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과 십자가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존 리버스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 자신이 존 리버스 시리즈를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제는 처음 읽는다. 단편 모음집 <페이스 오프>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겨주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 이언 랜킨은 낯선 이름이다. 이 작품이 나오기 전에는 한 권도 출간된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력을 읽다 보니 집에 있는 책 제목과 비슷한 제목이 나온다. <부활하는 자들>이다. 혹시나 해서 책장을 보니 <부활하는 남자들>이 있다. 작가가 이언 랜킨이다. 사 놓은 지 한 십 년은 된 것 같다. 책을 펼치니 존 레버스란 이름이 보인다. 같은 시리즈다. 2004년 에드거 앨런 포 수상작이다. 괜히 반갑다.

 

한 남자가 소녀를 살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때만 해도 이것이 연쇄살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존은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동생 마이클의 집을 찾아간다. 형의 방문에 이상한 반응을 한다. 동생 마이클은 최면술사다. 이때만 해도 이 설정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존은 에든버러로 돌아온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소녀들의 실종과 죽음으로 인한 경찰 협력 수사다. 높은 지위에 있지 않은 존 리버스는 궂은 일을 맡는다. 충분한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해야 만 하는 일이다. 불평을 토로하지만 자신의 일을 굳건히 한다.

 

존은 형사가 되기 전 영국 특수부대 SAS에서 훈련을 받았다. SAS에서 있었던 일을 그는 단 한 마디로 하지 않는다. 분명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존은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이 비밀은 책 후반부에 가면 자세하게 나온다. 존은 형사지만 탁월한 추리력을 갖춘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에게 온 첫 번째 단서를 너무 쉽게 무시하고 놓친다. 그에게 전달된 편지에는 매듭과 함께 하나의 메모가 쓰여 있다. ‘단서는 사방에 널려 있다.’ 나중에 모든 것이 드러났을 때 이 문장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지금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존은 이것은 단순히 장난으로 생각한다.

 

소녀들이 죽을 때마다 그에게 편지가 온다. 메모와 매듭도 같이. 하지만 이것을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의미하는 바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 단서를 발견하고 깊이 조사하게 되는 것은 바로 그와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 질이다. 그녀의 통찰력이 순간적으로 빛을 발한다. 이 작품을 보면서 처음에는 존 리버스의 매력을 그렇게 쉽게 발견하지 못했다. 액션도 거의 없고, 뛰어난 직관력이나 관찰력이나 통찰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조하면서 간결한 문장 속에서 과거의 상처를 껴안고 술과 담배와 늘 함께 하는 그를 보면 묘하게 빠져든다.

 

이어지는 소녀의 실종과 교살은 경찰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수사본부가 만들어졌지만 그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한다. 서양 미스터리물을 읽을 때 자주 보는 것 중 하나가 수사 시간이 지난 후 쉬는 형사들의 모습이다. 특히 일본 형사물이나 한국 형사 영화 등을 보면 그들은 늘 수사본부에서 생활한다. 팽팽하게 끈이 당겨진 모습인데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효율을 따지면 분명 서양의 모습이 더 맞는데 말이다. 그리고 아직 컴퓨터가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전이라 모든 조사나 분류는 손으로 해야 한다. 이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게 되면 이 시간의 변화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사본부에서 일하는 리버스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면 마이클의 마약 거래를 발견한 후 그를 뒤쫓는 기자 짐 스티븐스의 시선이 또 다른 한 갈래를 이룬다. 그는 마약에 관심이 많은 기자인데 마이클의 형이 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존의 뒤를 캐려고 한다. 분명히 헛다리를 짚었는데 이것이 과연 후반부에 어떤 역할을 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제 이것보다 더 자극적인 것이 소녀들의 실종과 죽음인데 그는 그 집착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이 연쇄살인이 에든버러를 공포에 떨게 하지만 신문사 등은 최고의 시즌을 맞이한다. 이런 노골적인 설명이 있다는 부분에서 살짝 놀란다.

 

이 작품의 최고 매력은 역시 존 리버스다. 그와 함께 활약하는 형사들이다. 이들의 모습은 굉장히 입체적으로 살아 있다. 술과 담배와 성욕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억눌린 심리 상태가 잘 표현된다. 연속적으로 그 앞으로 전달된 편지와 매듭을 그가 계속 무시한 것도 무의식적인 방어 작용이다. 이 때문에 범인은 연쇄살인의 목적을 쉽게 달성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연쇄살인이 아니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 순간으로 달려가는 그때도 존은 다른 경찰소설의 초인적인 주인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좋다. 짧은 호흡의 간결하고 건조한 문장과 멋진 캐릭터가 잘 짜인 구성과 만났다. 이 시리즈 당분간 계속 관심을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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