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
임재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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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다. 글을 쓴다는 단순한 일에 한정한다면 기자나 블로거들도 해당되겠지만 이 소설에서 다루는 것은 소위 말하는 등단작가에 한정해서 말한다. 신춘문예나 문예잡지에 소설가로 등단하기 위한 작가 지망생들의 이야기도 같이 다루어진다. 한 명의 독자로써 요즘 솔직히 등단 작가에 대한 관심이 없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물론 문단 내에서는 다를 것이다. 가끔 다른 작가의 글에서 이런 것을 두고 말이 오가는 것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소위 대우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소설가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은 굉장히 유명해진 김연수 작가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번역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 이전에 수많은 소설가와 시인들이 글만으로 먹고 산 적이 거의 없었던 사실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잡지나 사보 등의 청탁이 없다면 알바라도 해야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소설가가 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소설가로 산다는 것은 더 힘든 일이다. 여기에 잘 팔리는 책을 써야 출판사에서 자주 의뢰를 한다. 단순히 대중의 기호에 영합한다고 잘 팔리는 것도 아니다. 어렵게 등단해 소설가가 된 재경이 영조의 결별 소식에 고민하고 여행을 떠난 것도 이 일의 연장선이다.

 

소설의 앞부분은 한 권의 소설이 어떻게 중고시장에서 취급되는지 잘 보여준다. 현실 그대로다. 2~3천 권의 중고책 가격은 불과 몇 백만 원이다. 물론 시간을 두고 한 권씩 팔고, 희귀본을 제대로 평가받는다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큰 돈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렵게 소설가가 되었지만 책은 잘 팔리지 않고, 연인은 결별을 선언한 상태에서 기억은 과거로 돌아간다. 소설가가 되고자 했던 열정의 시간들과 노력들. 그리고 뛰어난 한 명의 작가 선배, 한동수. 이 책의 제목도 그의 소설 제목에서 비롯되었다. 책을 팔고 손에 쥔 돈으로 한동수가 있는 하와이로 떠난다. 진짜 이야기는 바로 이곳에서 시작한다.

 

많은 작가들이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썼다. 소설가의 소명에 대해 주절주절 널어놓은 작가도 있고, 비루한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야만 했던 이야기도 있다. 이런 소설가들의 이야기는 새롭지 않다. 아니 진부하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있는 우리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진부한 것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지.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속에서 우리 삶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까? 아니면 이 작품 속 몇 명처럼 변주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었기 때문일까? 현실에 압도되어 소설을 버린 소설가를 만난 소설가의 이야기로만 읽기에는 한동수가 보여주는 삶이 너무 아이러니하다. 밥벌이의 어려움 혹은 지겨움이랄까.

 

재경이 하와이에서 만난 노숙자 피터의 모습은 강박의 새로운 모습이다. 표절에 대한 걱정에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국 문단에 있었던 표절 시비가 떠올랐다. 그리고 재경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소설가가 어떤 사람인지 말할 때 그 낯선 표현에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동수뿐만 아니라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몇 명의 소설가가 자신의 과거를 소설로 녹여내었다. 하지만 과연 몇 명이나 그 극단까지 갔을까? 동수가 친구의 사연을 소설로 표현했을 때 주변 문인들은 욕을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동수의 답변은 그것이 아니다였지만 진실은 그만 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정말 힘든 직업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속에 쌓인 온갖 감정, 기억, 추억 등을 글로 풀어내야 하는 직업이 소설가다. 물론 상상력으로 이것을 표현하는 분야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소설가는 이런 직업이다. 앞에서 말한 끝까지 간다는 말은 어디까지 자신의 감정과 속내를 있는 그대로 파고들어 표현했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구성과 문장도 좋아야 한다. 이것이 기본이다. 또 팔려야 한다. 팔리지 않는 작가의 작품을 어느 출판사에서 내주겠는가. 대형 출판사라면 독자의 관심이라도 끌겠지만 작은 출판사는 작가가 말했듯이 시선조차 끌지 못한다. 진부할 것 같은 소설가에 대한 소설이지만 현실과 잘 연결해서 풀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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