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위드 파파 - 꿈많은 아빠와 딸의 꿈같은 여행
이규선.이슬기 지음 / 성안당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와 딸의 해외 배낭여행을 다룬 책이다. 이 둘의 첫 해외여행지는 인도다. 인도 여행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멋진데! 하고 감탄하고 지나갔겠지만 그 여행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는 지금은 ‘정말 무식하게 용감했구나!’하고 감탄한다. 이들이 함께 한 여행지는 상당히 많다. 이 책에서 다루는 곳은 인도, 네팔, 중국 차마고도, 영국, 프랑스 파리와 남부, 벨기에 등이다. 책 뒷날개를 보면 다른 여행지도 나올 모양이다. 그때는 이 책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주었으면 좋겠다. 딸과 아빠의 사이가 너무 정답고 부럽기 때문이다.

 

자식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에 관심이 있다. 여행관련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더 강해졌다. 이전에 친구와 둘이서 방콕을 여행했을 때 엄마가 딸 둘과 함께 두 달 동안 동남아를 여행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었다. 하지만 그 감탄은 가족여행 정도로 늘 축소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해외여행 이야기가 나오고, 돈이 없다고 말하면 자식 중 한 명만 데리고 다녀오라고 부추긴다. 친한 친구 부부와 애들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바람을 심하게 넣는다. 늘 그들은 가지 못하는 핑계를 대기 때문이다. 나도 이전에는 이런 저런 핑계를 많이 대면서 멈추어 있었다. 30대 초반까지는 친구들과 술을 먹다가 동해 바다로 갑자기 떠나기도 했는데 말이다.

 

아빠와 딸. 쉬운 여행 동반자가 아니다. 주변을 보면 엄마와 딸이 떠나는 경우는 자주 보지만 아빠와 딸은 거의 보지 못했다. 이들의 동행이 현지에서도 눈길을 많이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아들은 엄마와 함께 오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이들의 첫 여행은 티격태격도 무척 많았다. 그런데 같이 다니면서 서로의 사이가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 긴 여행은 두 사람의 사이를 가름하는데 아주 좋은 척도다. 부모 자식 사이라고 해서 마음이 딱 맞을 수는 없다. 가끔 블로그에서 아들이 엄마를 모시고 여행한 곳의 정보와 소식을 올린 것을 볼 때 부러움을 느낀다. 왜냐고? 아직 한 번도 부모님과 여행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칠순을 앞두고 해외여행 한 번 같이 가자고 했을 때 비행기 타기 싫다며 거절한 이후 더 이상 여행은 말하지 않는다. 제주도라도 가자고 늘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딸이 여행에 대한 글을 쓰고, 그 사이에 아빠의 글이 일기나 단상으로 채워진다. 처음부터 책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가진 여행이 아니었기에 일반 여행 가이드책들과 많은 차이가 있다. 어떻게 가야 하는지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자신들이 돌아본 곳의 정보도 충실하지 않다. 어쩌면 그들의 여행이 유명한 곳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경험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강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목적지를 향해 무작정 달려가기보다 샛길로 빠져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을 더 좋아할 정도다. 내가 선호하는 여행 방식이기도 하다. 같이 간 사람은 무척 힘들어 하지만.

 

긴 여행은 좋은 아빠와 좋은 딸의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만든다.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고 논의할 정도로 발전한다. 내가 해보지 못한 것이지만 방송이나 다른 사람들의 글을 통해 본 것과 딱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캠핑과 여행을 같이 가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내와 함께 여행할 때 나 혼자만 열심히 찾다가 그곳을 말하면 금방 그곳을 가리키며 알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일방적인 행동이 만들어낸 잘못이 말 한 마디에 해결된 것이다. 여행은 이런 실수를 대화로 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금방 모든 것이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둘 만의 추억은 두고두고 우려먹는다.

 

파리 몽마르트 언덕.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전철역으로 내려 올 때 풍경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곳에서 본 파리의 풍경도 노트르담 성당이나 개선문보다 그렇게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 너무 상업화된 모습이랄까. 다른 나라들은 가보지 못한 곳이라 추억이 끼어들 틈이 없지만 파리는 아는 지역이 나올 때마다 그곳의 추억이 떠올랐다. 동네 빵집 이야기는 지금도 가끔 이야기한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고, 아주 맛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은 이렇게 둘 사이에 추억을 쌓고, 쌓인 감정의 벽을 허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벨기에 와플에 감탄할 때 이때까지 큰 관심이 없었던 그곳이 가보고 싶어졌다. 배낭을 싸고 아주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부모님과 같이 갈 수는 없지만 아내와 아기와 함께라도. 한참 초딩 딸과 싸우고 있는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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