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옳은 일이니까요 - 박태식 신부가 읽어주는 영화와 인권
박태식 지음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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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영화를 미친 듯이 본 시기가 있다. 영화관에서 보고, 집에 오면 비디오를 빌려 봤다. 나중에는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서 열심히 봤다. 인터넷 있기 이전에는 영화 잡지를 보고, 비디오로 나오지 않은 영화는 어떻게든지 구해서 보려고 했다. 지금이냐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쉽게 찾아서 볼 수 있지만 그때는 불법 비디오나 희귀본이 된 비디오테이프를 찾아야했다. 힘겹게 찾아 본 영화가 나의 취향이나 이해를 완전히 넘어선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래도 계속 찾아봤다. 이런 습관은 불과 몇 년 전까지 계속 되었다. 그러다 나의 손에서 영화가 조금씩 멀어지고, 완전히 책으로 넘어왔다.

 

박태식 신부, 잘 모른다. 내가 영화를 볼 때 이 이름은 거의 없었다. 내가 아는 평론가들은 이제 고인이 되거나 너무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가끔 영화에 관련된 인터뷰를 보다 보면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그의 초창기 모습을 기억하기에 왠지 어색하다.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나의 취미나 기억이 이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주 가끔 보는 영화도 거의 오락영화만 본다. 사회문제를 다루거나 조금 어려운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영화 흥행이나 할리우드 상황 등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찾아보지 않는다. 극장에 어떤 영화가 하는지도 잘 모른다. 이런 상황이니 이 책의 저자를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책에 실린 46편의 영화 중 본 것은 딱 3편이다. 이전 같으면 최소한 반은 봤을 텐데 말이다. 비교적 2~3년 안에 상영된 영화다 보니 본 영화가 더 없다. 몇 편은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 영화 프로그램이나 포탈 사이트 연예란에서 본 적이 있다. 처참한 숫자다. 올해 영화를 몇 편이나 봤는지 생각해보니 딱 1편이다. 바로 스타워즈 7편. 이전 같으면 이 책에 나오는 영화들을 열심히 찾아서 한 편씩 보면서 저자의 글과 나의 감상을 비교했겠지만 이제는 그런 열정이 많이 사라졌다. 좋은 영화를 구해놓고 그냥 묵혀두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이 책은 아주 조용히 옛 열정에 불을 당긴다. 모두 볼 수는 없지만 극찬한 몇 편은 메모해 두었다가 한 편씩 보고 싶다.

 

영화와 인권. 어떻게 보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보기 힘든 것이 인권이 아닌가 생각한다. 열정 페이를 이용한 영화제작이 아직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저자는 인권의 범위를 아주 넓게 잡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을 넘어 사랑의 상처, 치매로 스러져가는 노인의 애절한 삶, 친구를 배신하는 것까지. 그래서 몇 편은 나의 이해를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저자가 영화에서 감독의 의도를 발견하라고 했는데 영화를 보지 않은 탓에 이것을 파악하기가 더욱 어렵다. 아니면 나의 인권에 대한 범위가 아주 좁거나.

 

모두 4부로 나누어져 있다. 지금, 여기, 우리, 나. 지금과 나의 장에 실린 영화들에는 공감을 하지만 여기와 우리에 실린 영화 몇 편은 솔직히 왜 인권에 담았는지 의문이다. 나의 한계다. 저자가 영화에 대해 풀어 쓴 글도 상당히 재밌다. 대부분이 두 편을 같이 다루는데 비슷한 부분과 차이를 나열할 때 한때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의 방식이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귀찮고 능력이 많이 부족해서 포기했지만 이런 종류의 글을 보면 먼저 눈길이 간다. 그리고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조용히 눈길을 준다. 그가 말하는 감상 포인트와 칭찬 등은 영화를 한동안 멀리했던 나에게 낯선 부분이 많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많은 참고가 된다.

 

1~2년 전에 갑자기 시간이 나서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려고 검색했다. 상영은 하는데 도저히 볼 수 없는 시간에만 상영했다. 멀티플렉스로 바뀐 후 영화의 순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영화의 다양성을 말할 때 늘 나오는 지적이다. 엄청나게 흥행을 한 작품도 한 달이 지나면 극장에서 보기가 힘들다. 이런 상황이니 내가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보고 싶은 영화는 많다. 이 책에도 많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전 같으면 모두 보려고 했을 것이다. 최소한 반 이상은 봤을 것이다. 현실은 이렇지 않다. 대부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한 평론가를 알게 되고, 영화에 대한 이해를 높인 것은 큰 성과이자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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