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의 길을 걷다 - 동화 같은 여행 에세이
이금이 외 지음 / 책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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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 문학 작가 다섯 명이 발트3국을 여행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이렇게 세 나라다. 이 에세이의 작가들도 말했듯이 발칸반도의 나라와 자주 헷갈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도를 찾아보니 그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에 둘러 쌓여있어 우리나라처럼 외세의 침입과 압제를 많이 받았다. 아니 시간만 놓고 보면 오히려 우리나라를 추월한다. 이런 시기들이 그 나라의 유적으로, 전설로, 시로, 행동으로 남아 있다. 이것은 그들이 어떻게 이 압제의 잔재들을 없앴을까 하는 의문으로 흘러간다. 당연히 이 책 속에는 나오지 않는다.

 

다섯 작가 중 이름을 제대로 아는 작가는 한 명도 없다. 작품을 보니 그래도 낯선 작품명을 가진 작가는 이금이 작가다. 워낙 어린이청소년 문학에 관심이 없다 보니 더 그렇다. 모두가 작가이다 보니 문장은 잘 정리되어 있다. 개인의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 여행지를 둘러보는 방식도 다르다. 이것을 비교할 수 있는 곳은 후기인 작가의 말에서 이 다섯 명이 다시 모여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지명을 말하고, 그곳에서 산 물건을 말할 때 그곳을 여행했던 기억과 추억들이 활짝 피어난다. 이 경험은 누군가와 같이 좋은 여행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차를 보면서 가장 먼저 착각한 것은 작가들의 글이 몇 사람에게 편중되었다는 것이다. 몇 사람 이름이 연속으로 나오면서 착시를 일으킨 것이다. 실제는 다섯 명의 작가가 각각 세 편의 글을 썼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 글을 써지는 않고 한 나라만 쓴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다섯 명이 각자 한 나라에 대한 글을 썼다면 그들이 느낌 감상을 조금은 더 다양하고 새롭게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한 작가가 한 나라에 대해서만 쓰고, 다른 작가의 간단한 감상을 끝에 덧붙였다면 어땠을까? 괜히 한 번 트집을 잡아본다.

 

나라의 위치를 착각한 덕분에 그 나라의 날씨나 풍경을 꽤 잘못 이해했다. 누군가가 코발트빛깔을 발트와 연결한 것처럼. 각 나라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그곳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역사와 전설 등이 어우러져 풀려나온다. 에스토니아 민족 시인 크리스티안 야아크 페터르손 이야기는 작품보다 그 작품을 쓴 언어와 문법 등을 더 부각한 듯하여 아쉽다. 차이콥스키의 사연을 여기서 만날 것은 생각도 못했고, 그가 앉았던 의자를 새롭게 만들면서 악보를 새겼다는 사실은 재미있었다. 표지의 사진에 담긴 에피소드는 욕망의 충돌이 만들어낸 재밌는 이야기다.

 

여행을 “특별한 곳으로의 탈출이 아니라 잃어버린 일상으로의 초대”라고 했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여행에서 자주 느끼는 감상이기 때문이다. 이 공감은 이 작가들의 글에서도 자주 나온다. 여행의 바쁜 일정 속에서 낯설고 신기한 것에 먼저 눈길이 가지만 결국 마주하는 것을 일상이다. 이때 나의 삶을 돌아보고, 잊고 있던 수많은 것들을 떠올린다. 그곳에서 만난 하나의 에피소드가 한국의 어딘가로 이어지고, 그 나라의 비극적 역사가 한국 근현대사 연결된다. 그리고 국경을 차로 건넜을 때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나라의 경계가 새롭게 다가온다. 외국 국경에서 국경놀이를 한다는 여행자들이 순간 떠올랐다.

 

리투아니아는 한때 발트3국 중 가장 큰 나라였다. 하지만 지나간 역사다. 나폴레옹과 연결되는 빌뉴스의 백골은 권력자의 욕망이 그 나라 백성들에게 어떤 악영향으로 드러나는지 잘 보여준다. 이런 역사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십자가 언덕이다. 크고 작은 셀 수 없이 수많은 십자가가 꽂여 있는 그 언덕의 풍경은 아주 놀랍다. 그들의 삶과 열망이 그 어떤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았다는 표식이기도 하다. 나라가 무너지는 와중에 나타난 진정한 리더의 존재는 그가 죽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다시 우리 역사와 겹쳐진다. 그리고 이 책 속에 나온 건물들 중 어느 하나도 엄청난 높이를 자랑하지 않는다. 이 높이가 한국의 고층건물과 대비된다. 분량과 달리 이리저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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