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2 - 1916-1920 3·1혁명과 대한민국임시정부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2
박시백 글.그림 / 비아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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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35년의 역사를 다룬 박시백 화백의 <35년> 2권이다. 1권을 읽지 않고 2권부터 읽었지만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을 다루고 있기에 많은 부분이 낯익었다. 하지만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시대를 그려낸 이 만화는 낯익음을 넘어선 섬세함이 곳곳에 담겨 있다. 학창 시절 배운 단순한 역사를 넘어선 풍성한 사료는 내가 기존에 읽었던 역사서 등과 맞닿아 있으면서 더 확장되어 있다. 그래서 곳곳에서 낯선 이름과 낯선 활동 등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이 낯섦 대부분은 최근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나의 무지가 큰 역할을 한다.

 

이제는 일제강점기와 35년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한때는 다른 단어를 사용했었다. 일제 36년이란 용어였다. 35년이냐, 36년이냐 하는 것도 한때 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제 이런 용어들이 정리된 모양이다. 일제강점기란 단어도 낯익어진 것도 황교익이 방송에서 자주 말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보면 내가 상당히 연식이 되기는 된 모양이다. 동시에 최근 역사 용어에 대한 무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알고 있던 단어가 머릿속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낯선 단어로 다가온 것인지도.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독서가 최근에 거의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1916년부터 1920년까지 시대를 다루지만 가장 중요한 사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3.1혁명이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임시정부다. 이제는 3.1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인데 이전에는 3.1운동이었다. 만세운동의 성격만 부각시킨 교과서를 배웠던 세대라 혁명이란 단어가 낯설다. 이 3.1운동을 아주 중요하게 다루었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너무 과장되게 표현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시대의 상황과 함께 아주 냉정하게 그려내었다. 물론 과장된 부분은 이 3.1만세운동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반응이었다. 그 시대가 아직 식민지 시대였음을 감안하면 제국 열강들에게 이 운동은 우리가 세계 뉴스에서 본 작은 독립운동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대한 의도를 이전에 다른 책에서 읽었다. 하지만 그 시대 조선의 지식인들은 아직 완전히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이것은 하나의 좋은 시발점이었다. 만세운동이 혁명으로, 해외로 번져가는 과정을 보여준 장면들은 기존의 인식을 깨트리기에 충분했다. 한계가 분명한 운동이 다른 활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출범이었다. 최근 임시정부를 두고 벌어지는 몇 가지 논쟁은 아직 다루고 있지 않은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임시정부를 세우고, 기존의 세력을 통합하려는 노력 등에는 아주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 이해관계를 작가는 간결하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고 만화 속에 풀어낸다. 안창호의 퇴진을 둘러싼 평가 속에서 작은 말 하나로 현실 인식을 보여주는 부분은 이 시대의 사료들을 제대로 읽고 소화하지 못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나의 흐름 속에서 꼭 필요한 사건들과 인물만 뽑아서 풀어내고,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는 이 책 한 권이 다른 공부의 작은 시작임을 알려준다. 연해주 지역과 조선공산당을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다른 통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참고문헌을 간단하게 읽으면서 내가 읽었던 책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작은 열의를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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