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셰프 - 백악관 초빙 셰프가 된 에티오피아 고아 소년의 맛있는 인생
마르쿠스 사무엘손.베로니카 체임버스 지음, 이혜경 옮김 / 니케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고아가 된 후 스웨덴에 입양되어 자란 요리사 마르쿠스의 인생 역정을 담은 책이다. 에티오피아에서 결핵에 걸린 그를 안고 힘들게 병원에 도착한 후 죽은 엄마 이야기로 시작해서 할렘에 레드 부스터라는 식당을 열기까지의 인생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보여준다. 시간순으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그 속에서 그의 삶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말한다. 첫 번째 꿈이 깨어진 후 가장 좋아하는 요리 세계로 들어온 후 삶을 보면 엄청난 열정과 노력이 함께함을 알 수 있다. 물론 두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한 권의 책 속에 녹아들어 있다.

 

결코 얇은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잘 읽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먼저 떠오른 것은 얼마 전에 읽은 강레오의 <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였다. 두 책의 저자가 모두 요리사인데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마르쿠스가 시간순으로 자신의 인생과 철학을 솔직하게 표현했다면 강레오는 자신의 삶과 철학을 조금 더 얕게 다룬다. 이 차이는 단순히 분량의 차이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요리에 대한 열정과 자신을 출신을 고려한 요리 연구 등은 비슷하나 일상생활 속에서 혹은 과거나 현재 민중들의 요리를 대하는 방식에서 가장 큰 차이가 갈린다. 최소한 나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스웨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자란 소년에게 흑인이란 사실은 주류 요리사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체격적인 문제로 프로 축구선수가 되지 못한 그는 어릴 때 외할머니와 함께 한 요리의 추억들이 요리사의 길로 가게 만든다. 요리학교에 들어가서 맹렬하게 노력한다. 외할머니와 함께 요리했던 것이 그를 보통의 학생들과 차이를 만든다. 물론 아버지를 따라 이미 요리사의 길을 가고 있는 친구는 어쩔 수 없다. 노력하고, 연습하고, 노력하고, 공부하는 그는 좋은 식당에 취직해서 밑바닥부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재료를 다듬고, 손질하고, 보관하는 방법까지 기본부터 그는 요리를 배운다, 그리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식당으로 옮겨간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강레오가 왜 식당을 옮겨 다녔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스웨덴에서 스위스로, 독일로, 뉴욕으로, 프랑스로, 다시 뉴욕으로 그는 요리를 배우기 위해 옮겨 다닌다. 이 과정에서 더 낮은 위치로 내려간 적도 있고, 요리사 세계의 불합리한 모습을 보기도 한다. 좋은 시스템을 갖추고 많은 인원의 요리를 성공적으로 치루는 식당이 있고, 그보다 적은 인원으로 멋진 요리를 만들어내는 식당도 나온다. 미슐랭 별 셋을 받아 일본 단체 관광객들이 늘 오는 식당에서도 그는 셰프의 요리 방식과 철학을 배운다. 이 과정 속에서 그의 요리세계는 확장되고, 점점 요리철학은 완성되어 간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그것을 자신이 살면서 경험했던 것과 결합하여 녹여내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인종의 용광로라는 뉴욕에서조차 흑인 셰프는 많지 않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현실에서 흑인이 요리사로 성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경력을 쌓고,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하고, 다양한 요리법과 향신료를 배우면서 자신의 앞에 펼쳐질 세계를 만들어간다. 자신이 자란 스웨덴 요리를 하는 식당 아콰빗 주방장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이것이 또 하나의 족쇄가 되기도 한다. 좋지 않은 동업으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행운은 그의 곁에 있다. 톱 셰프 마스터스의 우승자가 되고, 백악관에서 인도 수상 부처 등의 국빈 만찬을 주재하여 성공한다. 이것은 그가 바라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준다.

 

요리사의 세계는 넓은 듯하지만 좁다. 서양은 프랑스 요리가 가장 유명하다. 이것을 배워야 요리사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우월감에 빠지면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없다. 요리의 세계가 좁아진다. 마르쿠스가 더 좋은 식당에, 더 유명한 식당에 가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기본과 더불어 그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다. 그는 크루즈 배를 타고 다양한 나라를 돌고, 그 지역 향신료를 맛보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음식을 먹으면서 지금까지 알고 있던 식재료나 음식의 틀을 깨트린다. 어쩌면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가 아프리카 출신이고, 스웨덴에 입양되어 자신이 흑인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 삶을 살았고, 요리사로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이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가 요리사로 성공하게 된 데는 뉴욕으로 온 것이 크다. 만약 스웨덴이나 유럽에 머물렀다면 그 성공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성공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이야기 중 하나가 임신한 여자 친구를 떠난 것이다. 어머니의 호된 경고 덕분에 아이의 양육비를 지급하지만 한 번도 찾아가지 않는다. 그 이전에 그에게 빠진 여자 친구를 아주 냉혹하게 차버리는 것이나 순간의 욕망에 빠지는 것을 제외하면 목적을 향해 조금도 한눈을 팔지 않고 전진한다. 이런 그지만 주방의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흑인이라는 정체성과 고유의 음식 문화를 지키려는 그의 노력은 할렘에 레드 부스터라는 식당으로 그 결실을 맺는다. 그의 열정과 노력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만약 셰프의 세계를 좀더 깊이 알고 싶다면, 요리가 어떤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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