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그리고 엄마
마야 안젤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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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안젤루. 세계인의 영원한 멘토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미국 문학에서 그녀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고, 그녀의 작품 중 내가 기억하는 작품이 지금 당장 하나도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편협한 독서 이력이 그녀에 대한 무지로 이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사진을 보면 어딘가에서 본 듯도 하지만 자신은 없다. 물론 이런 홍보가 없다고 해도 이 책은 매력적이다. 자신과 엄마의 삶을 간결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너무 진솔해서 놀라울 정도다.

 

이 책은 그녀가 일곱 번째로 발표한 에세이이자 마지막 발표작이다. 문학가가 되기 전 그녀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이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 것도 엄마의 영향이 크다. 이 책 속에서 만나는 엄마는 자라면서 늘 옆에서 앞에서 뒤에서 우리를 돌봐주시든 그 엄마 이상이다. 물론 이런 엄마가 있다고 해서 이런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녀 자신이 용기와 의지를 가지고 삶에 도전하고 노력해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십대에 흑인 중 아무도 하지 못한 차장을 하게 된 사연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엄마가 용기를 심어주었다고 해도 그녀의 의지와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에세이는 그녀의 탄생부터 엄마의 죽음까지 다룬다. 한 인물의 일세기를 다루는 것에 비해 분량은 아주 적다. 손에 쥐고 조금만 집중하면 단숨에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읽는 동안 그녀와 엄마 비비언 백스터의 삶과 그 굴곡에 놀라게 된다. 그녀들의 사랑은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더 집중하지 이전투구와 같은 이혼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는 왜 이들이 이렇게 많은 결혼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아 있다. 혹시 이 부분을 알기 위해서 다른 책을 읽어야 한다면 읽을 용의가 충분히 있다.

 

그녀가 일곱 살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보다 열여섯에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이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산달에 다가와 겨우 말하게 된 그녀와 이 사실을 안 엄마의 반응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한국이라면 보통 낳은 아기를 엄마와 함께 힘들게 키우고,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겠지만 그녀는 자립한다. 엄마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와중에 한 남자의 오해와 질투가 그녀를 죽음에 이를 정도까지 만든다. 이때 그녀를 찾아 도와준 것도 엄마다. 그녀의 사업체가 도박장이었는데 보통의 여장부라면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다혈질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살짝 긴장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마야도 평범하지 않지만 비비언은 더 대단하다. 남편과 이혼을 결정하고 이 아이들을 친할머니에게 맡긴 후 다시 찾아 키운다. 자신의 어리고 미숙한 부분을 인정하고 자신감을 드러내는 부분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마야를 때린 후 오빠가 보여준 행동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섬세함도 있다. 마야가 스웨덴에서 영화를 촬영할 때 그녀의 요청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도 그녀다. 이것을 보면 엄마는 마야에게 최고의 해결사이자 멘토다. 이 에세이는 그런 엄마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에게는 자신의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할 때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냉정하여 엄마가 맞나?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그러나 분명하게 엄마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최근에 본 혹은 읽은 것들 중 가장 멋진 엄마와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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