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성숙한 시민을 위한 교양 수업
짜우포충 지음, 남혜선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예상 이상이다. 단순히 나의 집중력만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문장이나 설명이 아주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나와 의미가 순간적으로 바뀌는데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읽으면서 많은 부분을 표시했다. 이 책에서 평소 내가 의문을 느꼈던 부분을 잘 풀어낸 부분에 상당 부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은 나의 개념을 정리하기 위해서고, 어떤 부분은 누군가와 논쟁에서 사용하려고 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 논쟁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자유와 평등 등의 기본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불가능함을 느낀다. 저자도 계속해서 말하는 것이 바로 이 기본이다.

 

롤스의 <정의론>을 바탕으로 자유주의를 주장한다. 영어에서 다른 단어가 하나의 번역어로 사용됨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위해 저자는 자유방임주의와 자유주의 좌파를 구분한다. 흔히 자유주의자로 총칭하는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인데 나에게는 스스로 만든 용어가 오히려 더 불편하다. 물론 이 책이 중국을 대상으로 했다는 부분을 감안하면 다를 수 있다. 공산국가인 중국이 자유주의하면 우파를 연상시킨다는 주석은 그 나라 대중이 가진 정치적 이해를 드러낸다. 이것이 자유에 대한 해석 논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번에 쓴 책이 아니라 여기저기에 발표한 것들을 한 권으로 묶었다. 같은 내용이나 인용이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사실을 알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자유다. 자유로운 인간이다. 사실 우리가 학창시절 받은 자유에 대한 교육은 충분하지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부분이 이 부분이다. 자유란 단어가 주는 아무 곳에나 침을 뱉을 자유 같은 일차적인 상황만 머릿속에 계속 남아 더 깊은 논쟁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방임과 방종이란 용어를 통해 자유가 제한적이란 사실을 배웠지만 그냥 지나갈 뿐이다. 자유와 내맘대로가 동의어처럼 이해되는 상황을 자주 보는 것도 바로 자유에 대한 교육 부족이다.

 

자유와 평등이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고 논증한다. 이 부분은 누구나 유의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빈자들이 가진 자의 정당을 옹호할까 하는 부문에 대한 작은 단서 하나를 얻었다. “독재의 악은 독재가 정치를 우리 삶에서 소외시키고, 우리를 지배하면서도 우리와 아무 상관 없는 외재적 존재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우리 삶에서 공공성의 면모를 송두리째 앗아간다”라고 한 부분이다. 자신과 가장 밀접한 사안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려고도 하지 않고 정파성에 휩싸여 감정적으로 흐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겹쳤다. 한 사람이 자유롭다는 것은 이런 판단을 제대로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의 제도를 통해 근본적이고 중요한 기본 자유를 누린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없다. 결국 자유란 제도 속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제도를 바꾸고 개선하는 것은 바로 우리다. 정치가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을 실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때 자유인은 자신의 의지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정치권력이 행사될 것을 요구한다. 1인 1표 투표제는 그 방법 중 하나다. 이 투표제가 항상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기회에 개선할 수 있는 기회는 항상 보장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한 개체임을 실천하고 구현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장우선을 외친다. 그래야만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된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시장은 국가 안에 있는 사회 기본 제도의 일부분이다. 시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강제적인 법률이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돕기 때문이다. 그들이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고 할 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가지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들이 작은 국가를 외치면서 결코 국가를 버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을 보호하는 국가가 없다면 그들 자신도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 정치와 도덕 바깥에 독립된 자족적인 영역이라는 생각은 개념 혼란이다.”란 대목이 의미하는 바다.

 

개인적으로 시장자유자의자들의 의도를 가장 잘 보여준 대목은 “시장자유주의자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대상은 사실 평등한 자유가 아니라 사유재산권이며, 사유재산권이 평등한 자유를 가져오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자유의 불평등한 분배를 제도적으로 합리화하고 강화한다는 사실을 안다.”고 한 부분이다. 이것은 독재를 설명한 부분과 함께 이 책에서 가장 쉽고 분명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자유로운 인간은 온전한 인간이다. 온전한 자유인을 실현하려면 온전하게 자유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고 말한다. 모든 영역에서 인간에 대한 억압을 줄이고 없애는 데 온 힘을 다하려면 이런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정치철학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쉽지 않지만 몇 가지 개념과 해석은 많이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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