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존 파인스타인 지음, IB스포츠 옮김 / 북스타(Bookstar)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그 정보는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가끔 신문 스포츠란에 조금씩 나왔지만 제대로 된 정보는 없었다. 그러다 박찬호 선수가 LA 다저스에서 투수로 이름을 날리면서 메이저리그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메이저리그 선수조차 한 명 없었던 시절이었다. 메이저리그에 가장 가깝게 간 선수가 박철순이었고, 그 당시 최고의 투수였던 최동원은 이런저런 이유로 가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까지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선수가 승승장구한 것이다. IMF시절 국민의 영웅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이후 수많은 한국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로 향했다. 몇 명을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조차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명의 한국 선수들이 떠올랐다.

 

최근에 포탈사이트 스포츠란에서 가장 먼저 보는 부분이 해외야구 부분이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없어진 지금은 메이저리그 소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추신수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최고의 선수들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대부분 신인이다. 류현진은 부상으로 작년 한 해를 재활로 쉬었고, 지금도 겨우 공을 던지는 수준이다. 곧 올라온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강정호는 작년처럼 좋은 활약을 펼치고, 박병호는 적응하는 단계다. 이대호와 김현수는 플래툰 체제 아래에서 가끔 등판한다. 오승환은 중간 계투라 1~2회 정도 던진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선수가 있는 반면 성적이 별로인 선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현재 메이저리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간 선수들이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것에 비하면 천국이다.

 

제목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책 속에 나오는 몇 명의 이름이 낯익다. 처음 읽을 때는 인터넷 검색을 많이 했다. 나의 기억과 비교하기 위해서다. 몇 명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을 했고, 어떤 선수는 자주 들락거렸다. 포드세드닉처럼 월드시리즈 영웅이 있는가 하면 겨우 한 경기에 출전한 선수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이들은 모두 마이너리그 선수다. 한 시리즈의 영웅도 지속적인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면 마이너리그로 갈 수밖에 없다. 꾸준함은 메이저리그의 기본이다. 아무리 트리플A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도 나이가 너무 많거나 자신이 속한 구단의 이해와 맞지 않으면 메이저리거가 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깝고 비정해보이는 부분이었다.

 

단순히 선수만 다루지 않는다. 감독과 심판도 같이 다루면서 마이너리그에 관계된 모두를 보여준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메이저리그. 하지만 이 문은 굉장히 좁다. 한국의 유망주들이 이 벽을 넘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몇 명은 꽤 오랫동안 메이저리거로 활약했지만 그 누구도 박찬호나 추신수처럼 꾸준함과 대박을 터트리지 못했다. 매년 스포츠란에는 미국 프로야구로 향하는 몇 명의 선수들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의 마이너리그 성적을 알려주지만 어느 순간 사라진 선수도 꽤 많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국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하는 선수도 많아졌다.

 

매년 마이너리그 선수들에 대한 순위가 나온다. 전체 순위와 팀 순위가 나오는데 이 유망주들은 얼마 지

나지 않아 메이저리그에 올라온다. 너무나도 유명한 유망주의 경우는 시즌 도중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잠시 올라왔다 가거나 이름이 말해진다. 선수의 숫자가 늘어나는 시기가 되면 대부분 불려온다. 시즌이 끝나고 나면 내년 신인왕 후보로 올라간다. 이런 선수들이 우선인 상태에서 나이가 많고, 탁월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노장들은 그 가능성이 점점 희박하다. 하지만 이들은 존재하고, 이들의 존재가 유망주의 성장을 돕는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하나는 선수 개개인의 삶과 기록을 간략하지만 깊이 있게 다룬다. 감독과 심판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것을 꿈꾸며 활동하는 그들의 삶은 메이저리그와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다. 숙소와 이동방법도 다르다. 최저연봉은 말할 것도 없다. 마이너리그 선수의 경우 비시즌에는 다른 직업을 가진 선수도 상당히 많다. 삶은 그 급여로 버티기 너무 버겁기 때문이다. 추신수가 늘 말한 그 마이너리그의 눈물 젖은 빵 이야기는 이 책 속에 잘 드러난다. 상당한 유망주였지만 이치로의 벽에 막혀 있던 그가 트레이드를 통해 성장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물론 이 책에는 추신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낯선 이름이 많다 보니 가독성이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최상위인 트리플 A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들은 메이저리그에 가장 가깝지만 평생 한 번도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이들이 받는 월급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아래는 더 적을 것이다. 화려했던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진 선수도 마이너리그에 내려와 다시 승격되길 기다린다. 나이가 들면서 포기하는 선수도 있고, 아직도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는 선수도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단지 능력이 부족했기에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단지 그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재미있고 즐겁게 읽을 수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다. 바로 번역이다. 원문과 대조하지 못했지만 투수와 타자가 뒤바뀌어 표현된 곳도 있다. 매끄럽지 못한 번역이 곳곳에 보인다. 책 뒷장에 나온 선수 중 몇 명이나 이 책을 끝까지 읽었을까 하는 의문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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