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했던 여름이 지나고
태재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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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재, 이름이 낯설다. 시인의 첫 산문집이란 말에 혹했다.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면 그의 책이 몇 권 나오지 않는다. 이 산문집에 가장 많이 나오는 그의 시집 <우리 집에서 자요>는 검색도 되지 않는다. 구글로 검색하니 독립출판이란 단어가 보인다. 예전에 방송에도 잠시 나왔던 모양이다. 캡쳐된 시도 몇 편 보이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시와 조금 달라 보인다. 이 모든 검색은 이 산문집을 읽기 전에는 별 관심도 없었다. 아니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렇게 산문집을 다 읽고 그를 찾아보니 글 속에서 나왔던 몇 가지 장면이나 상황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시인은 불행의 반대말을 다행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언어의 습성을 작가는 이렇게 깨트린다. 결코 두텁지 않은 분량이라 대부분 회사에서 틈틈이 읽었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언어의 온도>와 닮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을 잘 읽지 않는데 가끔 한두 쪽씩 읽으면 나름대로 재미있다. 한두 쪽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몇 십 쪽을 읽는다. 일상에서 시작한 기록과 감상 등은 나의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공감대의 폭이 다르다. 공감하는 부분보다 요즘 청춘은 이렇게도 사는구나, 하는 감탄과 인식이 더 많이 작용한다.

 

20대에 자신의 선택을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시인의 길로 나섰다. 대단하다. 매년 책을 낸 듯해 더 대단하다.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은 개인적으로 부럽다. 이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정제된 문장과 다양한 글쓰기가 실려 있다. 한 편의 글 분량은 언제나 일반적인 책의 두 쪽을 넘어가지 않는다. 가볍게 휙휙 넘기다가 마음에 드는 문구와 내용이 나오면 잠시 멈춘다. 숨을 고르고 내용을 읊조린다. 나처럼 중늙은이가 아닌 청춘들이라면 더 많이 공감할 내용들이다. 그들의 삶이 태재의 문장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 글들을 읽으면서 잊고 있던 감성과 기억들이 드문드문 떠올랐다.

 

시인의 글은 관찰과 비유로 가득하다. 하지만 어떤 때는 간결한 직설이 더 효율적이고 시적일 때가 있다. 검색으로 읽은 시들에게 발견한 것이다. 이 산문집에도 그런 모습이 종종 보인다. 가진 것 없는 청춘의 삶은 힘들다. 이 힘겨움을 그는 조용히 견뎌낸다. 옥탑방에서든, 공장지대 옆에서든. 서점에서 일할 때 에피소드는 그 뻔뻔함이 재밌다. 자신의 책을 추천하다니.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손님의 반응이다. 내가 몰랐다고 다른 사람들까지 모르고 있다는 착각은 이래서 위험하다. 그의 사인을 받은 손님은 정말 행운이 많다.

 

스스로 천재라고 말하는 자뻑은 반전으로 더 재밌다. 글쓰기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의 답과 국어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글쓰기 시작했다는 대답은 한 시인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많은 글들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다짐과 일상이 담겨 있다. 청춘은 이렇게 성장한다. 그가 꿈꾸는 생업은 나의 가슴 한 곳에 와 닿는다. “‘천천히’가 아니라 ‘꾸준히’다.”란 문장이다. 살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꾸준히 하는 것이다. 이것을 평생하려면 엄청난 의지와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그의 ‘꾸준히’를 응원한다. 그리고 그가 마주한 일상들 속에서 우리 주변 사람들의 삶을 발견한다. 내가 무심코 지나친 것들이 태반이다. 이 글들을 읽으면서 잠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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