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전이의 살인 스토리콜렉터 42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설정만 놓고 보면 SF물이다. 거기에 본격추리물을 더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설정한 것이 SF라면 살인자가 누군지 추리하는 것이 본격추리다. 처음에 인격전이란 단어를 보았을 때 어떤 것인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흔히 영화에서 보던 몸과 영혼이 뒤바뀌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작가는 이것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인격전이가 이루어진 후 끊임없이 인격전이가 일어난다. 이 현상을 매스커레이드라고 말한다. 이 현상은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이것은 반복한다. 작가는 도입부에 이 현상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한다.

 

시작은 1970년대의 어느 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떤 날이다. 다니엘 아크로이드 박사는 연구실의 호출로 갑자기 돌아왔다. 그가 연구하는 곳은 국가 기밀 장소다. 그런데 이곳을 만든 것은 미국이 아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가 만들었다. 외계인 정도. 세컨드 시티라고 부르는 이곳은 현재의 과학으로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기계가 존재한다. 체임버라고 한다. 이 기계 속에 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가면 스플릿 스크린이 생기면서 두 사람의 인격전이가 일어난다. 세 명이 들어가면 세 사람의 인격전이가, 그 이상의 사람들이 들어가면 그 수만큼 인격전이가 일어난다. 아크로이드 박사는 CIA의 감시와 지원 아래 이 현상을 연구하고 조사한다.

 

과거가 이 인격전이에 관련된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1990년대 어느 12월 20일에 한 일본인이 캘리포니아 주 S시 모 쇼핑몰에 온다. 에리오다. 그는 쇼핑몰 근처 버거 가게를 방문한다. 이 방문이 그의 삶을 완전히 뒤바꾼다. 이 버거 가게는 특이하다. 메뉴에 버거와 콜라의 품목이 하나밖에 없다. 바비가 알바로 일한다. 이런 곳에 중동인 하니, 남부 노인 랜디, 일본 여자 아야코, 프랑스 남자 알랭, 영국 여자 재클린 등이 이곳에 모인다. 랜디의 노골적인 일본인 혐오가 벌이지고, 아야코와 알랭의 일본어 대화가 있는 와중에 바비와 랜디의 충돌이 생긴다. 여기에 불을 지피는 인물이 미녀인 재클린이다. 바로 이때 지진이 일어나고 일행은 가게 안에 있던 셀터 속으로 피한다. 바로 이 셀터가 체임버다.

 

겨우 목숨을 살린 에리오는 스플릿 스크린을 본 후 기절했다. 다시 눈을 뜬 곳은 평온하다. 이런 그가 화장실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한다. 바로 인격전이를 한 자신의 모습이다. 그가 랜디로 인격전이한 것이다. 이 놀라운 현실을 앞에 두고 자신과 함께 피신했던 인물들을 만난다. 자신의 모습도 보인다.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몸의 주인과 인격체의 이름을 같이 쓴다. 예로 들면 에리오(=바비) 같다. 아야코를 제외한 모두가 죽었다. 이 죽음과 그들에게 일어난 인격전이에 대해 설명한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바로 아크로이드 박사다. 그 장소가 폐쇄된 후 처음으로 호출되었다. 그리고 그 장소와 더불어 인격전이에 대해 설명한다. 놀라운 사실 하나가 말해진다. 인격전이한 몸이 죽으면 그 속에 인격전이한 인물도 같이 죽는다. 다음에 벌어질 살인사건은 이것과 관계있다.

 

여섯 명의 사람들은 CIA가 제공한 고립된 장소에 머문다. 살인사건은 이때 일어난다. 매스커레이드 현상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랜디의 몸으로 잠든 에리오가 깨었을 때만 해도 평온했다. 다른 순서의 인물로 깨어났기 때문이다. 이 매스커레이드 현상은 하나의 규칙이 있다. 바로 순서대로 현상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중간에 누군가가 죽으면 그 몸에 들어간 인격체가 같이 죽는다. 밤 사이에 무시무시한 살인이 벌어진다. 에리오와 재클린은 이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이 와중에도 인격전이는 계속 벌어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두 사람이 살아남는다.

 

CIA가 이들을 왜 며칠 동안 격리시켜놓았을까? 다시 돌아온 그들이 이 상황에 깜짝 놀라지만 약간 무덤덤해보인다.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살인사건보다 인격전이가 그들은 더 흥미로운 것이다. 작가는 이 SF적인 상황을 하나의 논리 속에 차분히 풀어놓았다. 부드럽게 상황들이 넘어가지는 않는다. 작가가 만든 세계를 유심히 쳐다본다. 상황 설명이 살인사건의 단서를 제공하지만 분명하지 않다. 여기에 트릭과 추리가 살짝 끼어든다. 그림이 제공되어 추리를 더 쉽게 만든다. 그래도 쉽지 않다. 회색 뇌세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놀라운 현상을 작가는 분명하게 답을 내지 않는다. 작가의 가설에 동의할지 아니면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낼지는 독자 개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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