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이유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읽는 존 리버스 시리즈다. 개인적으로 한 권씩 모으고 싶은 시리즈다. 예상보다 훨씬 꾸준하게 나와준다는 점에서 늘 고마움을 느낀다. 개인적 바람이라면 전권이 나와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안다. 이번 작품은 여섯 번째고, 스코틀랜드의 파벌주의와 종교적 갈등을 다루고 있다. 유럽에서 신교와 구교의 갈등이 아주 심각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비교적 최근까지 이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은 자주 까먹게 된다. 물론 단순히 종교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갈등의 원인은 항상 종교의 외피를 뒤집어쓰고 있다. 이 소설의 핵심 장소 중 한 곳은 바로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문화센터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머릿속에 혼란을 가져온 것은 장소에 대한 것이다. 처음 시체가 발견된 메리 킹스 클로즈란 장소다. 건물과 도로 위에 다시 건물을 지었다는 말에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아주 무시무시한 장소란 설명과 사진들이 나온다. 유료 관광지란 것도 같이. 하지만 이때만 해도 아직 개발이 되기 전이다. 이 잔혹하게 살해된 시체를 발견한 것도 십대들이다. 리버스는 이 시체의 살인 흔적을 보고 식스 팩이란 단어를 말한다. IRA의 처형방식이다. 북아일랜드는 한때 리버스가 복무했던 장소 중 한 곳이다. 나중에 단서를 얻기 위해 다시 찾아가는데 비행기 착륙에 대한 공포가 있음이 드러난다.

 

이 살인은 애든버러 페스티벌이 벌어지는 시기에 일어났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시내를 돌아다닌다. 시내 곳곳에 음악이 흘러넘친다. 총 소리가 들려야 하지만 음악들에 묻힌다. 이런 흥겨운 곳이라고 해도 어두운 장소는 있다. 바로 가르-비다. 이곳에 신교와 구교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센터를 개설했지만 신교 청소년들만 모인다. 이 지역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예전에 본 미국 슬램가가 떠올랐다. 잠시만 주차해놓아도 차 부속품들이 사라지는 곳 말이다. 실제 이곳에서 존 리버스는 몇 번이나 차가 파손된다. 그리고 문화센터에서 아이들의 폭력에 놀란다. 어떤 순간은 순찰차의 도움을 받아서 나와야 한다. 이 거대한 범죄구역은 과연 어떤 모습이고, 그곳에서 사는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첫 살인사건의 피해자 빌리는 악명 높은 갱의 보스인 캐퍼티의 숨겨진 아들이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존은 더 강한 압박을 받는다. 캐퍼티의 부하들이 그의 수사를 감시하고, 압박을 가한다. 그리고 빌리의 팔에 새겨진 문신 SaS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이 단서를 통해 스코틀랜드의 종교적 갈등과 파벌주의가 드러난다. 너무 낯선 정보들이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자주 머뭇거린 부분도 바로 이런 정보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순간이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장광설로 빠졌다면 오히려 쉬웠을 텐데 파편적으로 알려줘 오히려 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설명이 한 시대를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을 주었다.

 

존의 활약은 액션적인 것이 아니다. 직관력과 통찰력이다. 그가 보여주는 육체적 활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압도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파편적인 단서들을 천천히 모으면서 하나의 조각으로 만드는 능력은 탁월하다. 그가 SCS로 차출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조직 속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그럴 의도가 별로 없다. 몇 개의 사안에서 기존의 형사들을 동원한다.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그들이 더 잘 이행하기 때문이다. 수사가 더 진행되고, 새로운 살인이 일어나고, 숨겨진 단서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더 복잡해진다. 단순히 개인의 원한이나 이해관계로 인한 살인은 아니다. 정치적 이해가 엮여 있다.

 

이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상황 중 하나가 남녀 관계다. 연인 페이션스 박사가 있는데 살짝 래트레이에게 끌린다. 순간의 실수도 있다. 이 때문에 관계가 복잡해지고 불안불안하다. 시리즈를 읽을 때 느끼는 재미 중 하나다. 남녀 사이에 앞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이런 로맨스는 페스티벌 분위기 속에 숨겨진 테리의 위험성을 잠시 잊게 한다. 하지만 단서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위험성은 높아진다. 무기들이 밀반입되고, 어딘가로 흘러들어간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몇 가지 사실은 허황되게 다가오지만 그것을 계획했던 사람들에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잘못된 대의와 확신은 언제나 아주 무서운 사건들로 이어진다. 이 작품보다 소품인 다른 작품들로 다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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