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바바리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3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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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의 대명사격인 바바리맨이 히어로가 되었다니 놀라운 설정이다. 그것도 청소년 소설에서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바바리맨을 통해 한 인간의 성장과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을 같이 다룬다. 결코 무겁지 않고 과도한 설정을 넣지 않은 채로. 물론 비현실적인 상황과 설정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바바리맨이 영웅시되는 현상이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다. 작가는 책 마지막에 이 부분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그래도 이 소설 속 화자인 동현의 아버지 같은 바바리맨이라면 어떨까? 아마도 처음 그가 바바리맨이 된 것에는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진정한 변태를 이룬 후의 그라면 영웅으로 대해도 되지 않을까?

 

초등학교 6학년 동현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동현이란 아이의 성격이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장면은 역시 도입부다. 아주 현실적인 시선으로 세상과 자신을 바라본다. 학교 선생이 어른이 된 후 내 모습을 적으라고 했을 때 조물주 위의 건물주를 택한 것도 그렇다. 외제차와 독신을 말하는 것도 아주 특이하다. 이 특이함을 용납하지 못하는 선생이 엄마를 부른 것은 자신의 틀 속에 만든 초등학생의 이미지를 넘어선 모습을 동현이가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의 반응은 선생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자기 자식을 오히려 자랑한다. 이 부분만 놓고도 많은 논의가 오갈 수 있다. 이렇게 이 작품은 곳곳에 논쟁거리를 던져준다.

 

동현의 아버지는 좋은 두부를 만들려고 한 사업가다. 마트와 계약을 한 후 공장을 증설했지만 계약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파산했다. 우리 사회에서 많이 듣게 되는 파산 이유 중 하나다. 사업적으로 보면 미숙했고, 경제 정의적으로 보면 마트가 갑질을 한 것이다. 이런 현실을 하소연한다고 실제 삶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런 그가 바바리맨으로 변신했다. 여고생 앞에서 변태짓을 한다. 이 모습을 아들 동현이 본다. 부끄럽다. 동시에 집에서 제대로 된 가장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아빠가 변태 파워로 우울증 등을 치료하는 것도 같다. 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바바리맨의 출동을 뒤에서 지켜보는 것뿐이다.

 

이런 바바리맨의 활약에 일대 변화가 생긴다. 한 여고생을 희롱하는 양아치를 혼내주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변태짓을 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그를 한 명의 아빠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 변태가 되기 위한 출동이 누군가를 돕기 위한 행위로 이어진다. 이런 행위들이 쌓이면서 용두동 바바리맨은 영웅으로 미화된다. 그가 하고 싶은 것은 변태짓인데도 말이다. 그가 출현하면 여고생들은 함께 인증샷을 찍고 사인까지 받는다. 급기야는 팬카페 같은 것도 만들어진다. 늘 가게에서 무협지만 보든 아빠가 무협을 끊고 운동을 시작한다. 가짜 영웅이지만 누군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주기 위해서다. 이 장면들에서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아빠가 무협지를 끊으면서 큰 고객을 잃은 대여점 주인의 등장이다. 실제 아빠의 독서가 그 대여점의 생사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은 아닐지라도 변화하는 시장의 모습은 잘 보여준다.

 

단순히 바바리맨의 영웅 활동을 다루고 있지 않다. 정작 다루고 있는 것은 동현의 시선으로 본 우리 사회의 진짜와 가짜에 대한 단상이다. 동현의 친구 종민이가 나훈아 짝퉁인 아빠 나후나를 싫어하는 것도, 가짜 영웅 바바리맨으로 계속 활동하는 것도, 철거를 막기 위해 가이포크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등장한 것도 모두 이것과 관련이 있다. 동현의 백부가 경찰을 계속해서 견찰이라고 부르는 장면들은 현실에서 우리가 느끼는 경찰 이미지와 연결된다. 경찰과 견찰의 차이는 자음 하나 차이지만 하늘과 땅 차이다. 역할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다시 거짓과 진실의 문제가 된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외로움과 연대다. 동현이 노트르담의 꼽추 역을 하면서 외로움을 이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바바리맨의 탄생 이유이기도 하다. 연대는 시인이 보여준 작은 행동과 말속에서 드러난다. 공감하지만 연대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준다. 연대의 힘은 이미 촛불로써 충분히 드러났지만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아빠가 바바리맨이 된 후 늘 걱정하는 그와 달리 주변 사람들은 쉽게 바바리맨이 아빠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이 말리지 않는 것은 그가 단순히 변태짓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짜 영웅이라도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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