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비아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2
모르텐 뒤르 지음, 라스 호네만 그림,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단숨에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다. 분량도 많지 않지만 그림으로 가득해 한달음에 끝까지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는다. 현실에 있었던 이야기를 저자가 상상을 조금 덧붙여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현실의 아픔과 비극은 그것을 경험하지 않은 나에게 피상적이지만 조금만 그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되면 예상하지 못한 묵직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그렇다. 이 슬픈 이야기는 시리아 내전이란 참혹한 현실을 알아야만 그 깊이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슬픈 이야기와 그림만으로는 그것의 반도 알 수 없다.

 

2015년 터키의 한 해수욕장에서 세 살 소년의 주검이 발견되었다. 시리아 난민 어린이다. 이전까지 다른 나라의 불행한 역사가 이 사건을 계기로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흔히 말하는 시리아 난민 문제가 공식적으로 세계인들에게 부각된 것이다. 이 그림책은 이 소년의 죽음에서 모티브와 주제를 얻었다. 한 소녀 아미나를 등장시켜 왜 그녀가 작은 배를 타고 위험한 망망대해를 떠돌게 되었는지 보여주면서 한 소녀의 죽음 이면에 있는 한 국가의 비극을 아주 잘 보여준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장면들 없이도 한 소녀의 익사 과정과 과거를 배치하면서 강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현실의 참혹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비극은 언제나 자신도 모르게 찾아온다. 내전이 있었다고 해도 어린 소녀에게 엄마와 아빠가 함께 한다면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최소한 아미나에게는 그랬다. 엄마와의 술래잡기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함께 먹은 음식이 제대로 재료가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얼마나 따뜻한 기억이었는지 등이 간결한 그림과 더불어 잘 드러난다. 풍랑 속에 침몰하는 배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아미나의 기억이 연결되는 순간 작은 기대와 희망을 품게 되지만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작가에게 이런 희망은 무의미하다. 다만 이 소녀의 짧은 행적을 통해 그 나라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분명하게 보여줄 뿐이다.

 

술래잡기는 들키지 않기 위한 게임이 아니다. 누군가가 찾아주길 바라는 게임이다. “나를 찾아줘”란 대사는 한 소녀의 절규인 동시에 시리아 내전의 참혹한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작은 희망을 의미한다. 제노비아란 제목도 시리아의 유명했던 여왕의 이름에서 빌려왔는데 이 모든 것들은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아미나의 어머니가 딸에게 바란 것이 이 제노비아 여왕 같이 당당하게 사는 것이지만 현실은 절망적인 참혹함만 보여줄 뿐이다. 마지막에 제노비아 호의 침몰을 보여주면서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작가는 이런 간결한 장면과 배치를 통해 현실을 똑바로 보게 한다. 그리고 그 현실의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이 시리아 난민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 생각하게 만든다.

 

대상 연령을 초등학생으로 잡았는데 이 그림책을 읽고 난 후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그들이 품게 될 의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또 어떨지도. 과연 이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도. 역사를 알고, 그 참혹한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면 그냥 슬픈 이야기에 그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금 더 나이가 든 사람에게 더 맞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어른에게 더 잘 어울리는(?) 책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