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정상필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지정학으로 바라본 1945년부터 오늘날까지의 국제관계’란 설명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때 제일 궁금한 것은 지정학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지정학의 정의로 ‘지리적 환경과 정치적 현상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국가정책의 용어로 스웨덴의 정치학자 J.R. 셸렌이 1916년 국가이론 5체계의 하나로서 이 용어를 사용’했다는 내용이 보인다. 아직도 피상적이다. 실제 내용을 읽다 보면 이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책의 구성이 지정학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과 같이 지리적으로 묶어서 정치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듯이 1945년 이후는 미국과 소련 두 나라를 중심으로 한 냉전 시대였다. 이 시대가 지난 후 미국과 소련 진영의 긴장이 완화되는 데탕트의 시대가 된다. 이 시대는 두 진영의 긴장이 완화되었다는 의미지 화합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시기 다음은 양극화 이후 세계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두 진영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를 의미한다. 이때의 양극화는 우리가 흔히 경제학적으로 말하는 부의 쏠림과는 관계가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양극화를 생각하고 읽으니 처음에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끔 다른 분야에서 똑같은 용어를 사용할 때 생기는 문제를 여기서도 겪었다.

 

위에서 말한 냉전, 데탕트, 양극화 이후의 세계 등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를 좀 안다고 생각한 나의 오만은 이 책을 읽으면서 산산조각났다. 짜깁기식 지식의 한계가 드러났다. 그것은 책의 구성과도 관계가 있다. 유럽과 미국을 먼저 풀어내고,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지역을 연대식으로 다룬다. 어떤 나라는 몇 줄로 끝나고, 어떤 나라는 몇 장을 할애한다. 저자가 프랑스 국적이고,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하던 곳이 유럽과 미국이다 보니 이들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특히 냉전과 데탕트 시대는 미국과 소련이 가장 핵심적이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데탕트 시대에 벌어진 몇 가지 놀라운 사건은 소련과 공산권의 해체와 분열이다. 소련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간단히 설명할 때 왜 페레스트로이카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식민지가 해체되고, 새로운 나라가 생기면서 생긴 수많은 문제들은 아주 낯익은 장면들이었다. 소련이 주변 국가들을 지배하면서 수탈을 한 것이 아니라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고 했을 때 그것은 더 분명해졌다. 그리고 소련 등과 다른 방법으로 천안문 민주화 운동을 진압한 중국의 모습은 역사의 다른 길을 보여주었다.

 

1990년대 이후 세계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민족주의가 유행하면서 인종간의 대학살이 몇 번이나 벌어졌는지 모른다. 잘 알려진대로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인종청소란 표현까지 나올 정도의 끔찍한 대학살이 벌어졌다. 물론 이 이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에는 미국의 힘이 미친다. 물론 이전과 같은 힘이 없다고 하지만 누구나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몇 가지 사실은 미국과 소련이 냉전과 데탕트 시절에 만들어 놓은 유산이다. 각 지역을 다루다 보니 무수히 많은 정보가 전달되는데 아는 것만큼 이해가 되었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현재는 핵전쟁의 위험이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대립 구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유럽 등의 서방세계 국가들의 독점이 깨졌지만 남반구 국가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다원주의 체계로 바뀌었다. 물론 이것이 서방 강대국의 몰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방세계의 독점이 무너졌다는 의미일 뿐이다. 이 다원주의 체계가 네 번째 시기가 될 것인지 저자는 묻는다. 수십 년 사이에 아주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곳도 많고, 중국 같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나라도 있다. 하지만 아직 세계는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요즘같이 무더운 것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 지구온난화나 봄만 되면 불어오는 황사 등의 문제만 해도 충분하다. 분명히 쉬운 책은 아니지만 1945년 이후 세계 역사를 지정학으로 간략하게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정치 문제 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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