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조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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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가 2009년에 나온 후 참 오랜만에 나온 후속작이다. 경관 3대의 이야기로 나를 사로잡은 작가가 새로운 작품으로 나타났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3대의 손자인 안조 가즈야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 읽은 이야기를 많이 떠올렸다. 시간의 흐름 속에 기억은 희미해져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옛글을 찾아보니 그때의 재미가 살짝 떠오른다. 그리고 마지막 경찰 호루라기 부분은 여전히 여운을 남긴다. 앞부분의 복잡한 듯한 이야기 구성을 지나면 단숨에 빨려 들어간다. 제목처럼 경관의 조건을 생각하면서.

 

경찰학교를 졸업한 가즈야가 간 곳은 경무청의 지시에 의해 특정인물을 조사하기 위한 수사4과다. 그 대상은 가가야 히토시다. 그는 상관이 원하는 실적 이상을 올리는 경찰이다. 야쿠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정보를 교환하고, 그 사이에서 개인적 이익을 취한다. 이전의 경찰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경찰 부패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시점에서는 다른 문제다. 작가는 가가야의 체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찰 수뇌부의 권력 다툼도 같이 보여주면서 이야기의 긴장감을 조금씩 고조시킨다. 그의 체포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가즈야. 그는 직속 상관을 고발했다. 원래 이 목적으로 가가야 밑에 들어갔지만 주변의 시선은 따갑다. 전날 각성제 1킬로그램을 가지고 그의 여자 친구와 함께 밤을 보내는 것을 보고 경무청에 신고한다. 그는 자신에게 질투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고 몇 번이나 되묻는다. 가가야도 여자 친구도 각성제를 사용했을 것이란 추측을 했다. 하지만 둘은 그 어떤 약물도 사용하지 않았다. 가가야는 수사를 위해 야쿠자에게 돈을 빌려 각성제를 마련한 것이다. 현대 경찰에게 이것은 범죄다. 조직의 허락을 받지 않았고, 그 사이에 불법적인 일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실적은 이 모든 것을 덮기에 충분했다.

 

앞부분은 이런 가즈야와 가가야의 과거를 빠르게 보여준다. 법정에서 입을 다문 가가야는 야쿠자와 경찰 모두에게 전설 같은 존재로 남는다. 가즈야는 다른 부서로 가서 차근차근 실적을 쌓고, 경부가 된다. 그리고 조직범죄대책부 1과2계 계장으로 부임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1과장이 그를 데리고 간 것도 경찰 내부 분위기 쇄신과 조직범죄에 대한 정보 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가가야가 떠난 후 조직범죄에 대한 정보도 실적도 많이 떨어졌다. 사람들이 보는 것은 그가 저지른 잘못이 아니라 실적이다. 경찰 상층부에서 그를 복직시키려는 시도가 몇 차례나 있었다. 그러다 한 경찰의 죽음이 그를 경시청으로 오게 만든다.

 

경시청에 다시 온 그는 홀로 활동한다. 동료들의 지원을 받지만 조사는 혼자 한다. 과거의 인맥은 아직 살아 있다. 그가 보여준 행동은 야쿠자의 신뢰를 쌓기 충분하다. 얼굴 마담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조금씩 사건의 실체를 향해 나아간다. 그 반대편에서 가즈야의 팀이 조직의 힘을 이용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과 대비된다. 전설의 존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9년의 세월 속에 바뀐 것도 많지만 그대로 인 것도 적지 않다. 그의 모습은 아련하게 추억을 자극한다. 마음속으로 가즈야를 더 응원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가야를 복직시킨 사건은 가즈야 팀의 수사와 5과의 수사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이 두 과는 도쿄의 마약시장의 흐름을 조사하다가 한 장소에서 만난다. 잠입수사관이 중개상으로 인정받기 위한 시험단계에서 경찰임을 밝히는데 이것이 살인으로 이어진다. 이 야쿠자는 경찰 신분인 것을 알고도 고문을 멈추지 않는다. 경찰도 안이했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당시 현장 지위를 가즈야가 했고, 살인자 한 명이 달아난다. 이것이 가즈야게는 큰 짐이 된다. 독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크게 잘못한 것이 없지만 경찰 내부의 알력과 편견은 이것을 더 과장되게 표현한다.

 

경찰 살인자 미나가와는 사라졌다. 일본으로 들어오는 마약상의 루트도 찾지 못했다. 1과와 5과는 이 둘을 위해 경쟁한다. 흔한 말로 제대로 공조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조직의 생리란 이런 것이다. 효율과 경쟁은 늘 같이 붙어다니면서 조직원에게 강요한다. 경찰은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퍼포먼스를 펼친다. 내막은 숨긴 채. 작가는 이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실의 경찰이다. 경찰 내부의 모습이다. 미행하는 방법도 바뀌었다. 이런 장면들은 소소한 것이다. 그 바탕에 흐르는 것은 두 인물의 내면과 경찰의 삶이다. 마무리 부분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속도감과 몰입도는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이 시리즈 언제 다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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