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골사람 - 일상이 낭만이 되는 우연수집가의 어반 컨추리 라이프
우연수집가 글.사진 / 미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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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수집가란 블로거를 잘 모른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홍대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전원주택에서 사는 사람의 이야기란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어디지? 하고 생각했다. 읽으면서 김포라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집이 이렇게 저렴하게 나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실 김포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이다. 가끔 지나간다. 그런데 요즘 고층 아파트만 도로에서 보인다. 물론 내가 잘 다니지 않는 길에는 저자가 살고 있는 곳과 비슷한 곳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으로 올 때까지만 해도 ‘나도 한 번!’ 하고 살짝 꿈꿨다. 하지만 이 집의 계약이 끝나고 재개발이 된다는 사실을 읽고는 참으로 아쉬워했다. 뭐 좀 더 발품을 팔면 비슷한 곳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의 게으름이 이것을 쉽게 용납하지 못한다.

 

도시골사람. 이 단어는 저자가 만들어낸 조어다.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출퇴근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요즘처럼 대부분 사람들이 아파트를 선호하고, 살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저자처럼 자영업을 하거나 프리랜스가 아니라면 더욱 어렵다. 직장인에게 이런 곳에 살라고 하는 것은 엄청난 의지와 열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도시의 일상에 찌들려 살아간다면 한 번쯤은 고려할 만한 삶이다. 물론 살면서 잘했다는 생각과 내가 미쳤지, 라는 생각이 수없이 교차할 것이다. 그러다 대부분은 떠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응해서 산다면 이 책의 저자처럼 많은 것을 자연에서, 삶에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름처럼 저자가 김포에 내려와 살게 된 것은 우연이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후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차로 홍대 15분이지만 그는 운전을 하지 못한다. 버스는 빙 돌아 한참 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을 그는 아주 충실하게 사용했다. 글 속에 나온 것처럼 대부분 사람들은 게임이나 카톡 같은 것으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전에 출퇴근 전철을 타면 책을 꺼내 읽었는데 요즘은 운전을 하면서 팟캐스트를 주로 듣다 보니 나의 시간이 많이 사라졌다. 출퇴근 시간이 짧아졌고, 생각할 여유도 많이 사라졌다. 이런 시간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사용한다면 어떤 좋은 일이 생길까 하는 물음에 하나의 모범 답안 같다.

 

김포에 내려와 넓은 텃밭을 가꾸며 사는 그의 일상은 여유롭다. 새로운 동거인과 낯선 공간에서의 삶은 불안감을 주지만 그는 의외로 잘 지낸다. 읽으면서 주변 친구들이 생각보다 자주, 혹은 많이 오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친구 중에 이런 집에 산다면 생각보다 자주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배우자와 친구의 양해가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에피소드 중 하나에서 친구의 두 딸이 생각보다 잘 노는 것을 보고 나도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 후배 아이들이 아주 재밌게 자기들끼리 노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일상을 블로그나 SNS에 올린 글을 가볍게 적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뒤로 가면서 자신의 철학을 조금씩 녹여내는 모습을 보고 바뀌었다. 자신의 꿈을 위해 편안한 방식의 삶을 버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려는 그의 모습이 어떻게 보면 불안하고 무모해 보이지만 그의 현재는 분명히 나의 현재와 미래보다 알차고 재미있어 보인다. 그의 생각들이 하나씩 흘러나올 때 휙휙 넘어가던 이야기들이 집중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아주 깊은 곳으로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공감하고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것이었다.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 세계를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늘 쫓기는 듯한 삶을 사는 나에게 잠시나마 여유를 주었다.

 

가볍게 읽기 좋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 사진작가가 찍은 것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이야기와 잘 맞아 떨어진다. 다만 사진 밑에 쓴 글자들의 색깔이 노안 때문인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늦은 밤 형광등에 반사된 글자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아쉬운 부분이다. 솔직히 그는 성공한 사람이다. 파워블로거에 연예인을 몇 명 안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비록 그 돈이 엄청난 부가 아니고 늘 엑셀로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수준일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의 열정과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몇몇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과장된 것처럼 다가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여유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배우고 움직이는 것을 즐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소한 즐거움과 재미가 많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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