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불화 명작강의 - 우리가 꼭 한 번 봐야 할 국보급 베스트 10
강소연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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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때 왜 한국은 이런 작품이 없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나의 무지의 소산이다. 서양 미술에서 도상학적으로 작품을 해석할 때 나의 머릿속에 한국 미술은 없었다. 이런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학창 시절 미술 교육이 서양 미술 중심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화가의 그림이라고는 몇 명의 유명 화가의 그림이 전부였다. 불화에 대한 설명은 거의 들은 적이 없다. 그러니 절에 가도 그 그림들이 그렇게 와 닿지 않았다. 등산하다가 잠시 쉬는 곳, 산에 간 김에 들르는 곳 이상이 아니었으니 불화를 유심히 볼 생각은 아예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불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사찰 열 곳, 불화 열 작품이다. 절 중에서 가본 곳은 두 곳이 전부다. 해인사와 법주사를 제외하면 이름도 모르는 절이 몇몇 있다. 이런 지식이니 그곳에 있는 불화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본 절도 그냥 산책하듯이 가볍게 둘러본 것이 전부다. 뭔가 아는 척한다고 사천왕상이나 대웅전이나 벽화를 보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 그림이 그 그림 같다. 책에 실린 열 곳의 사찰을 빼고 다른 사찰에서 대웅전이나 다른 건물에 그려진 불화를 본 적은 많지만 충분한 지식이 없다 보니 보이는 것 이상을 알기는 어려웠다. 가끔 만나는 십우도 정도가 나의 한계라고 할까.

 

이 책은 사찰 열 곳과 열점의 불화를 단순히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불교의 경전과 사상을 같이 다루면서 각각의 그림이 지닌 도상학적 의미를 풀어서 설명해준다. 무심코 본 그림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화가가 그린 선 하나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관음보살이 보는 방향이 다른 것이 어떤 시대를 알려주는지 등의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전해준다. 부처의 손가락 동작이 의미하는 바나, 들고 있는 물건의 의미도 같이. 이 때문에 처음에는 빠르고 간단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틀어졌다. 어떻게 보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처음 읽을 때 느낌을 조금 받았다고 해야 하나. 아는 만큼 보인다는 그 말 그대로 적용되었다.

 

관세음보살에 대한 설명을 읽다가 “관세음보살을 주제로 한 불화를 고찰할 때에는, 이 같은 보편성 속에서 각 시대별 특수성을 찾아내야 합니다.”란 문구를 봤다. 단순히 불화로만 보았던 하나의 그림 속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괘불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석가탄신일 같은 날 절에 가면 큰 불화가 걸려 있는 경우를 한두 번 보는데 그냥 큰 불화로만 생각했다. 그 그림이 어떤 의미인지,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왜 그렇게 큰 그림을 그렸는지 등은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실제로 큰 그림이라고 생각만 했지 그 그림을 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되었는지도 몰랐다.

 

불화를 볼 때 자세히 들여다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동양화를 보면서 그냥 여백의 미만 생각했지 실제 얼마나 정밀한 그림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데 실제 그 시대를 기록한 기록화나 초상화를 보면 엄청나게 정밀한 그림을 보게 된다. 사진이 없던 시절에 화가들이 해야 하는 일은 이런 것이다. 하지만 종교화의 경우는 자신들의 종교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당연히 불교를 모르면 그 의미들을 알 수 없다. 나의 얕은 지식은 금방 한계를 드러내고 저자의 설명으로 눈을 돌린다. 물론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래도 반가운 설명이 하나 있었다. 안양암의 <지장시왕도>다. 이 그림은 <신과 함께>란 만화 덕분에 낯설지 않았다. 이제는 절에 가면 법당이나 벽에 그려진 그림을 조금 더 자세히 쳐다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괜히 아는 척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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