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 것
와시다 기요카즈 지음, 김경원 옮김 / 불광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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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이 책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 선택했을 때는 기다림에 대한 간단한 에세이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받고 읽기 시작하면 금방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이것은 착각과 나의 오만이었다.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니다. 기다린다는 것에 대한 심리학적 문학적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어 곱씹어야 하는 대목이 곳곳에 나온다. 기다린다는 것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는 것에 박수를 친다. 초조함에서 시작한 열아홉의 여정은 열림의 장으로 끝난다.

 

초조함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 해도 나의 일상과 부합하는 부분이 많았다. 학창시절부터 약속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나와 사람들을 기다린 경험이 많기에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곧 이 기다림은 시간과 심리와 철학과 종교 등과 엮이면서 난해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인용되는 문학과 철학 등은 낯선 이름과 학설로 잠시 동안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미묘한 문장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부분도 적지 않아 조금만 집중력을 깨트려도 뭔 말인지 모르고 그냥 넘어간다. 이 말은 집중하면 아주 많은 사유를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많은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치매고, 다른 하나는 사뮤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해석한 부분이다. 치매 부분은 임상심리를 다룬 부분이 많고, 새로운 시도를 다룬 부분이 있어 신선하게 다가왔다. 몇 장으로 다 다루기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치매 환자와 요양원의 관계가 이전에 흔히 보던 것과 달라 놀랐다.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할 때 유념해야 할 부분이 많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예전에 한 번 읽은 적이 있다. 당연히 뭔 소리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제목 때문에 읽으면서 이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했는데 적중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 반복되는 곳도 있지만 새롭게 다가온 내용이 더 많았다. 약간이나마 희곡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 제목처럼 그들은 기다리지만 그는 결코 오지 않는다. 이 부조리 연극이 많은 무대에 올려지고, 수많은 해석서가 나오는 것은 이미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다린다는 행위는 수많은 곳에서 일어난다. 수많은 감정을 불러온다. 누군가는 이 기다리는 것이 올 것이란 기대가 없는 경우도 있다.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린다는 점에서 <고도를 기다리며>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런 심오한 경우가 아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또 시간과 관계있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해설은 기존의 인식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시간을 흐름의 개념으로 볼 때 생기는 오류를 감안하면 더 쉬울 것이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꼼꼼하게 읽고, 수많은 인용과 주석을 읽다 보면 나의 지식이 얼마나 협소한지 깨닫게 된다. 이 깨달음은 새로운 기대로 당연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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