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감옥 모중석 스릴러 클럽 41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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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계곡>이 기대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면 이 책은 기대를 넘어섰다. 전체적인 짜임새에서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지만 정말 가독성은 뛰어나다. 등장인물들 한 명 한 명에게 신경을 쓰고, 사연을 만들어서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스릴러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미스터리를 같이 넣어서 마지막 반전에 한 방 먹었다. 솔직히 말해 반전 중 하나는 예상한 것이지만 너무 쉽게 긴장을 풀면서 놓쳤다. 작가의 능수능란한 작업에 속은 것이다. 그리고 찜찜한 몇 가지 문제를 남겨 놓았다.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다.

 

과거 속에서 한 장면을 묘사한다. 한 여자를 익사시키는 장면이다. 여자가 누군지, 살인자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는다. 이 도입부의 과거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이 살인이 이 소설 전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남는 것은 왜? 라는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내가 불만을 가지는 대목들은 이런 왜?에 대한 답들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마지막 반전 같은 장면들은 가장 현실적인 물음일 수 있다. 현실의 모든 상황이 언제나 그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니까.

 

물의 정령이라고 말하는 인물이 있다. 그가 스스로 말하는 장면들을 보면 연쇄살인범이다. 그가 내뱉는 독백 속에는 왜 그가 에릭 슈티플러 형사에게 집착하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그 이유가 나올 즈음이면 소설의 끝부분에 도착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여동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동생 이름은 시리다. 그 아이는 수영을 아주 잘 했다. 돌고래처럼 호수를 돌아다닌다. 점점 자라면서 더 빨라져 살인자보다 더 빨라진다. 그래도 오빠가 더 잘하는 것이 하나 있다. 잠수다. 더 깊이 더 오래 물속에 머물 수 있다. 이 능력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익사시키는데 사용된다. 개인적으로 익사 장면을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감정이입되었다. 무서운 장면이다.

 

슈티플러에게 전화가 온다. 여자가 죽을 것이란 암시를 주는 전화다. 누군지 바로 알아채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경찰 경력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아내의 불행했던 과거가 가정의 불화로 이어졌고 결국 이혼했다. 하지만 그가 세운 경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 덕분에 호수에서 발견된 여자 시체의 몸에 새겨진 글에도 불구하고 담당이 된다. 처음에는 그가 이 불행한 과거을 벗어던지고 범인을 열심히 쫓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추측은 그가 내미는 변명들에 의해 금방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신참 경찰인 마누엘라 슈페를링이 차지했다.

 

마누엘라는 이 소설만 놓고 보면 아주 뛰어난 경찰이다. 아주 탁월한 추리력과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수다스럽다. 서장이 그녀를 슈티플러와 한 팀이 되게 했지만 슈티플러는 그녀를 곁에 둘 마음이 없다. 그녀에게 반경 60킬로미터 안의 호수물을 조사하라고 시키고, 그녀가 조사한 자료를 무시한다. 불만이 많지만 그녀는 동료의 도움을 받아 증거물을 수집한다. 이때만 해도 등장인물 중 그냥 그런 한 명이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그녀가 전면에 나오기 시작한다. 그녀의 추리와 열정이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택시 기사인 프랑크도 뒤로 가면서 비중이 높아진다. 처음에는 그냥 일반적인 택시기사였다. 이전에 창녀였던 라비니아를 우연히 태워준 많은 기사들 중 한 명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미행당하는 불안감을 느끼고, 겁을 먹으면서 둘이 만나게 된다. 승객과 기사로서 말이다. 이런 그녀를 프랑크가 도와준다. 그리고 프랑크는 그녀라면 자신의 문제를 포용하고 사랑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보통이라면 잠시 스쳐지나갈 인연이지만 그녀를 둘러싼 환경이 인연을 이어가게 한다. 어느 순간 둘은 자신들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프랑크는 기면증을, 라비니아는 창녀와 누군가를 죽일 뻔한 과거를 말한다.

 

라비니아의 시점은 누군가에게 쫓긴다는 불안감을 아주 잘 보여준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불안감을 느끼는데 가장 크게 느끼는 인물이 라비니아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스토커 정도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그녀의 과거가 이것을 단절시킨다. 희생자들이 늘어날 때마다 혹시 그녀가 아닐까 하고 긴장한다. 프랑크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이 긴장감은 더 커진다. 그녀가 집에 없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지만 오히려 스토커로 오해받는다. 자주 보는 설정이자 장면이다. 자신의 바라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현실의 벽은 낮지 않다. 라비니아의 실종을 조사하는 인물이 프랑크인 것은 3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설정 때문이기도 하다.

 

살인범까지 포함하면 다섯 명의 주요한 등장인물들은 모두 평온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 불안감에 휩싸여 있거나 살의로 충만해 있거나 자신의 병 등으로 인한 부채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연쇄살인범이 중심에 있다. 다른 소설이라면 언론을 집어넣어 사회문제로 만들겠지만 왠지 이 부분이 빠져 있다. 경찰 내부의 부패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빠져 있다. 인물과 사건과 살인범의 사연에만 집중되어 있다. 이 덕분에 가독성은 높지만 앞에서 말한 찜찜함이 남는다. 혹시 연작 중 한 권이라면 금방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미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많이 본 설정이니까. 이 작품으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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