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란드의 밤
올리비에 트뤽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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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란드란 지명이 아주 낯설다. 하지만 지도에서 찾아보면 낯익다. 이 낯섦과 낯익음의 차이는 이 지역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나에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흔히 스칸디나비아 반도라는 불리는 그곳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사미족이 살았던 이 땅은 노르웨이, 스웨덴, 필란드의 세 나라에 걸쳐 있는 광대한 영토다. 구글에서 라플란드를 검색하면 오로라, 북극, 필란드, 여행 등이 먼저 나타난다. 이 지역의 오로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 같이 문외한에게는 아주 생소한 이름이다. 이 소설은 바로 이곳에 사는 사람과 사건 등을 다룬다.

 

라플란드에 먼저 살았던 민족은 사미족이다. 순록을 치면서 산 이들에게 종교와 인종 문제가 엮이면서 큰 변화가 생긴다. 멀리는 기독교가 사미족 샤먼을 말살하고, 19세기는 사미족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이루어졌다. 현재 가장 선진적인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의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은 역사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인종 탄압과 함께 강한 동화 정책이 펼쳐졌고, 현재도 이 민족을 둘러싼 많은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름만 진보당인 극우 정당이 소설 속에서 내뱉는 말들은 우리가 북유럽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많이 다르지만 현실이다. 자신들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극우정당들이 더 많은 득표를 한다는 지적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북유럽 스릴러가 아주 인기 있지만 이 소설처럼 극지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흔치 않다. 주로 대도시를 배경으로 살인자를 좇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이 소설은 작은 마을이 배경이다. 순록치기들이 등장하고, 사미인들이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스노우모빌을 타고 순록치기들을 관리하는 경찰이 등장하고, 사미인들은 라플란드 속 국경을 오고 간다. 이 국경이란 인위적 구분이 오래전에는 하나의 비극이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순록경찰도 이 국경을 넘어 다니고, 어떤 순간에는 라플란드에 있는 순록경찰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은 개인적으로 아주 낯설다.

 

순록경찰인 클레메트와 니나가 전체적인 이야기를 끌고 간다. 아버지가 사미인이고, 어머니가 스웨덴인 클레메트는 사미인 동화정책 때문에 아주 큰 고생을 했다. 이 이야기 속에 가끔 나오는 이 인종정책은 니나가 북유럽에 있었던 인종차별주의자들에 대한 무지와 이어진다. 과거의 역사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현재의 모습만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역사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프롤로그와 사미족 북의 도난으로 인한 시위에서 목사가 하는 말과 행동이다. 이 경건주의파가 어떻게 사미인들의 문화를 파괴했는지, 풍부한 자원이 사미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등은 이 소설의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다.

 

라플란드의 자연환경을 알려주기 위해 각 장마다 일출과 일몰과 해가 떠있는 시간을 알려준다. 극야의 시기를 지나 조금씩 햇볕이 나오는 시간과 함께 이야기는 점점 더 확대된다. 사미족 북의 도난과 순록치기 사미인 마티스의 죽음까지 이어지는 사건은 노르웨이의 작은 사미 마을 카우토카이노에 많은 분노를 자아낸다. 그리고 곧 열릴 예정인 UN 컨퍼런스에서는 소수민족의 인권을 다룰 예정이다. 이런 상황이니 이 사건들이 재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상부의 압력과 달리 아직 충분한 수사도 지원도 없는 상태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인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엮기 시작한다. 여기에 극지의 아주 열악한 자연 환경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솔직히 아주 복잡한 미스터리나 충격적인 반전이 나오는 작품은 아니다. 의외성은 살아있지만 감탄할 반전은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추리를 따라가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 모습들이 사미인들의 역사와 황량한 풍경과 극저온의 기온들과 엮이면서 읽는 동안 머릿속에 이미지를 쌓아간다. 이 쌓인 이미지와 사미인들의 역사와 자원개발 등이 섞인다. 언제나 비극은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한다. 이 작품도 바로 그 지점을 정확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강한 인상과 함께 약간의 허무감을 던져준다. 뭔가 뒤끝이 남는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여운이려나? 두툼하지만 이미지가 조금씩 쌓이면 생각보다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이런 극지 스릴러라면 또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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