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세상에서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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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글린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1부인 <운명의 날>과 2부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는 다른 주인공이다. 1부가 형이라면 2부부터 동생 조가 주인공이다. <운명의 날>도 재미있었지만 2부가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1부가 역사 소설의 성격이 더 강했다면 2부부터는 스릴러의 장점을 잘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 중 2부가 최고다. 3부는 제목과 함께 어느 정도 조의 결말을 알고 읽다 보니 긴장감은 조금 떨어졌다. 하지만 역시 변함없는 것이 하나 있다. 속도감과 재미다. 결말을 아는 것과 그 과정을 재밌게 따라가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전편에서 위기를 탈출한 후 템파에 정착한 조 커글린 이야기다. 시대는 1943년, 한참 전쟁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던 때다. 조는 템파의 유명인이 되었고, 암흑가의 보스 중 한 명이 되었다. 하지만 아일랜드계라는 사실이 그가 마피아의 정점에 서는 것을 방해한다. 보스 자리를 친구 디온에게 물려주고 마피아 커미션의 일원으로 활약한다. 그의 탁월한 사업 능력은 마피아의 자산을 불려준다. 소위 말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 이런 그에게 이상한 정보가 하나 도착한다. 누군가가 그를 죽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남편의 폭력을 참지 못해 그를 죽인 테레사가 감옥에서 보낸 정보다.

 

프롤로그 다음에 바로 테레사 이야기가 나온다. 이 소설을 끌고 가는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를 풀어놓기 위해서다. 테레사의 진짜 직업은 청부살인자다. 남편 살해로 감옥에 간 그녀는 죽음의 위험 아래 놓여 있다. 조의 암살 정보를 가지고 자신의 목숨을 구하려고 한다. 재의 수요일에 암살자가 조를 죽이려고 한다는 첩보다. 이 정보의 대가로 테레사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준다. 가장 힘든 것은 테레사를 죽이려고 한다는 인물 킹 루시어스를 만나 협상하는 것이다. 루시어스의 부대가 가진 엄청난 악명을 생각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뛰어난 협상가인 그는 킹을 만나 일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킹이 얼마나 잔혹한 인물인지 알려주는 한 장면을 보여준다.

 

소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조를 누가 죽이려고 하는가? 라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이 사이사이에 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의 유령을 본다. 하나의 암시다. 여기에 흑인 지역에 들어가 이 지역 보스인 먼투스를 죽이려다 실패한 사건이 있었다. 패밀리의 일원이 프레디가 시킨 일이다. 동생 리코 덕분에 한 자리를 차지한 그는 생각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마피아에게는 누가 먼저 공격했는가 보다 백인 두 명이 죽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복수를 결의한다. 조가 보기에는 멍청한 짓이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먼투스가 죽으려고 집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조의 암살을 이미 정해진 사실처럼 계속 진행하다가 하나의 파탄이 드러난다. 이때부터 이야기에 가속도가 붙는다. 이전에도 조의 탁월한 살인 능력이 나오지만 이때는 더욱 빛을 발한다. 물론 자신도 알지 못하는 공포로 실수도 한다. 파국으로 달려가는 조의 삶을 표현하는 하나의 장치다. 적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막아내지만 일시적인 것이다. 그가 거부할 수 없는 조직의 힘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어떤 반격을 가할지 궁금해진다. 뒤로 가면서 무너진 세상 속에서 발버둥치는 조가 본 유령의 정체가 드러난다. 이런 유령을 보는 사람이 그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죄의식이 만들어낸 환상이자 현실이다.

 

전편에서 아내가 죽은 후 아들 토마스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시장 아내를 정부를 두고 잘 지낸다. 템파의 암흑가를 완전히 휘어잡았다. 하지만 보스의 자리를 물려 준 후 배후자의 일원으로 살아갈 뿐이다. 출생의 한계 때문이다. 이것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는다. 인간의 욕심이 끝없이 자란다. 평화로워야 하는 조직에 균열이 생긴다. 뛰어난 살인자인 조이지만 언제나 암살자의 손길을 피해 다닐 수 없다. 이 부분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었다. 한계와 우정을 아주 잘 엮어 놓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가까워지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중 하나는 토머스가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복수한다는 이야기다. 3부작 중 가장 애잔하다는 평에 완전히 동의하면서 조의 마지막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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