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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여전히 아픔이 이어져 온 달이다.

6월의 무더위를 조금은 식혀줄 책들을 몇 권 선택해본다.

  1. 모즈가 울부짖는 밤 : 오사카 고

  무엇보다 제목과 시리즈의 첫 권이란 사실 때문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일본판 본 시리즈는 과연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도 궁금하다.

 

 

 

 

 2. 밤은 고요하리라 : 로맹 가리

 1974년 작품이다. 그가 죽기 6년 전이다. " 본문 내내 장도 절도 없이, '의식의 흐름'처럼 맥락도 예고도 없이 온갖 화제를 건드리는 두 남자의 수다 같은 대담을 읽다 보면, 그동안 '로맹 가리' 또는 '에밀 아자르'의 가면에 가려 보이지 않던 '인간' 로맹 가리의 진짜 모습을, 그가 일궈온 지위와 문학 세계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아직도 그의 작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나에게 한줄기 단초를 제공해줄 기회가 아닐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3. 피버 드림 : 조지 R.R 마틴

"브램 스토커와 마크 트웨인의 만남"이라는 찬사는 그냥 지나갈 수 없게 만드네요. 그리고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와 함께 가장 혁명적인 뱀파이어 소설이란 평가는 호기심을 배가시킵니다. 이미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로 확고한 판타지 거장의 자리를 차지한 그이기에 초기작에 관심이 갑니다.

 

 

 4. 맥주별장의 모험 : 니시자와 야스히코

 침대와 맥주가 있는 별장에서 벌어지는 추리 게임과 반전의 반전이 펼쳐지는 이야기는 더운 여름 야구 중계와 맥주 한 잔처럼 읽는 순간 여유를 줄지도 모르겠다.   ‘닷쿠 & 다카치’ 시리즈의 2권이라고 하는데 마음에 들면 1권을 읽어야할 것 같다. 시리즈의 순서를 바꾸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좋은 시리즈라면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5. 의적 메메드 : 야샤르 케말

 케말의 책은 깊이가 있다. 읽는 재미도 가득하다. 사회적 모순의 타파와 민중을 구원하는 영웅을 갈망한다는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케말이란 이름만으로 읽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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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도 똑같네 2 결혼해도 똑같네 2
네온비 글 그림 / 애니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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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벼운 마음으로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가볍게 읽었지만 단숨에는 읽지 못했다. 생각보다 두툼한 분량에 곳곳에 사랑과 생활의 지혜가 묻어나서 집중하게 되었다. 특히 둘만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가 흘러나오면 자연스레 웃음이 흘러나오고, 남편이 돈가스를 먹고 싶어 하는 아내를 위해 아침 일찍 식당을 갈 때는 이 장면을 아내들이 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다. 방송에서 아내를 위해 이벤트를 자주 펼치는 연예인들이 나올 때면 아내들의 눈초리는 더욱 날카로워지기 때문이다.

 

만화가 부부란 특성 때문인지 개그와 패러디가 곳곳에 보인다. 물론 이것은 알 때 이야기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개그와 패러디가 상당히 많을 수도 있다. 놓친 것이 있다면 상당히 아쉽다. 만화가란 직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가 만화책을 냉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탓할 때 어릴 때 만화방에서 살았던 나의 과거가 떠오른다. 그 당시 만화 중 일부는 공장식으로 찍어낸 것도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지금 봐도 멋진 만화도 상당하다. 우리 사회가 만화 등을 어릴 때 보는 것으로 한정시킨 것은 왠지 모르게 나이에 따른 승급화로 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웹툰에 연재된 만화라서 그런지 각 이야기의 분할이 기존 만화와 다르다. 배경보다 인물과 대사에 집중하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이 때문에 작가가 보여주고 생각하고 느끼고 하는 것들이 상당히 잘 전달된다. 그리고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 두 부부 정말 현명해 보인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를 자주하면서 문제가 생길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한다. 취향의 차이를 다룬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각자의 인생을 존중하는 모습이 잘 보인다. 또 아이 문제를 다룬 에피소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시각에 전면적으로 부딪치는 용기도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나의 관점과 다른 부분이 존재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결혼은 그들의 삶이란 것이다.

 

에피소드 중 몇 개는 결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같은 회사나 친구들이 느낄 수 없는 부부만의 행동들이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나 장면들을 보면서 같이 공감하는 것은 그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면 그냥 무심코 보았거나 각자 부부에 대한 애정의 강도가 약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 아니라면 나와 작가를 비롯한 몇 명만의 경험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당첨의 여왕 에피소드는 아주 많이 공감했다. 운이 좋아 자주 당첨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당첨은 부지런하게 발품을 팔거나 광클이나 멋지고 자세한 후기 등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자주 많이 하는 사람이 당연히 많이 당첨된다. 한때 라디오 사연으로 살림들을 모두 장만했다는 사람들의 글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말해줄 때, 열심히 정성을 들여 시사회 영화 감상을 쓸 때 다음 영화 시사회에 더 잘 당첨된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물론 랜덤으로 기계가 선택한다면 다른 문제다. 그런 점에서 남편이 왜 로또가 당첨되지 않았는지 알았다고 한 부분은 아주 함축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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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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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고 만족한 것은 몇 편 되지 않는다. 물론 그의 대표작이나 시리즈를 제대로 읽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엄청난 다작의 작가가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작품에서 평균 이상의 좋은 작품이 계속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어떤 작품은 작가의 이름이 없었다면 보고 난 후 그냥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을 읽게 되는 것은 가끔 나오는 좋은 작품과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구성 때문이다. 한 번 잡으면 단숨에 읽게 되는 가독성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작품은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평균 이상은 된다.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 두 개의 프롤로그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먼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 하나는 살인에 대한 것이고, 비교적 가까운 것은 한 중학생의 가슴 아픈 첫사랑 이야기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와서 한 음악가의 자살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살한 음악가는 나오토다. 그는 천재형 인간이다.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다. 그런데 자살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 장례식에 사촌인 리노가 온다. 가벼운 추억이 이야기된다. 이 장례식에서 홀로 살고 계신 할아버지를 만나고, 그의 집에서 할아버지가 찍은 멋진 꽃 사진들을 본다. 할아버지는 자비 출판을 생각하는데 그녀가 이 사진 등을 블로그에 올려주겠다고 한다. 이 둘은 이렇게 정기적인 만남을 가진다.

 

이 소설을 끌고 나가는 사람은 두 명이다. 한 명은 앞에 나온 리노고, 다른 한 명은 두 번째 프롤로그에 나온 소타다. 소타는 현재 대학원생이다. 그의 전공은 원자력이다. 후쿠시마 이후 애물단지가 된 원자력을 생각할 때 그의 미래는 암울하다. 남들에게 내놓고 자랑할만한 전공이 아니게 된 것이다. 어릴 때 첫사랑과 깨어진 후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고, 형과도 친밀한 관계가 없었던 그는 집을 거의 찾지 않는다. 이번에는 돌아가신 아버지 3주기를 맞이하여 집에 온다. 하지만 이 귀향은 새로운 사건을 만나게 하고, 과거의 오해를 풀고 진실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프롤로그의 살인 후 두 번째 살인이 나온다. 그것은 리노의 할아버지 아키야마 슈지의 죽음이다. 그의 시체를 발견한 것은 리노다. 큰 충격을 받는다. 형사 하야세는 이 관할 경찰서 담당이자 슈지와 과거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그의 아들이 마트에서 도둑으로 몰려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무죄를 증명해준 은인이다. 그 후 특별한 연락을 하고 지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매년 연하장 등을 주고 받고 있었다. 그는 과거 외도 때문에 아내와 별거 상태다. 아들을 제대로 만날 수도 없다. 그런데 이 사건 때문에 아들과 통화를 하게 된다. 아들은 아버지가 꼭 범인을 잡아주었으면 한다. 이제 그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다.

 

소타의 형 요스케는 경찰청 간부다. 리노가 할아버지 사후 올린 한 장의 사진 때문에 연락해서 가짜 신분으로 그녀를 겁주고 블로그를 폐쇄하게 만든다. 이후 이어지는 그의 행보를 보면 그는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노란 나팔꽃에 대한 정보를 쫓지만 강한 액션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가 숨긴 정체 때문에 리노와 소타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둘은 노란 나팔꽃의 정체를 찾아다닌다.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꽃인데 리노는 이미 본적이 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죽은 후 그 꽃 화분이 사라졌다. 제목처럼 이 몽환화가 정체가 뭐길래 이런 저런 사건들과 비밀이 생기는 것일까? 이 모든 의문이 풀리는 것은 당연히 마지막 장면이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사람들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고개를 끄덕였다.

 

별개의 프롤로그를 연결하고, 과거를 현실과 다시 이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뛰어나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만들어놓은 이야기들 몇 가지는 그냥 평범하게 묻혀 버린다. 특히 하야세와 아들의 관계나 그 뒷이야기가 없어 아쉽다. 리노가 뛰어난 수영선수였다가 심리적 문제로 수영을 중단하게 된 사연을 간단하게 묘사한 것은 좋은데 이것을 진정한 재능이란 것과 연결한 것 외에는 다른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갈등과 고민이 지나가듯 흘러간 것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납득하기 힘든 것은 역시 몽환화를 두고 펼치는 두 집안의 과거와 현재의 행동들이다. 하나의 성장소설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사명감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다른 작품과 달리 다양한 인물들을 내세우고 관계를 맺고 풀어낸 것은 좋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려주지 앉는 것은 역시 아쉽다. 그러나 가독성은 변함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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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 때時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인생수업
조용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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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초판 발행 12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재출간한 책이다. 초판을 읽지 않아 어디부터 어디까지 개정되고 증보되었는지 모른다. 알 수 있는 부분은 4부에 2002년 이후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들이다. 출판사 글을 보면 “갑부 김갑순부터 한덕수 총리, 정치인 서청원 등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인물들의 사주 분석과 사주명리학 대가들의 면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삽화 60여 컷이 더해진”이라고 한다. 초판의 목차와 비교하니 상당한 차이가 있다. 초판에는 지금처럼 4부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시간의 흐름 속에 곁들여진 내용에 따라 각각의 꼭지로 잘 나누어진 모양새다.

 

조용헌의 글을 읽을 때면 늘 강호동양학이란 단어가 따라 다닌다. 강호동양학을 구성하는 3대 과목은 사주, 풍수, 한의학이다. 그는 이 과목을 천·지ㆍ인 삼재사상과 연관시킨다. 천은 사주, 지는 풍수, 인은 한의학이다. 이 삼재를 말할 때 예상한 것이지만 그의 설명은 좀더 체계적이다. 이런 서문을 시작해서 사주팔자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그의 해석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늘 사용하고 뱉어내고 듣는 단어들을 인용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인용에만 그치지 않고 학문과 경험을 같이 녹여내어 풀어낼 때 단순히 이것을 미신으로 분류하는 것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사주, 관상, 주역 등의 고수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그들의 야사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전설의 한 이야기를 몰래 듣는 기분을 전해준다. 명리학의 두 거인 박재완과 박재현, 주역의 대가 야산 이달의 이야기는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데 한 분야의 고수가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데 이것과 비교되는 은거 고수의 삶은 또 다른 흥밋거리다. 저자는 단순히 이 사람들의 이야기와 비사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주풀이로 그들을 이해한다. 이 때문에 그의 글들이 단순한 이야기 수집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강호동양학을 공부한 고수에 의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사주를 믿지 않는다. 작명소에서 이름 짓는 것도 믿지 않는다. 음양오행 이론을 좋아하지만 이것이 개인의 운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조선조의 사대부와 왕가의 자식들의 삶을 보면서 신뢰의 벽이 깨어졌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을 두고 각각의 무리들이 각자 다른 인물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결과를 가지고 해석하면 역으로 끼워 맞춘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현재는 믿음이 없다. 하지만 이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믿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반작용이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나도 정말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면 사주명리학이나 주역의 괘에 의지할지 모른다.

 

인간이 세상을 아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자연을 개발하고 개척한다고 하지만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너무나도 무력하게 무너진다. 이성과 과학을 믿고 있지만 아직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사주명리학은 통계적인 부분을 감안하면 상당히 과학적이다. 저자의 해석 중 반복된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자연과 삶의 반복으로 만들어진 과거의 통계는 미래를 예측하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가 영발에 T.O가 있다고 한 부분에서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인다. 과거를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역설적이지만 수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주팔자를 믿지 않지만 읽으면서 고수의 전설은 가슴 한 곳을 뛰게 만들었다. 사주에 대한 풀이가 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나의 생년일시 등을 대입하려는 마음이 생겼다. 절대적으로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통계의 위력을 어느 정도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사적 사건과 연관해서 이야기를 풀어낸 저자의 필력과도 관계가 있다. 역사적 순간, 특히 5.16군사 쿠데타의 마지막 결정을 할 때 점쟁이나 주역의 대가들에게 물었다는 야사는 아주 그럴 듯하고 매력적이다. 흔한 말로 진인사대천명이기 때문이다. 때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인생수업이란 부제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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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목걸이 - 딜쿠샤 안주인 메리 테일러의 서울살이, 1917~1948
메리 린리 테일러 지음, 송영달 옮김 / 책과함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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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쿠샤 안주인 메리 테일러의 1917년부터 1948년까지 서울살이를 다룬 책이다. 딜쿠샤의 위치는 서대문과 사직공원의 사이에 있는 사직터널 뒤쪽에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니 붉은 벽돌에 1923년 건축연도가 표시된 건물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의 사진이 없는 것이 살짝 불만이었다. 역자가 현재 여러 가구가 살고 있다고 끝에 덧붙였지만 가장 확실한 자료 사진 한 장이면 될 텐데 하고 말이다. 덕분에 표지 그림과 사진을 비교하면서 그 동안 이 집이 어떻게 변했는지 볼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이 책을 썼지만 책을 출간한 것은 아들이다. 그녀는 1889년 영국 첼트넘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출생연도와 가정 경제 내용을 적은 것은 그녀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이 환경이 그녀가 다른 국가를 보는 시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집을 모험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찼다고 표현한다. 아버지가 모험을, 어머니가 아름다움을 담당했다고 하면서 집을 찾아온 다양한 직업군을 말한다. 이때 경험이 그녀가 연극배우가 되어 세계를 돌아다닐 때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호박 목걸이가 나온다. 가끔 영국 영화에서 보는 귀족들의 삶과 상당히 닮아 있는 풍경 등이다.

 

책은 그녀가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떠나게 되었는지로 시작한다. 바로 2차 대전 때문이다. 일본이 미국 진주만을 폭격하면서 한국에 있던 외국인들은 잠정적으로 포로가 된다. 한국에 이십 수 년을 머물면서 쌓아온 관계와 기억과 추억과 물건 등을 두고 떠나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한국은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그곳이 아니다. 사실 이 부분은 뒤에 나오는데 분단 후 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이 풍경은 그녀가 살아온 방식에 의한 것이다.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낸 한국. 그곳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을 보면서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남아 등에 나가서 바라본 그곳의 모습과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를까 하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위에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변화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심할지도 모르지만. 이 시각을 생각하게 된 것은 그녀의 글에 등장하는 한국 사람들의 이름 대신 성만 나오는 것 때문이다. 또 어떤 장면들은 유럽인들이 동남아에서 그 나라 사람들을 하인 등으로 부리던 장면과 너무 닮아 있었다.

 

우리의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는 현실에서 외부인의 시선과 기록은 당시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에 나오는 3.1운동이나 고종 황제 장례식 장면은 길지 않지만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 한 자락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녀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지나가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들은 짧지만 강렬하다. 특히 스탈린 시대 소련의 모습은 거짓과 역설로 가득하다. 이런 모습이 그 당시 한국을 여행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간다. 이것은 우리가 가끔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짧게 경험한 것으로 그 나라를 평가하는 것과 아주 닮아 있다.

 

특권을 가진 외국인에 부유하기까지 한 그녀의 삶에서 결핍이란 자신이 살던 물건이나 문화가 존재하지 않으면서 발생한다. 더 좋은 문화나 방식이 있다 하여도 그녀는 그것을 따르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할 만한 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생활의 방식을 바꾸려고 하면서 생기는 불편함도 무시못할 것이다. 그렇게 많지 않은 돈으로 여러 명의 하인을 두고 집을 가꾸고 밖을 돌아다니는 그녀를 보면 어느 정도 거부감도 생긴다. 하지만 이것을 탓할 수 없다. 그녀의 삶이자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녀 주변 사람들이 받게 될 문화의 충격은 또 다른 문화의 형성과 발전을 가져온다. 그리고 그녀가 완전히 한국의 문화를 거부한 것이 아니다. 인정하고 있다. 그 장면을 볼 때면 암울했던 그 시대가 그대로 느껴진다.

 

한국 서울에 딜쿠샤란 집을 지어놓았지만 그녀의 여행과 모험은 세계를 누빈다. 일본에서 남편 브루스를 만났고, 결혼은 인도에서 했다. 시베리아를 횡단했고, 유럽과 미국을 다녀왔다. 그 시대를 생각하면 쉬운 일정이 아니다. 한국으로 온 후도 그녀의 여행은 금강산, 원산, 금광 등으로 계속된다. 이 때문에 독자는 그녀의 시선을 통해 그 시대 그 나라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한국에 체류하던 외국인들의 모임이 어떤 사람들이 참가했는지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역시 단편적인 소식이나 정보에 머물면서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좀더 깊이 있게 파고들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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