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당신 가까이로
김기연 지음 / 그책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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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대한 글로 시작하기에 저자를 사진작가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은 더 굳건해졌다. 하지만 그의 이력에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20년 동안 카피라이터였단 것이다. 글을 쓰는 것과 사진을 찍는 일이 누군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런 구도와 감상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이 특별함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가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열정과 의지가 동반해야 한다. 순간의 특별함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바로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 포함 네 권을 출간했다. 물론 다른 책은 읽은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그가 적은 단어들이, 기억들이, 순간들이, 감정들이 조용히 가슴 한 곳에 자리잡고 울렸기 때문이다. 그 울림은 나의 경험과 맞닿아 있다. 이해와 생각과도. 그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사람과 물건들과 순간들은 저자의 머리와 가슴을 거쳐 자신만의 해석으로 풀려나온다. 잠시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 순간에는 사진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들려주기도 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피사체가 몸짓으로 드러내는/ 마음의 언어를 담아내는 일입니다”라고 했을 때는 내가 찍었던 수많은 사진이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사진들은 아주 다양한 피사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들도 그냥 서 있지 않고, 움직이고,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엇갈리고, 연인들이 있고, 그 옆에는 혼자 서 있다. 이런 장면에 저자는 이야기를 덧씌운다. 그 덧씌운 이야기 속에 자신의 감정을 살짝 밀어넣는다. 사랑으로 시작하여 기다림, 이별, 슬픔, 미안함, 후회, 아쉬움, 그리움 등의 감정이 글에 드러난다. 노골적인 경우도 있지만 좀 더 음미할 때 그 감정이 더 분명하게 다가온다. 이것은 사물을 찍은 사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는 그의 감정들이 듬뿍 묻어있다. 혹시 사진만으로 부족할까봐 자세하게 글로 그 감정을 표현한다.

 

화려하지 않은 사진과 글들이다. 분량도 많지 않아 단번에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며칠을 두고 조금씩 천천히 읽었다. 그가 놓친 사랑이 무엇일까? 궁금해 하고, 그 이별이 나의 과거를 잠시 떠올려주고, 미안함을 느꼈다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을 시작할 때 기다림이 어떤 것인지를 딱 알려주는 문장을 발견한다. “오도 가도 못하는 / 마음의 감옥” 이란 문장이다. 기다림의 즐거움보다 슬픔과 아쉬움과 그리움과 긴장감이 더 강하게 담긴 표현이지만 마주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정말 딱 맞다. 저자의 이 표현에 깊게 공감하는 것도 아마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런 낯섦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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