면이다. 처음 이 장면을 읽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나중에 인터넷 서점 소개글을 읽으니 일본 오사카 한신백화점 지하보도에서 여장을 한 노숙인을 보고 그 뒷모습에 압도되어 한국에 돌아온 후 단편을 Tm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문학동네 잡지 연재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때 이 소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고 다시 첫 문장을 읽으니 새롭게 다가온다.

 

앨리시어를 알기 위해서는 그가 살았던 고모리라는 마을을 알아야 한다. 그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그가 자랐던 당시는 재개발 직전이었다. 이제는 거대한 주거단지로 변했다. 이미지와 간략한 정보가 나온 후 개로 이야기가 넘어간다. 이때부터 과거로 들어간다. 과거 속 개는 개장에 있다. 이 개들은 여름이나 늦가을에 정성껏 불에 구워 이웃과 나눠 먹는다. 새끼는 살아남지만 다음은 기약할 수 없다. 개장 속 개들은 어린 앨리시어를 단번에 쓰러뜨릴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인간의 눈치를 본다. 이것은 나중에 앨리시어가 자신의 엄마보다 커졌지만 엄마의 권위와 폭력 앞에 제 힘을 쓰지 못하는 것과 연결된다. 한번 심어진 공포와 권위는 그 굴레를 벗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려준다.

 

앨리시어가 동생에게 이야기를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 이야기 이상하다. 동생도 느낀다. 이상하다 말하지만 그때 또 이야기가 변한다.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는 앨리시어를 통해 변주된다. 어떻게 보면 황당하지만 어린 아이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결말이다. 아니 어쩌면 정답일지도 모른다. 동생의 상황과 대화는 이 소설을 구성하는 중요한 하나의 축이 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꾸는 꿈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씨발. 이 단어는 앨리시어에게 중요한 단어다. 그의 엄마가 휘두르는 폭력을 가장 잘 나타내준다. 이 폭력은 아이들에게 원초적인 공포를 안겨준다. 그녀가 흔히 내뱉는 씨발이 아이들의 입에도 달라붙는다. 앨리시어의 동생도 내뱉는다. 욕이 가지고 있는 기세와 분위기가 아이로 하여금 따라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단어가 어머니의 입에서 나와 그들에게 향하면 달라진다. 이런 가정 폭력은 이 고모리에서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미도 마찬가지다. 이런 가정 폭력이 성장기의 소년들을 흔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또 하나는 재개발 보상이다. 인간의 욕망이 그대로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 바로 시위 장면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들이 보여주는 시위는 우리 시대의 어그러진 삶의 한 단면이다. 아이까지 동원해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려는 그들의 모습과 이들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하는 자산가들의 충돌과 합작은 시간 속에 새겨져 있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금액을 얻은 후 마을 잔치에서 개를 태워 먹는 것을 보면서 다시 첫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몇 쪽 되지도 않는 마지막 장을 읽는다. 앨리시어의 실패와 패배의 기록이라는 문장을 보면서 비어있는 시간과 표현된 시간의 괴리를 느낀다. 불친절하고 야만적이면서 은근히 매력적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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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1
김도경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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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자신의 난자를 추출하려고 한다. 이 여성의 이름은 송여지, 가상현실에서 레이로 불린다. 왜 난자를 뽑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생긴다. 이 세계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로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의 난자를 세계 최대 경매 사이트에 올린다. 돈이 필요해서다. 여기에 한 남자가 그녀에게 도움을 준다. 아노미아다. 그는 레이의 경매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맡았다. 경쟁이 붙어 가격은 점점 올라간다. 일반적인 가격을 훨씬 넘어섰다. 왜일까? 그녀는 평범한 애니메이터인데 말이다. 이렇게 거대한 음모와 놀라운 사실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아노미아는 남성 권리 연합(이하 남련) 소속이다. 이 미래 세계는 여성이 권력을 잡았다. 남자들은 남성성을 잃고 여자처럼 변하거나 권력의 중추에서 떨어져 있다. 과학의 발달은 근육의 힘보다 기계나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여성들이 더 잘 활약할 수 있게 만들었다. 대통령부터 정부 관료 대부분이 여자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조건 중 하나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여자들이 여성을 대통령으로 뽑아주기 때문이다. 여성 억압의 역사가 뒤바뀌었다. 이런 세계에서 레이는 경매 낙찰 금액의 일부를 남련에 기부하겠다고 말한 상태다. 물론 여기에는 아노미아의 조그만 욕심이 담겨 있다.

 

레이와 아노미아가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면 정부 측에서는 여대통령 장수진과 그녀의 경호원 가희와 정보조직의 수장 마담 리즈와 그녀의 부하 준 등이 있다. 이들은 음모를 꾸미거나 이용하거나 이용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다국적기업의 하수인 로렌스와 카스트라토이자 남련의 대표인 B 등이 있다. 이들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속고 속이는 과정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레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험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 모든 것의 시발점은 레이의 난자들이다. 이것은 단지 어릴 때 고아원에서 자신을 도와준 아이를 수술할 비용 마련 때문이다. 이 세계에 대한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본격적인 SF 액션이 펼쳐진다.

 

소설은 왜 그녀의 난자가 정상 가격을 넘어 폭등하게 되었는지 의문을 가지게 만들고, 그녀를 둘러싼 수상한 음모와 마담 리즈의 DNA 정보 차단 등을 조금씩 풀어놓는다. 여기에 대통령이 개발한 새로운 웹사이트의 가능성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정치, 경제 등의 문제를 같이 다룬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의 깊이가 그렇게 깊지는 않다. 하지만 화폐 대신 전기를 교환가치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발상은 놀랍다. ONS 백신 개발로 여대통령이 된 그녀에게 이 사업은 한국의 미래 성장을 보장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 그러니 당연하게 국제 자본들이 이것을 그대로 놓아둘 리가 없다. 특히 석유로 거대한 부를 불린 석유회사와 금융재벌 등.

 

SF적 발상을 통한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활약과 액션은 볼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파워슈트와 같은 물건을 통해 근육의 한계를 기계로 대체하였고, 기계와 인간의 결합체를 좀비라고 부르면서 판타지의 영역을 과학 속으로 끌고 들어왔다. 여기에 다이 블레이드란 검을 통해 파워슈트 등으로 몸을 보호한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다시 원초적인 액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작가의 미래 과학 인식 중 일부는 현재 과학 기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살짝 거부감이 생기게 만들었다. 리얼월드 대신 레알월드란 단어를 사용한 것도 현재의 시효성을 미래에 적용한 것이지만 스페인어 레알의 의미를 되새기면 아쉬운 대목이다.

 

작가는 한국이란 공간 속에서 출생의 비밀을 이용해 음모를 풀어내었다. 이 공간을 확장하지 않은 것은 박수를 칠만하지만 너무 쉽게 국제 음모가 발각되고 무너지는 부분은 역시 아쉽다. 처음에 주인공이었던 레이가 어느 순간 음모의 희생자로 전락하고 출연 비중이 줄어든 것은 미래 세계나 내면 심리보다 액션에 더 무게를 실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덕분에 빠른 전개와 액션으로 가독성은 충분히 높였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개인 영웅주의와 충돌은 약간 전형적인 연출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좀더 빠르고 간결하면서 덜 설명적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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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꿈
정보라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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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무거운 책이다. 빠르고 가볍게 읽을 것이란 예상을 했다. 착각이었다. 단순히 죽은 자를 본다는 것을 넘어 생사의 경계에 선 사람을 등장시키고 끈적거리면서 섬뜩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평범한 듯한 핸드폰 판매점 직원 김태경과 그의 여자 친구 성연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태경은 죽은 자를 볼 수 있고, 그가 본 귀신들이 그에게 다가온다. 성연도 귀신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온 귀신은 그녀의 몸을 빼앗을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빙의되기 쉬운 몸이다. 물론 여기에는 숨겨진 사연이 있다. 이 사연은 소설을 풀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 장면은 태경의 꿈으로 시작한다. 고등학교 때 친구 강문석의 약혼식과 묘한 부탁이 어우러진 꿈이다. 이 이후 친구이자 사장인 도영에게서 강문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장례식장에 간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로펌에서 승승장구하며 권력자 집안의 여자와 결혼까지 했던 그가 죽은 것이다. 교통사고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강문석이 자꾸 그 앞에 나타나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부탁한다. 이 부탁은 평범한 일상을 살고자 하는 그의 삶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그가 찾아온 후 평온한 일상이 산산조각난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알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성연이다. 그녀는 죽음에서 살아온 존재다. 죽은 채 태어났다가 생명을 가진 것과 함께 땅에 묻힌 후 되살아났다.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 뒤에 초자연적인 삶이 숨겨져 있다. 그녀가 태경을 만나 섹스를 할 때 태경은 그녀를 때린다. 이 구타가 그녀에게 따스함을 준다. 단순히 마조히즘으로 풀어낼 수 없는 생기의 교환이다. 이 따스함의 생명력 때문에 그녀는 태경과 함께 가끔 나타나는 귀신들을 보면서도 그에게 끌린다. 그를 포기하고 다른 남자를 찾으면 될 것 같은데 이것이 쉽지 않다. 만남과 구타와 섹스가 함께 이루어지는 이들의 관계는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뭐 이 소설 속 두 주인공 태경과 성연 모두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지만.

 

강문석의 부탁에서 시작한 조사가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다. 죽은 자의 꿈은 과거를 보여주지만 분명한 실체와 정답이 없다. 귀신이 말해주면 간단할 텐데 죽임을 당했다는 것만 보여주지 누가, 왜 그렇게 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잊고 살고 싶지만 꿈과 현실에서 나타나 그를 괴롭힌다. 이 모든 상황을 성연은 알고 있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와 함께 귀신들이 그녀의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귀신이 그와 함께 있으면 자신의 욕망을 누그러트리고 그를 돌려보낸다. 왜 이러는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죽은 자의 원한을 풀어주는 듯한 이야기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추악한 사연들이 하나씩 나온다. 강문석이란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려줄 때 그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의 삶도 죽은 자의 표식이 같이 묻어있다. 기본적으로 호러의 분위기를 가진 채 죽음의 원인을 찾는 미스터리 구성이다. 뭔가 분명한 실체를 가지고 원인을 하나씩 풀어낸다면 전체 그림을 명확하게 그릴 수 있을 테지만 왠지 모를 모호함이 가득하다. 이 모호함은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그 실체를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 작품 속 세계관에서 비롯한다. 그것의 가장 분명한 존재는 바로 성연이다. 인간의 삶을, 따스함을, 생명력을 가지고자 하는 그녀의 선택이, 사랑이 이 모호함 속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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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 푸슈킨에서 체호프까지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이현우 지음, 조성민 그림 / 현암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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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을 좋아한다. 하지만 실제 좋아하는 작가는 도스토예프스키고, 다른 작가의 책은 거의 읽지 않았다. 도스토예프스키도 한참 읽은 것이 20대였는데 지금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다. ‘열린책들’에서 새롭게 번역본이 나왔을 때 몇 권 사놓았는데 언제 다시 읽을지 잘 모르겠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한 권짜리로 사서 대학 여름 방학 동안 힘겹게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당시 <장길산>이나 <임꺽정>도 읽다가 중단했던 기억이 있다. <에브게니 오네긴>은 사 놓은 지 10년도 넘었고,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등은 읽은 기억만 남아 있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레르몬토프의 경우는 아주 낯선 이름이다. 고골은 읽다가 중단했고, 체호프는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19세기 러시아 작가들과 대표작을 해설하기 전에 저자는 러시아에 대해 먼저 설명한다. 여기서 만나게 되는 몇 가지 사실들은 너무 낯설었고, 이 역사가 러시아 민중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줄 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몽골의 지배가 미친 영향을 설명하면서 우리의 일제 강점기를 비교하는데 순간 섬뜩한 뭔가가 가슴속을 지나갔다. 그리고 지리적 배경과 상류사회의 문화적 배경 등을 알려줄 때 알고 있던 몇 가지는 다시 확인하게 되었고, 모르던 몇 가지는 이 나라와 작가들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푸슈킨에 대해 큰 관심도 없었고 러시아에서 어떤 작가인지도 몰랐다. 오히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러시아에서도 이들을 더 좋아하고 존경할 것으로 미루어 짐작했다. 하지만 푸슈킨에 대한 수많은 거장들과 러시아 민중들의 반응을 읽으면서 나의 무지가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알게 되었다. 저자가 부제로 붙인 ‘러시아 영혼의 정수’라는 단어에서도 그가 어떤 작가인지 알 수 있다. 이어서 그가 살던 시대의 문화적 사회적 배경들을 설명하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려준다. 그 후 대표작 하나에 대한 세밀한 분석으로 들어간다. 이 구성은 이후 다른 작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개인적으로 작품에 대한 분석은 읽지 않은 책과 읽었다고 해도 부정확한 기억 때문에 그렇게 깊게 와 닿지는 않았다. 여기에 저자의 80분 정도 강의를 바탕으로 쓴 글이라 분량의 제한이 분명해서 더 깊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러시아 문학가는 막심 고리키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이 시대의 거장들이다. 물론 여기에는 러시아 혁명 이후 공산주의 나라가 되면서 그 시대 문학 작품들이 거의 번역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소련이 무너진 후 수많은 러시아 문학이 다시 번역되었는데 아직 우리에게 익숙해진 작가는 많지 않다. 있다면 여기서도 자주 인용되는 나보코프와 <닥터 지바고>나 <고요한 돈 강> 의 작가 정도일 것이다. <닥터 지바고>나 <고요한 돈 강>의 작가 이름을 적지 않은 것은 사실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색하면 아~하고 말하겠지만 19세기의 대작가들처럼 귀에 익지도 입에 달라붙지도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런 현상은 나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19세기 러시아를 아는데 이 소설들보다 좋은 것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가들을 간단하게 정의하는데 이 책 목차보다 더 분명한 것도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정의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작가에 대한 인상과 일치하지 않는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분석적으로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자와 다르게 소설을 해석한 글을 최근에 읽은 적이 있어 몇몇 소설은 차이가 더 난다. 이 소설을 분석하는 틀로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더 많은 차이가 생긴다. 이런 점이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주는 매력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소설들을 읽은 후 이 책 내용과 한 번 비교해보고 싶다. 이 비교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더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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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아들 2 - 파멸의 저주 일곱 번째 아들 2
조셉 딜레이니 지음, 김옥수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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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육 개월 도제 수업을 받은 톰이 몸 상태가 나쁜 스승 그레고리를 대신해서 보가트를 처리하러 간다. 이 보가트는 그레고리의 형인 신부의 다리에 붙어 피를 빨아먹고 있다. 그냥 놓아두면 죽게 된다. 석공과 다른 인부가 도움이 있지만 혼자만의 첫 유령 사냥이다. 보가트를 가둘 구덩이를 파고, 꼼꼼하게 쇳가루와 소금을 섞어서 그 구덩이의 틈을 메운다. 조그만 틈이 있어도 그곳을 통해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가트를 구덩이로 유인하기 위해 사제의 다리를 절단한다. 유인해서 가두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때까지 흘린 피 때문에 죽게 된다. 여기서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한다.

 

전편에서 마녀와 대결을 펼쳤다면 이번에는 더 강한 고대 악령과 싸운다. 그 악령의 이름은 파멸이다. 스승 그레고리가 20년 전 한 번 제압하려고 했다가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악령이다. 사제인 형의 장례식을 보고, 이전의 악령 파멸을 제압할 목적으로 대성당 마을로 간다. 조그만 동네에서 농사를 짓던 톰에서 처음 가본 대성당 마을은 엄청난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유령 사냥꾼을 이단 혹은 마녀 같은 것으로 취급한다. 종교재판소장이 그를 보면 잡아서 화형을 시킬 수도 있다. 그레고리는 재판소장이 먼 마을에 있을 것이란 예측을 하고 간다. 이것은 착각이다.

 

일곱 번째 아들의 일곱 번째 아들인 톰은 대성당 마을에서 무시무시한 장면을 본다. 그것은 재판소장이 수많은 남녀를 끌고 다니는 것이다. 재판소장은 이들을 마녀와 이단으로 부른다. 실제 이들 중에는 마녀가 없다.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면 앨리스일 것이다. 재판소장이 마녀나 이단으로 판결하면 그들의 재산을 압수할 수 있다. 재산 증식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여기에 재판소장의 개인적 악취미도 끼어 있다. 중세의 암울한 종교 문제가 그대로 노출된다. 이들이 끌려올 때 마을 사람들 중 일부는 화형식을 기대하고 외친다. 현재와 너무 다른 중세의 모습이다.

 

대성당 마을은 파멸의 저주 속에 있다. 대성당 지하에 몸은 갇혀 있지만 사악한 기운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어들어 그들을 조종한다. 파멸은 피를 먹고 힘을 얻는다. 하지만 파멸이 갇힌 곳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은 대문을 통과해야 한다. 열쇠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파멸이 무서운 것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조종하는 것이다. 사제 중 몇 명이 이미 그의 지배하에 있다. 이 때문에 유령 사냥꾼 사제가 위험에 처한다. 유령 사냥꾼을 인정하지 않는 재판소장에게 이것은 이단자를 처분할 좋은 기회다. 고대 악령 파멸도 물리쳐야 하고, 재판소장의 추적도 뿌리쳐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이들이 고생할수록 이야기의 재미와 몰입도는 더 높아진다.

 

이번 편에서 몇 가지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난다. 하나는 그레고리의 마녀와 연관된 과거고, 다른 하나는 엄마와 아빠의 만남과 엄마의 정체다. 스승 그레고리가 겪었던 마녀와의 인연이 톰과 앨리스 사이에 다시 이어지는 듯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언제나 해답을 알려주는 엄마의 능력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보여준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아직 그 정체가 완전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엄마의 예언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 앨리스와 파멸 간의 계약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파멸을 영원히 제거할 방법이 무엇인지도. 여기에 점점 유령 사냥꾼으로 성장하는 톰의 모험이 다음 이야기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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