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2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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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헤리엇의 두 번째 이야기다. 이번에는 헬렌과의 결혼 후부터 전쟁 때문에 소집되어 군대에 가기 전까지 이야기를 다룬다. 32개의 에피소드에는 그 시대와 그 지역의 삶을 적절하게 녹아 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음주운전으로 큰 지탄을 받을 행동을 그와 동료들은 스스럼없이 저지른다. 몇 개의 에피소드는 가슴 아프게 만들고, 몇 개의 에피소드는 크게 웃게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주류는 그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수의사 활동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동물들의 이야기다.

 

지난 글에서도 썼듯이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조금 익숙해진 구성은 다음 이야기의 결말이 어떨 것이란 짐작을 하게 만든다. 물론 이것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평범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다가 마지막 한 문장에서 뭐지? 하고 놀라거나 웃게 만드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 이 능력이 개성 강한 다양한 등장인물들과 엮이면서 시너지 효과를 나타낸다. 그리고 전편에 나온 인물들이 또 다른 모습 혹은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반갑고 즐겁게 만든다. 트리스탄의 분량이 조금 적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면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일처럼 다가온다.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인데 고대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수의사와 지역민이 가지는 유대감과 따듯한 감정 등은 점점 삭막해지는 현재를 생각하면 더욱 그리운 모습이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무료로 의료행위를 하는 모습에서는 가끔 우리 주변에서 들려오는 훈훈한 이야기가 떠올라 반가웠다. 시그프리드 원장과의 에피소드는 이런 감정을 더욱 잘 느끼게 한다. 물론 악덕 거래선에 엄청난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이 수의사들은 언제나 정신이 없어 뭔가를 놓아둔다. 거금 10파운드를 둘러싼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어떤 결과가 되었을지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혼자 즐거워했다.

 

이번 책에서 가장 재밌는 인물을 꼽으라고 단연코 그랜빌 베넷이다. 작은 동물 전문 수의사로 탁월한 수술 실력을 가지고 있다. 헤리엇이 치료 불가능한 일(대부분 외과적 수술)이 있으면 베넷을 찾아간다. 그런데 이 베넷을 만날 때마다 헤리엇은 취하고 과식한다. 덩치가 좋고 엄청나게 먹는 베넷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여기에 베넷의 아름다운 아내를 만날 때는 항상 취해 있거나 속이 엉망이다. 그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수를 쓰지만 항상 베넷이 한수 위다. 폭설이 있던 날의 에피소드는 웃기지만 섬뜩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먼 곳에서 일상을 보면 매번 같은 것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헤리엇의 수의사 활동이 그렇다. 늘 같은 말과 소와 양들을 돌보지만 변수는 항상 존재한다. 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일이 조치가 늦어 어렵게 진행되거나 어렵겠다고 생각한 것이 갑자기 풀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항상 대기 상태로 살면서 새벽이라도 전화가 오면 나가는 그지만 그의 몸이나 정신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이것은 삶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적용될 일반적인 법칙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과 행동은 늘 변함이 없다.

 

헤리엇이 활약하던 당시의 의학 수준은 지금과 많이 다르다. 그중에서 가장 큰 차이는 외과 수술 도구의 발전과 페니실린의 등장이다. 한 에피소드에서 제대로 된 약만 있었더라도 농장을 계속 운영할 수 있었던 천생 농부인 공장 노동자의 사연이 나온다. 이런 아픈 과거는 아마도 헤리엇의 수의사 생활 내내 계속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생물들의 놀라운 자연치유력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우리 삶에서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아! 한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바로 그와 함께 다니는 반려견 샘에 대한 이야기가 적다는 것이다. 아마 개 이야기 편이 나오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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