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트로드 모중석 스릴러 클럽 42
로리 로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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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상 최우수신인상과 최우수장편상을 모두 거머쥔 작가의 데뷔작이다. 이 작품으로 작가는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했고, 4년 뒤 다른 작품으로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두 상을 수상한 작가는 처음이라고 한다. 이 작가 이전에 이 두 상을 모두 수상한 작가는 단 두 명뿐이었다고 한다. 언제나처럼 이런 기록은 시선을 끈다. 영미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어쩔 수 없는 유혹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앞부분은 매끄럽게 읽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뎠다. 불충분한 설명과 상황은 답답하게 다가왔다. 그러다 중반 이후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고,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아서 스콧은 60년대에 발생한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 때문에 25년 전 떠나온 집으로 돌아간다. 아서의 시선으로 시작하지 않고 그의 아내 실리어의 시선으로 문을 연다. 어둠 속을 달리는데 남편의 앞차가 보이지 않는다.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캔자스 주의 한 시골 마을에 있는 시댁으로 차를 몰고 온 것이다. 어둡고 굽은 길에는 텀블위드들이 굴러다니고, 차는 뭔가를 친 것 같다. 사람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힘겹게 멈춰 선 차 밖으로 나오니 저 앞에 남편 차의 후미등이 빤짝인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다. 이제 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사람의 심리를 압박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일들이 생긴다.

 

작가는 한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 않는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낸다. 하지만 1인칭 시점이 아니다. 이 차이가 처음에는 조금 적응하는데 어려웠지만 읽다 보니 금방 적응했다. 소설 속에서 주요한 인물들은 실리어와 아들 대니얼과 막내딸 애비와 고모 루스 정도다. 물론 사건을 만들고, 다른 사람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인물은 레이 고모부나 아빠인 아서 등이 있다. 이들의 감정 묘사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월등이 적다. 이 시대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자들은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기보다 타인이 던져 준 이야기에서 비롯한 상상력에 의해 더 많은 영향력을 받는다. 이 때문에 독자가 감정이입을 많이 하게 되면 더욱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평온해야 하는 시골 마을임을 감안하면 따분하고 지루해야 하지만 작가는 잠시도 독자를 편안하게 놓아두지 않는다. 가장 먼저 아서가 25년 동안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든 사건이 있고, 레이 고모부의 가정 폭력이 있다. 여기에 소녀 줄리앤의 실종이 있다. 아서의 딸인 에비는 25년 전 죽었던 이브 고모와 꼭 닮았고, 줄리앤의 외모도 이와 비슷하다. 이 죽음과 실종은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을 불러온다. 실종된 줄리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이 소녀의 실종을 레이 고모부 탓이란 생각을 한다. 아내를 때리는 남자, 술에 늘 취해 있는 남자란 설정이 이 의문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과거의 죽음과 현재의 실종이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읽으면서 생각한 것들은 모두 틀렸다. 그리고 아직 성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마을에서 루스 고모가 이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레이의 아이까지 임신한 상태에서는 더욱. 읽으면서 가장 분노하게 만든 인물 중 한 명이 신부다. 자신의 종교관 때문에 한 여성을 위험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은 그만의 것이 아니다. 평온해 보이는 마을의 수면 아래에 얼마나 추악하고 무서운 일들이 잠겨 있을지 모른다. 읽을 때 느낀 분노와 놀라움은 이야기가 마지막에 도달할 때가 되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 도착하면 더 많은 생각과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가득해진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한 편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대니얼의 육체적 정신적 변화는 아주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아빠 아서가 분노해 떠나야 했던 이유가 드러났을 때, 그날부터 현재까지 그다지 성장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대니얼은 친구를 때리고, 죽음을 마주하면서 분명하게 성장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개인적인 큰 상처를 남겼다. 에비의 퇴행과 외톨이적인 삶과 대비된다. 이런 모든 과정들은 심리적인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불편함과 짜증과 두려움 등이 겹쳐지는 장면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작가가 충격적이면서도 능청스럽게 알려주는 사건들의 진실은 또 다른 생각의 꼬리를 물게 만든다. 읽을 때보다 그 후에 더 많은 것을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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